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한쪽 발을 들고 쉬를 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5월 11일, 세계 공정무역의 날에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에선 옛이야기가 울려 퍼졌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어울리는 이야기의 향연. 『옛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 작가 강연회, 아이들과 양육자들이 모인 가운데 정숙영 저자가 건네는 ‘우리 옛 그림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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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가 통통통 뛰는 이유
정숙영 저자는 예전만큼 도시에서 보기가 쉽지 않은 참새 이야기를 꺼낸다. 아이들에게 묻는다. 참새들이 어떻게 걷고 뛸까? 아이들의 지저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뛰듯이 걷는 참새, 통통통 혹은 볼똑볼똑 걷거나 혹은 뛴다. 참새는 왜 이렇게 걸을까? 거기에 얽힌 옛이야기를 저자가 들려준다. 이런 ‘사연’이 있었다.
옛날, 추수를 마치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추수한 곡식으로 떡을 만들었다. 제사상에 올려놨는데, 파리가 떡 위에 앉았다. 화가 난 사람들, 하느님께 이를 일렀다. 파리가 먼저 음식을 먹고 있어요. 하나님이 당장 파리를 잡아 들였다. 혼냈다. 하늘법정에 불려간 파리, 억울하다며 하소연을 했다. 아니 고자질이었다. 저보다 먼저 먹은 애가 있어요.
하느님, 물었다. 누구냐! 파리, 참새라고 고자질(?)을 했다. 자신보다 먼저 곡식을 먹었다는 것. 하느님,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참새를 대령시켰고, 멋도 모르고 불려온 참새, 1만 8,970개의 매를 다리에 맞았다. 그렇지 않아도 몸에 비해 가는 다리를 가진 참새, 그렇게 많은 매를 맞았으니 아프고 아팠다. 이후 걸을 때마다 너무 아파서 아야, 아야 하면서 통통통 걷게 됐다는 옛이야기.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지금 만든 이야기가 힘을 잃지 않고 세월을 이겨내면 우리도 옛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요.”
“옛사람들이 만들어냈고, 지금까지 전해지는 많은 옛이야기들을 곰곰 살펴보면 결국 사람에 대한 관심, 우리를 둘러싼 사물과 동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를 둘러싼 사람과 동물들에 대한 관심은 애정에서 오는 것이고, 그 애정이 바로 일상을 살아가는 긍정적인 힘이 되는 거지요. 옛이야기가 오랫동안 살아남은 이유는 아마도 이것 때문이지 않나 싶어요. 옛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람들이 세상과 주변에 보여 주는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p.9) | ||
책을 쓰게 된 이유
매작도에 그려진 매화, 음력 정월 이전에 피는 꽃으로, 새해를 의미한다. 참새는 새해 기쁜 소식이 온다는 의미로 그려 방에 걸어놓고 감상을 했다. 이런 매작도를 보면서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새와 꽃을 그린 그림을 화조도라고 하는데, 화조도에는 암컷, 수컷이 쌍으로 항상 나온다. 그렇듯 꽃과 새는 항상 짝을 이룬다. 여기에도 율법이 있어서 학과 소나무, 참새와 소나무는 그려지지 않고, 봉황과 배나무, 모란과 원앙, 닭과 맨드라미 등이 함께 그려진다고 한다.
호랑이를 잡는 다양한 방법을 담은 옛이야기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호랑이 이야기를 꺼낸다. 아이들, 호랑이에 귀를 쫑긋 세운다. 과거, 호랑이는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많이 줬다. 그러나 옛이야기에서 호랑이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우스꽝스럽고 재미난 동물로 나타난다.
아이들에게 묻는다.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곶감이요. 곶감.” 호랑이와 짝을 이루는 곶감, 빠질 수 없다. 저자는 이 흔한(?) 곶감 말고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호랑이가 곶감 외에 무서워한 것이 소나기였단다. 이야기는 이렇다.
중국에 살던 호랑이가 우리나라 작은 마을에 찾아왔다. 마침 사람들이 보리를 타작하고 있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자, 사람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각자의 집에 들어갔다. 이런 모습을 본 호랑이, 소나기에 대해 겁을 집어먹고, 어느 집 외양간에 들어갔다. 밤이 됐다. 우연하게 소도둑이 들었다. 소도둑이 어두운 외양간에서 손을 더듬어 부드러운 털이 만져지자, 그걸 훔쳐서 달아나고자 했다. 문득 어둠의 손길을 느낀 호랑이, 소나기가 자신의 등에 탄 줄 알고 힘껏 밤새도록 달렸다. 한편 소도둑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호랑이 등을 꽉 붙들었다. 아침이 됐다. 소도둑, 소가 아닌 호랑이인 것을 알았다. 깜짝 놀라 뛰어내릴 기회를 노려 뛰어내렸다. 호랑이는 호랑이대로 소나기가 떨어진 줄 알고, 중국까지 내쳐 달려 한국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소나기를 무서워한 호랑이 이야기에요. 이것 외에도 호랑이를 잡는 다양한 방법이 옛이야기에 많이 나와요. 재밌는 것은 그 이야기에서 호랑이를 잡는 것은 어른 아닌 어린이였어요. 어떻게 호랑이를 잡았을까요?” 호랑이를 잡는 법에 대한 옛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느 고을에 엄마와 아들이 살았다. 아들이 마당에 구덩이를 파고 깨를 심었다. 깨가 났고, 깨를 빻아서 참기름을 만들었다. 아이는 그것을 강아지에게 반질반질해지도록 묻혔다. 이어 강아지에게 밧줄을 묶고 한 쪽 끈은 나무에 묶었다. 참깨 냄새를 맡고 호랑이가 왔다. 그리곤 강아지를 삼켰다. 그런데 워낙 미끄럽다보니 똥꾸멍으로 강아지가 쏙 빠져나왔다. 그렇게 호랑이를 잡았고, 그것을 반복하면서 수십 마리의 호랑이를 잡았고, 아이와 엄마는 가죽을 팔아서 부자가 됐다는 옛이야기. 믿거나말거나 재미있는 옛이야기.
“옛이야기와 옛 그림이 만났다고 해서 그렇게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예전에 옛이야기는 지금처럼 책으로 읽는 게 아니었어요. 할머니나 할아버지, 혹은 엄마나 아빠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하나둘 꺼내 놓는 선물보따리 같은 것이었죠.”(p.4) | ||
옛이야기의 장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이야기가 새끼를 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옆 마을 아이가 호랑이를 잡겠다고 나섰다. 어떻게 잡을까 고민하다가 두 번째 손톱을 길렀다. 호랑이가 큰 바위 아래 낮잠을 잘 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위가로 갔다. 호랑이가 자고 있었다. 잠자는 호랑이 코에 십자 자국을 내고, 호랑이 꼬리를 밟고 놀래 켰다. 호랑이가 깜짝 놀라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가죽은 남고 알몸만 남았다. 이 아이도 호랑이 가죽을 챙겼다.
“어린이가 호랑이를 잡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기발하고 재치 있는 방법으로 호랑이를 잡는 옛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옛사람의 여유나 재치, 지혜를 엿볼 수 있죠? 우리 옛이야기에는 지혜로운 어린이가 이렇게 많이 나와요.”
옛이야기 속 어린이
이어지는 이야기에도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중국 황제가 우리나라 사람의 지혜를 실험하기 위해 하늘을 덮을 천막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왕의 명을 받은 박문수 어사가 고민을 하다가 길을 나섰다. 소나기가 내려서 어느 집 지붕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집을 들여다보니 아이가 구슬에 실을 꿰고 있었다. 구슬 안이 굽이굽이 굽어져 있었는데, 아이는 개미허리에 실을 묶어 구슬 다른 끝에 꿀을 발라서는 실을 꿰는 지혜를 발휘했다. 옳다구나! 박문수가 머리를 쳤다. 하늘을 덮는 천막을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지 아이에게 물었고, 이 아이는 중국 황제에게 먼저 하늘이 몇 미터인지 재서 달라고 요구하라고 했다. 중국 황제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이후 중국의 황제는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지혜가 한 나라를 구한 것이다.
“어린이가 나오는 지혜로운 옛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아이가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옛이야기도 많아요. 어른들은 상식적인 수준의 생각만 해요. 그래서 문제 해결을 못하기도 하지만 아이는 어른보다 더 큰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죠.”
저자는 이어 화로와 꿩 이야기를 꺼냈다. 우선, 화로의 발이 세 개인 연유를 담은 이야기. 화로의 발은 원래 네 개였다. 그렇다면 누가 잘랐을까. 하느님! 처음 세상을 만들 때, 각각에게 다리를 점지하면서 개에겐 세 개를 줬다. 이에 개가 불만을 토로했다. 화로는 4개인데, 왜 자신은 3개냐며 하소연 하자, 하느님이 화로의 발 하나를 개에게 줬단다. 이렇게 해서 화로는 3개, 개는 4개의 다리를 갖게 됐는데, 그 표식이 있단다. 개가 오줌 눌 때, 한쪽 다리를 들고 눈다. 그 이유, 화로에게서 받은 다리 하나가 무척 소중해서 쉬가 튈까봐 다리 하나를 들고 오줌을 눈단다. 믿거나 말거나, 저자가 무척 좋아하는 옛이야기.
이어 꿩 이야기. 까투리(암컷), 장끼(수컷)가 있는데, 사람과 달리 암컷이 소박하고 소탈하게 생겼고, 수컷은 잘 생겼다. 이 이유를 담은 옛이야기. 많은 생명이 겨울이면 먹을 것이 없어서 배를 곪았는데, 참새가 쥐가 저축을 잘 해서 먹을 것을 쌓아놓는다는 얘길 듣고 쥐에게 먹을 것을 부탁했고 얻었다. 꿩도 먹을 것을 구하고 다니다가 식량을 구해오는 참새를 만났다. 얘기를 듣고 꿩도 쥐에게 양식을 꾸러 갔다. 쥐를 뭐라고 불러야할지 몰라서 쥐구멍 앞을 서성이고 있던 찰나, 이 모습을 본 토끼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토끼가 꿩에게 뭔가를 알려줬는데, 꿩이 이를 잊고 ‘고양이밥’이라고 부르며 문을 두드렸다. 마침 수제비를 만들고 있던 쥐가 누가 자신을 고양이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났다. 밀가루 반죽한 손으로 꿩 목을 잡고 흔들면서 때렸다. 그래서 장끼에겐 밀가루 자국이 하얗게 나고, 볼에는 멍이 들었다. 그래서 장끼가 화려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옛이야기.
“옛이야기가 재밌으면서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궁금했어요. 여러분도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요. 소설이나 동화책은 작가가 있는데, 옛이야기는 작가를 몰라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서 옛이야기가 된 거예요. 옛이야기는 단단합니다. 기억에 의존해서 입에서 입으로, 말에서 말로, 사람들에 의해서 전해져서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전해졌고요. 그건 힘이 강하다는 의미에요. 여러분도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고 친구에게 전해서 100~200년 후에도 그 이야기가 사람들이 말하게 되기를 바랄게요.”
“옛이야기는 처음에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대신에 확실한 건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할머니에게서 손자, 손녀에게로 그 손자, 손녀에게서 다시 그 자식들에게로 전해져 왔다는 거예요. 그러는 사이에 이야기를 전하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면서 지금의 옛이야기가 되었어요. 그래서 옛이야기는 어쩌면 글로 쓰인 소설보다 훨씬 강하고 단단하다고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입에서 입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 왔으니까요.”(p.5) | ||
- 옛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 정숙영 글/홍지혜 그림 | 웃는돌고래
저자 정숙영 선생님은 대학원에서 구비문학을 전공했고, 지금도 옛이야기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화가인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그림 공부도 했고요. 미술과 우리 문학이 이렇게 멋지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옛이야기 들으러 미술관 갈까?》를 읽고, 미술관에 가 보세요. 옛 그림이 들려주는 옛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러다 우연히 ‘옛이야기 이모’를 만나게 되면 꼭 졸라 보세요. “옛이야기 이모! 새빨간 거짓말이 우글우글한 거짓말 우물에 빠진 물고기 이야기 들려주세요!” 하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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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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