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성에게 꼭 필요한 것은? 책상, 시간, 통장 - 김난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서점가를 휩쓸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김난도는 대표적인 힐링 멘토로 자리잡았다. 많은 독자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후속작을 원했다. 특히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다루지 않았던 계층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써달라는 목소리가 드셌다. 시간이 흘러 김난도의 두 번째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청춘을 넘어서서 어른을 향해 나아가는 이 시대의 어른아이에게 쓰는 글이다. 바로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다.
201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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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후속작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다른 베스트셀러 작가에게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에서 흥미로운 점은 책에서 언급되었던 내용이 실제로 상품화되어 등장했다는 점이다. 책에서 김난도는 결혼한 주부에게 책상, 시간, 통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에서 결혼한 주부를 위하여 아내사랑통장을 출시했고, 상품 출시를 기념한 강연회가 개최되었다. 강연에 앞서 샌드 아티스트 마틸다와 팝페라 듀오 더퍼플의 축하 공연이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김난도 교수가 무대 위에 올랐다.
불혹? 필혹!
김난도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의 초고를 완성한 후 출판사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20대부터 40대를 대상으로 “당신은 어른입니까?”라고 물었다. 응답자의 70%는 스스로가 어른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법적으로는 19세가 넘으면 성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 이전에는 금지되었던 술과 담배, 각종 유해매체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라고 물으면 어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진짜 어른은 언제쯤 되는 걸까? 공자는 40살이 넘어서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불혹(不惑)이다. 그런데 40살이 넘으면 정말로 흔들리지 않게 되는 걸까? 김난도는 40살이 되어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공자나 되니깐 가능한 일이며, 일반적으로 40대는 필혹(必惑)이라고 말한다.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이다. 요즈음에 서점에 가면 40대에 관련한 책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만약에 40살이 넘어서 흔들리지 않게 된다면, 40대를 위한 서적이 이토록 많지는 않을 것이다.
몸은 이미 다 컸다. 하지만 마음은 성장하지 못하여 흔들린다. 이렇게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김난도는 어른아이라고 지칭했다.
어른아이를 만드는 유예사회
김난도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은 왜 김난도가 책을 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대학시절이야 말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냐는 반문까지 들었다. 하지만 김난도는 많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며, 그들의 아픔이 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김난도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여건은 좋아졌다. 대학생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민주화도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파하는 걸까?
김난도는 한국 사회를 유예사회라고 정의했다. 그가 말하는 유예사회란 고민이 뒤로 밀리는 사회를 뜻한다. 한국사회는 해당 나이에 해야 될 고민을 제 때에 하지 못한다. 청소년기는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춘향과 이도령이 그렇고 그런 짓을 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고 못살던 때가 바로 그 시기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청소년기에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왕성하게 표출할 수 없다. 대학 입시 때문이다. 대학교에 간 다음에 마음대로 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청소년기에 필요한 고민이 대학 입학 뒤로 밀린다.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사정은 변하지 않는다. 대학생 시기에는 ‘나는 누구인가?’ 또는 ‘나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필요하다. 하지만 취업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질문을 할 시간적 여력이 주어지지 않는다. 질문은 취업 이후로 밀린다. 김난도는 어렵게 취직해도 퇴사률이 높은 이유 또한 대학교 때 해야 할 질문이 유예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질문의 유예는 어른아이를 만든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유년기에 머문다.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24살인가 25살인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대신 제가 시골에 내려가서 상주를 했습니다. 6개월 뒤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또 시골에 내려가서 상주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연세가 많으셨고,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시면 호상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5개월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런 폐암이었습니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몸져 누우셨고, 모든 집안 문제를 제가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밀려왔기에 힘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잘못한 일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이런 시련이 왔다는 사실에 불쾌했습니다.”
힘든 김난도를 구해준 건 하나의 문장이었다. 그 때 김난도가 읽은 문장은 “남의 탓이라고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무겁고, 내 몫이라고 생각하면 등짐으로 짊어진 무쇠도 가볍다”였다. 이 문장을 통해 김난도는 지금 있는 문제를 내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으리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김난도는 마음의 부담을 덜고 이런 저런 일을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모두들 운명적인 아픔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이런 운명적인 아픔에는 나의 잘못으로 인해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고 사람을 옭아맨다. 하지만 김난도는 그런 아픔이 내 것임을 인정할 때에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아무리 힘든 아픔이라고 하더라도 그 아픔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아이나 남편 뒤에 숨지 말라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결혼은 중요하다. 어른의 어원은 얼우다인데, 이 말은 결혼을 하다 혹은 성교를 하다라는 뜻이다. 어원상으로 살펴봐도 어른이 된다는 건 결혼을 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특히 여성에게 결혼이란 무엇일까? 김난도는 자신이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한국사회에서 주부로 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딸이 결혼할 때 어머니에게 말한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어머니는 답한다. “절대 나처럼은 살지 마라.” 이는 전통적인 결혼 방식이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짐작하게 해준다.
이렇게 어려운 결혼 생활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난도는 한국 주부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 전업주부와 취업주부로 나누어 각기 다른 조언을 해 주었다. 우선 전업주부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기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전업주부의 경우,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아이의 엄마로 불리게 된다. 여기에 전업주부의 경우 자신의 성취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어려움도 있다. 세간에서 바라보는 성공한 전업주부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남편이 승진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전업주부의 뒷바라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업주부가 뒷바라지를 잘한다고 반드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거나 남편이 승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다. 결국 취업주부는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언제 가치 있는가’라는 질문에 취약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 김난도는 전업주부에게 아이나 남편 뒤에 숨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치 판단의 기준을 자기 자신에 두고 내가 언제 가치 있는지를 찾으라는 이야기다.
반면에 취업주부가 갖는 어려움은 시간의 부족이다. 취업주부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역할이 부여된다.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많은 경우 대한민국의 남편들은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 여전히 가사 노동을 여성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여성에게 일을 덜 시키는 것도 아니다. 결국 회사일과 집안일 양쪽에 영혼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회사일과 집안일 모두를 잡은 여성도 있다. 대중 매체에서는 그런 원더우먼을 찬미한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는 취업주부에게 너무나도 많은 걸 요구하기 때문에, 취업주부는 늘 죄책감을 가지고 살게 된다. 주어진 일을 전부 해내지 못하니 자기 자신이 형편없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김난도는 취업주부에게 죄책감을 덜어내라고 조언한다.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미안해하고, 그 외에 부분에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라고 말한다.
결혼한 여성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는?
첫 번째는 ‘자기 책상’이다. 식탁이나 아이 책상은 안 된다. 반드시 자기 책상이어야 한다. 작더라도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는 조언이었다.
두 번째는 ‘자기 시간’이다. 특히 전업주부에게 필요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업주부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김난도는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일 수록 시간 사용에 엄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짬을 내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세 번째는 ‘급여 통장’이다. 주부가 하는 집안일에 대해서 경제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사 노동에 대한 가치 계산은 사고가 났거나, 이혼을 할 때에 진행된다. 그런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가 아니라 평소에도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를 보상 받으라는 이야기다.
“여러분 거지의 꿈은 무엇일까요? 거지는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자기 옆에 있는 자기 보다 조금 더 잘 버는 거지를 부러워합니다. 저는 여성들이 이런 작은 꿈을 갖지 않기를 원합니다. 여성들이 담대한 꿈을 꾸기를 바랍니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최선의 내가 되기 위해서, 조금씩 조금씩 흔들려가며 성장하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불혹? 필혹!
김난도가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의 초고를 완성한 후 출판사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20대부터 40대를 대상으로 “당신은 어른입니까?”라고 물었다. 응답자의 70%는 스스로가 어른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법적으로는 19세가 넘으면 성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그 이전에는 금지되었던 술과 담배, 각종 유해매체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라고 물으면 어른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진짜 어른은 언제쯤 되는 걸까? 공자는 40살이 넘어서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불혹(不惑)이다. 그런데 40살이 넘으면 정말로 흔들리지 않게 되는 걸까? 김난도는 40살이 되어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공자나 되니깐 가능한 일이며, 일반적으로 40대는 필혹(必惑)이라고 말한다. 흔들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이다. 요즈음에 서점에 가면 40대에 관련한 책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만약에 40살이 넘어서 흔들리지 않게 된다면, 40대를 위한 서적이 이토록 많지는 않을 것이다.
몸은 이미 다 컸다. 하지만 마음은 성장하지 못하여 흔들린다. 이렇게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김난도는 어른아이라고 지칭했다.
어른아이를 만드는 유예사회
김난도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했을 때, 그들은 왜 김난도가 책을 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대학시절이야 말로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냐는 반문까지 들었다. 하지만 김난도는 많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며, 그들의 아픔이 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김난도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여건은 좋아졌다. 대학생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민주화도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파하는 걸까?
김난도는 한국 사회를 유예사회라고 정의했다. 그가 말하는 유예사회란 고민이 뒤로 밀리는 사회를 뜻한다. 한국사회는 해당 나이에 해야 될 고민을 제 때에 하지 못한다. 청소년기는 2차 성징이 시작되고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다. 춘향과 이도령이 그렇고 그런 짓을 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고 못살던 때가 바로 그 시기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청소년기에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왕성하게 표출할 수 없다. 대학 입시 때문이다. 대학교에 간 다음에 마음대로 하라는 부모님의 말에, 청소년기에 필요한 고민이 대학 입학 뒤로 밀린다.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사정은 변하지 않는다. 대학생 시기에는 ‘나는 누구인가?’ 또는 ‘나는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필요하다. 하지만 취업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질문을 할 시간적 여력이 주어지지 않는다. 질문은 취업 이후로 밀린다. 김난도는 어렵게 취직해도 퇴사률이 높은 이유 또한 대학교 때 해야 할 질문이 유예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질문의 유예는 어른아이를 만든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은 유년기에 머문다.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24살인가 25살인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 대신 제가 시골에 내려가서 상주를 했습니다. 6개월 뒤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또 시골에 내려가서 상주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두 연세가 많으셨고,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돌아가시면 호상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5개월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런 폐암이었습니다.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는 몸져 누우셨고, 모든 집안 문제를 제가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밀려왔기에 힘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잘못한 일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이런 시련이 왔다는 사실에 불쾌했습니다.”
힘든 김난도를 구해준 건 하나의 문장이었다. 그 때 김난도가 읽은 문장은 “남의 탓이라고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무겁고, 내 몫이라고 생각하면 등짐으로 짊어진 무쇠도 가볍다”였다. 이 문장을 통해 김난도는 지금 있는 문제를 내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으리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김난도는 마음의 부담을 덜고 이런 저런 일을 해결해나갈 수 있었다.
모두들 운명적인 아픔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이런 운명적인 아픔에는 나의 잘못으로 인해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고 사람을 옭아맨다. 하지만 김난도는 그런 아픔이 내 것임을 인정할 때에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아무리 힘든 아픔이라고 하더라도 그 아픔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아이나 남편 뒤에 숨지 말라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결혼은 중요하다. 어른의 어원은 얼우다인데, 이 말은 결혼을 하다 혹은 성교를 하다라는 뜻이다. 어원상으로 살펴봐도 어른이 된다는 건 결혼을 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특히 여성에게 결혼이란 무엇일까? 김난도는 자신이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한국사회에서 주부로 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딸이 결혼할 때 어머니에게 말한다.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어머니는 답한다. “절대 나처럼은 살지 마라.” 이는 전통적인 결혼 방식이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한지 짐작하게 해준다.
이렇게 어려운 결혼 생활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난도는 한국 주부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 전업주부와 취업주부로 나누어 각기 다른 조언을 해 주었다. 우선 전업주부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기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전업주부의 경우,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아이의 엄마로 불리게 된다. 여기에 전업주부의 경우 자신의 성취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어려움도 있다. 세간에서 바라보는 성공한 전업주부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고 남편이 승진을 하는 것이다. 물론 전업주부의 뒷바라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전업주부가 뒷바라지를 잘한다고 반드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거나 남편이 승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다. 결국 취업주부는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언제 가치 있는가’라는 질문에 취약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 김난도는 전업주부에게 아이나 남편 뒤에 숨지 말라고 조언한다. 가치 판단의 기준을 자기 자신에 두고 내가 언제 가치 있는지를 찾으라는 이야기다.
반면에 취업주부가 갖는 어려움은 시간의 부족이다. 취업주부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역할이 부여된다.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많은 경우 대한민국의 남편들은 집안일을 돕지 않는다. 여전히 가사 노동을 여성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여성에게 일을 덜 시키는 것도 아니다. 결국 회사일과 집안일 양쪽에 영혼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회사일과 집안일 모두를 잡은 여성도 있다. 대중 매체에서는 그런 원더우먼을 찬미한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는 취업주부에게 너무나도 많은 걸 요구하기 때문에, 취업주부는 늘 죄책감을 가지고 살게 된다. 주어진 일을 전부 해내지 못하니 자기 자신이 형편없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김난도는 취업주부에게 죄책감을 덜어내라고 조언한다.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미안해하고, 그 외에 부분에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라고 말한다.
결혼한 여성에게 꼭 필요한 세 가지는?
첫 번째는 ‘자기 책상’이다. 식탁이나 아이 책상은 안 된다. 반드시 자기 책상이어야 한다. 작더라도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라는 조언이었다.
두 번째는 ‘자기 시간’이다. 특히 전업주부에게 필요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업주부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김난도는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일 수록 시간 사용에 엄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짬을 내서 자기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세 번째는 ‘급여 통장’이다. 주부가 하는 집안일에 대해서 경제적인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사 노동에 대한 가치 계산은 사고가 났거나, 이혼을 할 때에 진행된다. 그런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때 가 아니라 평소에도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를 보상 받으라는 이야기다.
“여러분 거지의 꿈은 무엇일까요? 거지는 부자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자기 옆에 있는 자기 보다 조금 더 잘 버는 거지를 부러워합니다. 저는 여성들이 이런 작은 꿈을 갖지 않기를 원합니다. 여성들이 담대한 꿈을 꾸기를 바랍니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최선의 내가 되기 위해서, 조금씩 조금씩 흔들려가며 성장하는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김난도 저 | 오우아
전작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로 수출하며 멘토 열풍을 불러온 김난도 교수는 신작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힘겨워하는 문제와 딜레마 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함께 고민한다.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과 진짜 꿈 사이에서 갈등하는 제자, 이런 고민조차 해볼 기회가 없는 취업준비생들, 이밖에도 이직, 연애, 결혼 등 무수한 삶의 화두 앞에서 흔들리는 '어른아이'들이 나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조언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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