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특집] 영화 덕분에 책이 더 잘 팔린다 ‘지금은 스크린셀러시대’
영화계가 원작의 덕만 보던 시대는 갔다. 영화화가 결정되면서 주목 받는 원작 소설이 들어나면서 ‘스크린셀러’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스크린셀러는 최근 출판계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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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셀러는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친 신조어. 영화로 제작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원작 소설을 나타내는 말로 최근 출판계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라이프 오브 파이>가 국내 개봉되면서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으며, 톨스토이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도 영화화되면서 원작 읽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임순례 감독이 영화화한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도 개봉 후,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박범신의 『은교』,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수잔 몰린스의 『헝거 게임』,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등이 대표적인 스크린셀러였다.


원작이 영화화됨에 따라 각 출판사들은 책 표지에 영화 포스터를 넣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으며, 영화 개봉에 맞춰 원작을 재출간하는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영화사들은 원작의 작품성을 강조하며 관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출판계와 영화계는 ‘스크린셀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젊은 날의 초상』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박범신의 『미지의 흰새』 등 대작가들의 작품이 영화화된 바 있지만, 영화의 인기가 원작 소설의 판매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1980, 90년대 관객들은 이미 영화를 통해 본 동일한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최근 원작의 영화화가 두드러지게 된 것은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던 과거와 달리, 감독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원작을 풀어내는 영화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원작과 다르게 끝나는 영화의 결말, 또는 변화된 등장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원작을 찾아 읽게 된다. 또한 영상매체를 친근하게 느끼는 젊은 관객들이 영상으로 원작을 먼저 접한 후 인쇄매체가 주는 또 다른 감동을 얻기 위해 서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오는 4월 25일부터 열리는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는 ‘숏!숏!숏! 2013’ 프로젝트를 ‘소설, 영화와 만나다!’ 콘셉트로 구성해 소설과 영화의 만남을 주선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김영하 작가의 단편 작품을 독립영화로 제작해 공개한다. 이상우 감독은 김영하 작가의 ‘비상구’를, 이진우 감독은 ‘피뢰침’을 <번개와 춤을>이라는 영화로 새롭게 탄생시켰으며 박진성, 박진석 감독은 ‘마지막 손님’을 <더 바디>로 각색해 연출한다. 한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필름마켓에서는 출판산업과 영화산업의 가교 역할을 위한 ‘Book To Film’ 행사를 열어 원작 판권을 구하는 영화계 관계자들과 출판사들의 만남을 기획했다. 행사를 통해 박성경의 『쉬운 여자』, 정다미의 『공중그녀』, 이재익의 『심야버스괴담』 등이 영화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스크린셀러 열풍에는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스타 작가들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영화사로부터 판권 문의가 많이 온다. 영화화가 되면 작품의 2차 판매 및 부가 수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영화가 실패했을 경우에는 원작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 염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학상 공모에 영화화를 겨냥한 글쓰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소설 스크린셀러


은교

박범신 저 | 문학동네

2010년 1월, 소설가 박범신이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 연재한 장편소설. 정지우 감독은 『은교』를 읽고 세 주인공 이적요, 서지우, 은교의 관계에 매력을 느꼈고 이적요(박해일)의 순정에 주목한 영화 <은교>를 탄생시켰다. 정지우 감독은 “70대의 이적요, 30대 서지우, 10대 은교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젊음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싶었다"며 원작을 선택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박범신은 영화 <은교>의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은교』는 나이가 든 분들에게는 '내 마음속에서 아직 청년의 마음이 있구나'하는 것을, 청춘들에게는 그러한 젊음이 정말 한 순간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도가니

공지영 저 | 창비

공지영 작가의 2009년 작. 포털 Daum의 ‘문학속세상’에 연재한 원고를 보완해 출간한 장편 소설이다. 2005년 TV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광주의 모 장애인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다. 전작 <마이 파더>를 연출했던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공유, 정유미가 주연을 맡았다. 약 470만 명의 관객수를 동원했으며 영화가 개봉된 후 원작 『도가니』는 판매 부수가 급증하며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공지영 작가는 영화화가 되고 작품이 더 관심 받는 현상을 보며 약간의 아쉬움을 표했으며, 영화 <도가니>는 주연을 맡은 배우 공유가 원작을 읽은 후 영화화를 제안해 제작된 작품이기도 하다.



완득이

김려령 저 | 창비

2007년 『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마해송문학상을,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한 김려령 작가의 성장소설. 주인공 완득이는 가난한 집 아들에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소년. 이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완득이>에서는 배우 유아인이 ‘완득’ 캐릭터를, 김윤석이 오지랖 선생 ‘동주’ 역으로 열연했다. 이미 70만 부 이상이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원작 『완득이』는 2011년 영화 개봉 후, 재판을 거듭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한 감독은 <완득이>를 통해 다문화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포용이 확장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열녀문의 비밀

김탁환 저 | 민음사

소설가 김탁환의 장편 역사추리소설 ‘백탑파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2011년 김석윤 감독에 의해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개봉되어 재조명 받았다. 열녀 종사 폐단을 한탄한 박지원의 글 「열녀함양박씨전」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여졌으며, 경직된 사고 아래 무한한 상상력을 펼쳐 나간 소설 흥성기를 배경 삼았던 전작 『방각본 살인 사건』에 뒤이어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용 학문이 퍼져 나가는 시대상을 바탕으로 했다. 김탁환 작가는 <조선 명탐정>이 흥행에 성공하며 추가 인세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탁환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소설이 영화화될 때는 완전히 감독에게 작품을 맡겼으나 ‘조선명탐정’의 성격이 원작과 너무 판이해진 것을 보고 영화기획에 뛰어들게 됐다”며, “소설을 쓸 때 영화화를 염두에 두지는 않으며, 소설과 영화는 따로 분리해서 일한다”고 밝혔다.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글/김환영 그림 | 사계절

아동문학가 황선미 작가의 동화로 국내 아동출판계 사상 생존작가로는 최초로 100만 부를 기록한 책. 2011년에는 초등학교 4학년 읽기 교과서에 수록됐으며,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양계장을 나온 암탉 '잎싹'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1년 오성윤 감독이 연출을 맡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애니메이션 관객 동원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영화가 성공하며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12년에는 애니 코믹스 세트로도 출간됐으며 스티커북, 퍼즐세트 등 다양한 출간물로 발행됐다.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저 | 문학동네

제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박현욱 작가의 작품으로 2008년 정윤수 감독이 연출, 김주혁, 손예진을 주연으로 영화화되면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갖고 이중 결혼한 아내와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남편의 모습을 축구 이야기와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오늘날 결혼 제도의 통념에 대해 솔직하고 명쾌한 문제 제기를 한 작품이다. 정윤수 감독은 연출 변으로 “원작 소설의 주인공을 더 사랑스럽고 귀엽게 표현해내려고 노력했고, 치열하게 사랑하고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미 문단에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지만, 영화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



밀양: 벌레 이야기

이청준 저/최규석 그림 | 열림원

1985년도에 발표된 이청준 작가의 단편으로 2007년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밀양>의 원작이다.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남는 소설의 전범을 보여주는 고전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은 『벌레 이야기』를 영화화하며 구원과 용서라는 주제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이 개봉되기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1988년 읽은 이청준 선생의 단편소설 ‘벌레 이야기’가 작품의 토대가 됐다. 스토리는 많이 다르지만 거기에서 던져진 인간의 구원에 대한 문제가 꽤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있었고, 그것이 오랜 세월 내 안에서 싹을 틔운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2007년에 재출간 된 『밀양: 벌레 이야기』는 만화가 최규석이 삽화를 담당해 소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이미지와 결합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저 | 오픈하우스

공지영 작가의 2005년 작품으로 세 명의 여자를 살해한 남자, 세 번이나 자신을 살해하려 한 여자. 다른 듯 닮아 있는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 본연의 문제를 깊이 있게 묘사한 소설이다. 2006년에 송해성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으며, 원작 소설의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모티브는 그대로 따오되 그 정도를 약하게 조절하고, 사형수 정윤수(강동원)와 교화원 문유정(이나영)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연출됐다. 당시 영화가 흥행하며 원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무려 120쇄를 찍으며 개봉 전보다 두 배 이상의 판매 속도를 보였고, 10주 이상 베스트셀러 1위를 지켰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만교 저 | 민음사

2000년에 발표한 이만교의 소설로 2002년 유하 감독이 영화화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제2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정보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결혼관을 제시했다. 유하 감독의 전작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스크린에 데뷔한 가수 엄정화가 ‘연희’ 역을 맡았고, 감우성이 노총각 강사 ‘준영’ 역으로 열연했다. 이미 베스트셀러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지만 영화 개봉 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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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도가니 #완득이 #마당을 나온 암탉 #밀양
1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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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괴담

2013.07.29

영화와 책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생각보다 영화와 책이 모두 존재하는 작품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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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fxqlove74

2013.06.04

아무래도 원작이 있다면 좀 더 스토리면에서 '탄탄하다'라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신뢰감이 생겨서 그것이 전반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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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5.31

사람들이 원작이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야기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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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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