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하나의 꿈” - 『딸에게』 인순이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인순이라도, 말 많은 연예계에서 국민가수의 명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을 거다. 그녀가 가장 마음 상처투성이가 되었을 때, 하늘은 예쁜 아이를 내려주었다. 말 할 수 없을 만큼 소중했을 감정이 그녀의 딸 세인에게 전해졌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책을 통해 이 세상 모든 딸에게 따뜻한 모성애가 전해지기를 바란다. 옆에 있을 때 더욱 사랑하기를. 많이 안아주기를.
201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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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예술의 전당 푸치니 홀은 모녀 커플로 가득 했다. 인순이의 첫 저서인 『딸에게』 출간기념 행사를 기다리는 팬들이었다. 그들은 제각각 짝을 이뤄 책을 함께 읽거나 귓속말을 하며 킥킥거리기도 했다. 엄마나 딸의 입장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인순이는 가수가 아닌 엄마로서의 마음을 첫 저서인 『딸에게』에 오롯이 담았다. 늦깎이 아이를 키우며 느낀 점과 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메모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 가난 속에서 자신을 힘들게 키운 어머니를 향한 마음도 고백했다. 항상 용기를 주었던 어머니, 그리고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딸 세인이가 벌써 어엿한 숙녀가 되었기 때문이다.
꿈조차 꿀 수 없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인순이는 가장이 되는 시기가 빨랐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친구가 부러웠지만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놀 생각도,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어릴 적 그녀의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 삼촌을 포함해 11명을 부양하며 살았다. 매우 힘들고 각박한 생활 속에서도 언제나 용기를 주는 엄마였다. 그런 엄마의 씩씩한 모습과 내면의 고통스런 모습까지 보면서 강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혹시 엄마가 아프기라도 하면 내가 병원비를 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 가수라는 직업의 유일한 수입원은 나이트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었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는 밤새 7,8 군데를 뛰어다녀야 했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또 일했다. 그러다 누군가 내게 본격적으로 가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돈 주나요?”라는 진심 어린 질문이었다.
“선배나 후배가 ‘노래를 정말 하고 싶어서 기타 하나 매고 집을 나왔다.’같은 얘기를 하면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아직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저는 돈을 벌기 위해 가수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어린 시절 학교는 못 갔지만 기본 상식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책을 읽었다. 노래를 배울 때도 모르는 것은 놓치지 않고 주변에 꼬치꼬치 물어가며 배웠다. 그때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금탈세 논란까지 겹쳐 슬럼프가 6-7년간 계속 이어졌을 때 일부러 야외공연을 많이 했다. 놀이공원에 가서 공연을 한 적도 있는데, 아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연령층이 다양해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둘리’노래를, 노인층 팬들에게는 민요를 들려주기도 했다. 순간, 미소로 일관하던 그녀의 표정이 진지해지면서 민요 한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놀지는 못 하리라. 창문을 닫혀도 스며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사랑이 달빛인가 달빛이 사랑인가. 텅 비인 내 가슴 속엔 사랑만 가득히 쌓였구나. 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게 무엇인가. 보일 듯이 아니 보이고 잡힐 듯 하다 놓쳤으니 나 혼자만이 고민하는 게 이것이 사랑의 근본인가. * 얼씨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아니, 아니 놀지는 못 하리라. 창부타령(사랑가), 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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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단 하나뿐인 내편, 세인이
옛날 엄마의 엄마는 다른 애들이 놀려서 울고 돌아오면 이렇게 말했어. “뭐가 걱정이야? 엄마가 옆에 있는데…” 그 말 한마디면 마음속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지곤 했었지. 요즘도 그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도는 것 같다. “뭐가 걱정이야? 엄마가 옆에 있는데…” | ||
딸 세인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어느 날 ‘가정실태조사’ 질문지를 들고 왔다. 부모의 최종학력을 적는 칸에 남편은 ‘박사’, 나는 ‘중졸’이라 기입하고 나니 매우 멋쩍었다. 그리고 세인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엄마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엄마, 괜찮아! 난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라고 했다.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아담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도 지지 않는 인순이. 강연을 마치고 ‘나무’라는 곡을 불렀다.
사회자 조연심의 진행으로 질의응답과 독자가 참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꿈은 잠잘 때 꾸는 것이 아니라 잠 못들게 하는 것이 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순이를 잠 못들게 하는 꿈은?
대안학교를 하나 설립하는 게 꿈이다. 강원도 홍천에 4월 12일 개교를 앞두고 있다. 다문화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비율이 28퍼센트밖에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릴 시절 내 자신을 생각했을 때 정체성을 찾는 데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아이들 역시 그런 고민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너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고 너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을 것이다. 교명은 ‘해밀’이라 지었다.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이라는 뜻이다. 내가 운영하고 아이를 보살피지만 여러분이 시키는 심부름을 나 자신이 하는 거라 생각한다. 다문화 아이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펴 주어야 한다.
인순이가 ‘거위의 꿈’과 ‘딸에게’라는 노래를 연달아 부른 뒤, 강연회를 마무리 했다.
천사보다 어여쁜 니가 이세상에 태어나 세상 모둘 가진 기분에 난 울었었지. 엄마라는 이름 속에 강해지는 나를 보았고 내게도 꿈이 있단 걸 깨닫게 됐어. 어느 샌가 이렇게 예쁜 숙녀가 된 널 바라보며 매일 난 기도해. 좋은 사람이 되기를, 고운 사람이 되기를. 너의 손길 필요한 곳들에 아낌없이 손 내미는 사람이 되기를 17집 앨범 수록곡 중,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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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특별한 책을 원한다면 ‘circus A’라는 앱을 다운받아 『딸에게』책의 표지에 카메라를 대보자. 인순이의 노래를 들으며 책을 볼 수 있다.
- 딸에게 인순이 저 | 명진출판
『딸에게 희망엄마 인순이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가수 인순이가 하나뿐인 딸 세인이의 대학입학을 앞두고 세상에 내보낼 준비를 하며 가슴으로 써내려간 편지다. 1978년 데뷔 이래 지난 34년간 정상의 인기와 동시에 여러 역경을 겪었지만 묵묵히 가수 외길인생을 걸어오며, 자신의 꿈과 희망을 노래해온 인순이, 그녀는 어떻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친구들의 카운슬러 노릇을 하고 때로는 엄마의 모든 것을 공감해주는 속 깊은 딸, 공부까지 잘 하는 딸로 키워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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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지민
닉네임은 가젤. 눈망울이 가젤을 닮았다고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다. 실제로 잘 뛰어다니며, 벌려놓은 일에 쫓기기도 한다.
인생 최대의 목표는 '재미'다. 문화와 예술,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학습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리듬감 있고 담백한, 그리고 위트있는 문장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 채사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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