야쿠자가 될 뻔했던 일본 최고 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
책은 크지 않고 두껍지도 않다. 1부는 心, 훌륭한 삶을 어떻게 사는지를, 2부는 言, 일의 성공과 어떻게 일하는지를 다룬다. 인생선배, 사회 선배가 하는 말이 잔소리로 들릴 때가 많지만, 이나모리가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 3인 안에 손꼽는 것처럼 그의 말을 경청하고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양준호 교수는 이나모리가 강조하는 윤리경영과 다양성 경영, 아메바 경영에 대해 설명했다.
글ㆍ사진 김지민
201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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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신문빌딩 강연장에서 이나모리 가즈오의 『일심일언』에 관한 강연회가 진행되었다. 책의 번역자이자 국내 최고 ’이나모리 가즈오’ 전문가인 양준호 교수가 이날 강연자로 섰다. 그는 인천대 동북아경제통상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제실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책의 저자인 이나모리 가즈오(이하 이나모리)는 일본 ‘교세라’의 창립자이자 명예회장이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 중 한 사람이며 살아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교토식 경영을 유명하게 만든 아메바 경영과 다양성 경영,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윤리경영, 다양성 경영, 아메바 경영

윤리경영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한 경쟁력도 갖춰야 하지만, 지역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동료와 지역 주민으로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역과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이전에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품질이 좋은 물건, 혹은 같은 가격에 싼 물건을 내놓으면 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인식이 바뀌면서 더는 그런 태도만으로는 먹히지 않는다. 이것이 이나모리가 강조하는 ‘윤리경영’이다.

다양성 경영

도요타 기업은 모두 감색 양복을 입고 있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획일적이다. 그것을 미학으로 생각한다. 일본인들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조직에 맞추고 가장 평균적이고 획일적인 상태에서 조직을 운영해내는 것을 미학으로 생각한다. 여기에 이나모리는 ‘そうか(소오까)?’ ‘그래서?’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비해 다양성 경영은 톨레랑스(Tolerance)경영이다. 어떠한 공간, 하나의 조직이나, 하나의 중소기업, 하나의 사회 속에 있는 다양한 주체, 즉 구성원들의 개인의 시각, 문제의식, 선호,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톨레랑스 경영이다. 교세라 기업에 가보면 핑크색 양복, 보라색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 심지어 펑크족 머리를 하고 출근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구성원들의 개성을 존중한다. 여성직원 비율이 제일 높은 곳도 교세라 기업이다. 여성의 시각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아메바 경영

2008년도에 삼성경제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역자는 교세라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36번째 팀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알아보았더니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50개가 있고 그중에 36번째 조직의 팀장이 36번째 팀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팀장 밑으로는 5명의 직원만이 있었다. 교세라에는 한국, 외국, 브라질, 독일 등 각 나라의 기업 담당을 맡는 조직이 있고, 다양한 상품마다 쪼개어 담당하는 조직이 그렇게나 많았다.

아메바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은 독서광인 이나모리가 읽은 생물학 책에서였다. 이나모리는 하루 5권씩 책을 읽는 독서광이다. 우연히 생물학 책을 읽다 환경 변화에 따라서 분열하기도 통합하기도 작게 세분되기도 하는 아메바에 관한 내용을 유심히 보게 된다. 이것을 교세라에 대입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고 그 유명한 ‘아메바 경영’이라는 말이 나왔다. 기업이 내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아메바는 다른 아메바에 흡수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회의 모든 아메바와 아메바 사이에 주고받는 서비스에는 수수료가 붙는다는 것이다. 작게는 복사비마저도 수수료가 붙는다고 한다.


야쿠자가 될 뻔했던 경영의 신

이나모리는 대학 시절 세라믹을 개발했다. 불과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자신의 세라믹이 큰 기업에 팔릴 것을 꿈꾸며 기업과 미팅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똑같은 피드백 뿐이었다. “당신의 기술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우리와 한 번도 거래한 실적이 없고 다른 전자 기업과도 거래한 실적이 없으므로 우리는 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 라는 피드백. 일본의 집요하고 치밀하고 폐쇄적인 기업 사회 구조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많은 장인을 존중하는 교토에 와서 교토 세라믹이라는 벤처기업을 만든다. 세라믹을 경량화하고 값을 매기고 또 기업에 거래를 요청했지만, 전과 같은 똑같은 피드백을 받았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최대 시련이었다. 몇 달 간 집에서 칩거를 하다 고베에 갔다. 겨우 25살 청년이었지만, 용감하게도 야쿠자 본사 앞에서 “당신들의 오야붕(두목)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 내가 세계 최고의 세라믹을 만든 사람이다.” 라는 말을 단도를 목에 댄 채 뱉었다. 결국 야쿠자 두목을 만났고 그에게 “당신이 내가 바라는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내 인생이 끝날 때까지 형님으로 모시겠다, 일본기업의 이 치밀한 기업 구조를 깨트려 달라”고 부탁했다. 두목은 “너의 물건을 살 사람이 일본에만 있나? 미국에는 없나?” 하고 물었다. 순간 머리가 딩, 하고 울렸다. 자기의 작품을 항상 도시바나 마쓰시타 같은 자신의 나라 일본 대기업에 파는 것만 꿈꿨던 것이다.

큰 깨달음을 얻고 미국에서 보디랭귀지를 해가며 결국 거래를 성사시켰다. 거래한 미국회사는 유명한 ‘T.I (Texas Instruments,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기업이었고 이나모리에게 선급금까지 내며 세라믹 제품을 사들였다. 그것이 지금 교세라가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던 사건이었다.

양준호 교수는 자신이 정리한 이나모리의 일과 성공의 12원칙을 화면과 함께 보여주었다.




일과 성공의 12원칙

1. 사업의 목적과 의의를 명확하게 설정하라

연구개발 또는 투자의 목적이 조금 개략적이어도 인류 전체의 생활에 기여하거나 아니면 지구자원 환경 보전에 도움이 되는 등, 대의명분이 있는 보다 높고 대국적인 목적을 설정하면 사업에 관여하는 멤버 전원이 헤매지 않고 사명감을 가지고 사업에 몰두 할 수 있다.

2.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기 쉬우나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는 것과 시간 축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설정한 목표를 늘 항상 동료와 공유하는 것, 즉, 연구개발 동료, 제조 및 영업 관련 현장 사람들과 자신의 구체적인 목표를 공유하면 관계자 전원의 벡터(Vector)가 맞으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3. 강렬한 염원을 마음에 품어라.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강한 염원을 계속해서 되새기고 또 마음에 품게 되면, 그 목표가 잠재의식에까지 스며들어 각인됨으로써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강한 염원을 계속해서 마음에 품는 프로세스는 스포츠에서 승리의 순간에 관한 이미지를 늘 강하게 의식하는 이미지 트레이닝 등과 같은 맥락의 것이다.

4.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을 하라

가장 난이도가 높은 조항이다. 사업도 연구개발도 경쟁 없이 불가능 하다. 따라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의 노력을 하지 않고 경쟁 상대에게 이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노력과 중도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다.

5. 매출은 최대한으로, 경비는 최소한으로

매출을 가능한 한 늘리고 경비는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이익과 직결된다는 경영의 기본적인 원리원칙이다. 매출을 늘리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투자와 경비가 증대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사고 방식에 대한 전면적 비판이다. 연구개발의 장에서도, 돈을 쓰지 않고도 매출을 놀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함축적인 지침이다.

6. 가격책정(determination of price)은 경영 그 자체

이는 경영결과를 좌우하는 최대의 포인트. 고객이 만족하면 구매해줄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은 단 하나의 점(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점을 찾아내는 노력을 연구개발의 단계에서부터 아끼지 않는 것이 (사업화에 있어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고객이 기꺼이 사줄 수 있는 최대 라인이 얼만큼인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7. 기업의 강한 경영

위에서 했던 비슷한 이야기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다.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강한 의지가 나타나야 한다.

8. 불타는 투폰

“씨름을 할 때는 씨름판 한가운데서 하라”. 이나모리는 ‘일은 왜 하는가’, ‘카르마 경영’ 등에서 경영자와 인재를 구분한다. 가연성 물질, 불연성 물질, 자연성 물질로 사람을 구분하는데, 가연성 물질은 열정적인 사람이 있으면 주변도 열정적으로 된다는 것이다. 불연성물질은 아무리 경영자가 자신을 불태워도 주변이 불타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자연성은 자기 스스로가 타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최고의 가치다.

9. 용기를 가지고 만사에 임한다.

연구개발에 관여하는 사람에게도 경영자와 같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격투기에서 볼 수 있는 투쟁심, 어떠한 곤란함도 굴복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10. 항상 창조적인 일을 하라

경영의 원점 12개조 중 제4조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노력을 하라’에서 말하는 지속적인 꾸준한 노력에 더해,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와 같이 지금의 기술에 만족하지 않고 매일매일 창의적인 고민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을 감행하는 것이 위대한 기술개발로 이어진다. (창조 = 늘 반성하고 개선하려는 마음)

11. 타인에 대해 배려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임하라

마음을 갈고 닦아 마음가짐을 함양하면 일의 능률이 오르고 인생의 질도 향상된다. 이것은 이나모리의 지론이다.

12. 늘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꿈과 희망을 품고 순수한 마음으로 경영하라.

연구개발에 임할 때,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타인에 대한 친절함과 밝음을 통해 꿈과 희망을 주게 되면 자기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

직장 및 인생에서의 성공 = 주관적 사고 x 열정 x 능력

아무리 능력과 열정이 있어도 부정적 사고로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부정적 사고에 열정과 능력이 곱해지면 최악의 상황을 부를 것이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생동감 있는 강연이 이어졌다. CEO로 존경받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원칙과 가치관을 역자인 양준호 교수로부터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강연에서 나온 얘기 외에도 책에는 경영자는 아니지만 구성원으로서 일할 때의 마음가짐, 그리고 기업을 잘 굴릴 경영방법에 대한 도움말이 제시되어 있다. 딱딱한 말과 행동이 아닌 윤리적으로 보았던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하는 『일심일언』. 아로새겨두어도 전혀 해 될 것이 없는 조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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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일언 이나모리 가즈오 저/양준호 역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일심일언』은 이나모리 가즈오가 자신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바라며 인생과 일에서 얻은 지혜의 정수를 전하는 최초의 자기계발서다. 현실과 동떨어진 공리공론이 아니라, 바닥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살아오며 그의 인생으로 증명한 현실감 가득한 성공 노하우이다. 그리고 고통과 고민 속에서 직접 습득해 열정과 경험이 생생히 담긴 인생 가이드다. 지치고 힘든 현대인이라면 마음에 새겨두고, 주저앉고 싶을 때나 인생에 장애를 만났을 때 하나씩 꺼내서 다시 곱씹어 볼 만한 일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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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 #일심일언 #교세라 #아메바 경영 #양준호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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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7.31

성공한 사람들은 정말 남다른 실천력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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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리

2013.07.30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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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괴담

2013.07.19

세상을 넓게 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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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닉네임은 가젤. 눈망울이 가젤을 닮았다고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다. 실제로 잘 뛰어다니며, 벌려놓은 일에 쫓기기도 한다.
인생 최대의 목표는 '재미'다. 문화와 예술,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학습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리듬감 있고 담백한, 그리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채사모 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