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가 나의 정보를 악용한다면?
매달 세 번째 주 목요일, 인문 카페 창비에서 열리는 인권 영화제 ‘인권이 머문 시선, 불편해도 괜찮아’. 이번 시간은 ‘디지털 시대, 빅 브라더의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정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201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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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어딜 가던 CCTV를 볼 수 있다. CCTV는 우리를 보호해 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록하기도 한다. 영화 <백문백답>과 <진실을 위하여>는 우리를 지켜주리라 기대하는 CCTV가 다른 방향으로 사용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회: 창비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하는 인권 영화제, 그 세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디지털 시대, 빅 브라더와 시선’이라는 제목으로 <백문백답>의 김대승 감독님과 <진실을 위하여>의 신동일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백문백답>과 <진실을 위하여>는 <시선너머>에 실린 단편으로 2009년 겨울에 제작되었습니다. 특별히 그 해에는 개인 정보 인권이라는 주제를 드렸습니다. 어려운 주제라 감독님들이 촬영하며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김대승: <시선너머>에는 다섯 편의 영화가 실렸는데 그 중에서 저와 신동일 감독님만 개인 정보라는 주제를 받았습니다. 다섯 명이 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찍는 줄 알았는데, 우리 둘에게 어려운 주제를 준 셈입니다. 과연 국가인권위원회는 감독의 인권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요?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깐 신동일 감독님 영화 참 재미있었습니다.
신동일: 당시에는 필수 과제를 실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다시 보니 잘 진행된 것 같습니다.
사회: 인권위에는 개인 정보 관련해서 2002년에 31건의 진정이 들어왔는데, 2012년에는 6,368건으로 늘어났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개인정보 침해가 많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인권의 개념이 부각되면서 인권 침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을 인권 침해라고 여기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
CCTV는 만능이 아니다
관객: 최근에는 CCTV를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CCTV를 더 많이 설치하는 것이 사회를 안전하게 하리라는 믿음이 퍼져 있습니다.
신동일: CCTV 덕분에 도둑을 잡았다거나 문제를 해결했다는 뉴스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CCTV가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려해야 할 요소는 분명히 있습니다. CCTV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부정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김대승: 우리는 살면서 CCTV에 무수히 노출됩니다. 내 정보를 누가 알기도 하고 사생활을 침해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관리하는 상위 계급과 다투게 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언제나 권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조금은 과장되고 지나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비록 야릇한 분위기가 연출되더라도
관객: <백문백답>의 주인공은 성폭행을 당한 여성이고, <진실을 위하여>의 주인공은 병원 측의 실수로 유산을 하게 된 여성입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여성인데, 어떻게 여성과 개인정보를 연관시킬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신동일: 처음 작품을 구상했을 때는 청소하는 노인 여성과 그녀를 감시하는 20대 여성 관리자를 주인공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산의 모 병원에서 <진실을 위하여>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부인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반응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되어버렸습니다.
관객: <백문백답>의 주인공 희주는 팀장과 무척 친밀하게 지냅니다. 이상야릇한 표정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희주가 팀장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동정을 덜 받는 것 같은데, 일부러 그렇게 의도하신 건가요?
김대승: 네. 일부러 그랬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면서 친하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주가 어느 순간 팀장에게 그만하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팀장은 희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완력을 사용합니다. 둘 사이에 이상 야릇한 분위기가 있는 것과 희주가 거절한 이후에 팀장이 한 행동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저는 그 둘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희주가 거절한 순간에 끝이 났어야 합니다.
댓글을 달기 전에 한 번만 더
관객: 저는 영화에 등장하는 주변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선후관계가 어긋난 이야기를 함부로 하면서 주인공에게 낙인을 찍습니다. 이는 현실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신동일: 제 주변에서도 악의가 담긴 이야기를 퍼져서 멀쩡한 사람이 매장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지극히 내밀한 자신의 비밀이 만 천하에 폭로되어 버린 건데, 그런 경우가 너무 비일비재 합니다. 저 또한 인터넷 댓글의 피해자입니다. <반두비>가 개봉되었을 때 엄청난 인신공격을 당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댓글을 올립니다. 자판을 치기 전에 역지사지의 자세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김대승: 익명 뒤에 숨어 남을 공격하며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와 친한 동료였던 이은주도 그런 식으로 잃었기 때문에 남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반면에 인터넷 댓글의 좋은 점도 있습니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이 남학생이 계속 신경 쓰이자 병원에 갑니다. 의사는 이병헌에게 정상이라고 말을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찍은 장면인데, 잘 살펴보면 동성애자는 비정상이라는 소리도 됩니다. 그런 대사에 상처를 받았다는 댓글을 보면서 제가 큰 실수를 했구나 깨닫기도 합니다.
관객: 영화 제목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김대승: 제목이 참 후지죠? 예전에는 사이트에 가입하려고 하면 사생활이나 취미 같은 걸 집어넣어야 했습니다. 나를 드러내는 일이 무엇으로 돌아올지 모르지만, 드러내야만 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서 <백문백답>이라고 했습니다.
신동일: <진실을 위하여>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저와 동갑인 고 최진실을 추모하는 의미였습니다. <진실을 위하여>의 영어 제목은
사회: 온라인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마음대로 글을 쓰지만, 그 글이 누구에게는 칼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 감독은 작품을 만들면서 대중을 만나는데 엄청난 자존감이 없으면 힘들 거란 생각을 합니다. 칭찬하는 글도 많지만 비방하는 글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대승 감독님은 <번지점프를 하다>를 찍고 나서 동성애자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고, 신동일 감독님은 <반두비>를 찍고 나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인권 영화를 찍으면서 공부한 기분이 들었다
관객: 두 분 감독님은 인권 영화를 찍으셨는데, 실제 생활에서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얼마나 존중해 주는지 궁금합니다.
김대승: 영화 감독은 촬영을 하다 보면 스태프의 인권을 침해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권 영화를 찍으면서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많은 감독이 인권 영화는 한 번쯤은 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인권 영화를 하면서 스스로 좀 달라진 느낌입니다. 공부한 기분이 듭니다.
신동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랍니다. 말은 거창하게 하고 문제 의식 있는 작품을 만들지만, 실제 제 삶은 어떤가 생각해보면 반성을 하게 됩니다.
사회: 인권을 위해서 일을 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인권은 매번 가치 판단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농담으로 “인권 싫어. 차별 좋아”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인권 침해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누구도 쉽게 답을 할 수 없습니다.
관객: 최근에는 학생의 인권이 많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교권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등, 악용도 많이 되고 있습니다. 인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김대승: 인권이란, 사람이라면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촬영장은 전쟁터입니다. 매시간이 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잠도 못 자고,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심지어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인권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불편하고 손해가 되더라도 사람이 사람으로써 품위는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학생 인권 때문에 힘드실 겁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때리고 벌을 줘서 통제하면 과연 행복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동일: 올해 딸이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대안학교에 보냈는데, 사랑과 자발성이라는 그곳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무엇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장소입니다. 교훈적인 이야기 같지만 사랑하는 마음과 타의가 아닌 자발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시간이 되신다면 다음 달에도 꼭 참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윤성호 감독님과 전계수 감독님을 모시고 청소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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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
필자
정준민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는
뭐꼬
2013.05.30
sh8509
2013.05.03
스니키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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