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고의 기타ㆍ드럼ㆍ베이스 3인조 - 크림(The Cream)
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에릭 클랩튼이라는 기타리스트의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소환되는 이유는 ‘기타의 신’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는 뛰어난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가 1960년대에 몸담고 있던 3인조 밴드가 지금 소개하는 크림입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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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에릭 클랩튼이라는 기타리스트의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 겁니다. 그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소환되는 이유는 ‘기타의 신’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는 뛰어난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음악사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가 1960년대에 몸담고 있던 3인조 밴드가 지금 소개하는 크림입니다. 헤비메탈에 단초를 제공한 1968년도의 명반, < Wheels Of Fire >입니다.


크림(Cream) < Wheels Of Fire > (1968)

사이키델릭 록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록이 정치적 경향을 드러내고 있던 것과 달리, 영국의 그룹들은 록의 음악성을 향한 끝없는 탐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비틀스가 세워놓은 예술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블루스를 혼합시켜 나갔고 그 속에서 ‘악기예술의 진수’를 캐내는 데 열중했다.


크림(왼쪽부터 진저 베이커, 잭 브루스, 에릭 클랩튼) [출처: 위키피디아]

크림(Cream)은 그 가운데 최강의 전력을 갖춘 팀이었다. ‘기타의 신’ 에릭 클랩튼, ‘드럼의 마왕’ 진저 베이커, ‘베이스의 귀재’ 잭 브루스는 1967년 악기연주에 관한 한 자신들이 지상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이 그룹을 결성했다.

그들은 유명그룹 출신의 명연주자 집단이라는 록사상 최초의 ‘슈퍼그룹’답게 스튜디오가 아닌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했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빠르고 즉흥적인 연주 실력을 뽐냈다. 다른 밴드들이 비틀스 모방에 광분하고 있을 때 그들은 정교하고도 파워넘친 현장(現場)의 록을 추구해간 것이었다. 일반그룹과는 다른 이러한 것들로 인해 크림은 곧바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록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블루스 록에 재즈를 도입한 진보적인 록을 선보이면서 한편으로는 ‘헤비메탈 최초의 원형’을 제시했다. 1967년 이후 영국에는 비틀스 추종자들 못지않게 크림을 모방하려는 수많은 무리들이 생겨났다.

< Wheels Of Fire >는 그들의 마지막 앨범으로 전작 < Disraeli Gears >와 함께 레드 제플린을 위시한 무수한 그룹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해준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무대’에 상응하는 음악을 들려주진 못했다지만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고감도 연주의 충격을 이 음반은 전달하고 있다.

더블인 이 앨범의 한 장은 스튜디오 녹음이었고, 다른 한 장은 샌프란시스코 필모어 공연장의 실황을 담았다. 전자는 우수한 팝 넘버를 끼워 넣어 상업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White room」은 블루스, 록, 그리고 팝이 절충된 완벽한 예였다. 이 곡은 빌보드 싱글차트 톱10에 랭크되는 히트를 기록했다. 「Those were the day」(메리 홉킨 곡이 아님)와 「Born under a bad sign」도 팝적인 색채가 엿보이고 있다.

록의 곡 만들기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과시하려는 듯 「Pressed rat and warthog」은 시대의 추세를 의식한 듯 사이키델릭 록이었고 「As you said」는 무드 있는 테크노 록이었다. 연주의 도사들답지 않게 전자 풍의 사운드를 구사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을 평가 절하하는 팝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헤비메탈로서 보다 순수한 < Disraeli Gears >에 찬사를 돌리기도 한다.

다른 한 장은 「Cross roads」, 「Spoonful」, 「Train time」, 「Toad」 등 총 4곡의 실황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들 연주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언제나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 에릭 클랩튼이지만 여기서 그는 베토벤이 표현한 것처럼 기타야말로 ‘미니 오케스트라’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Toad」의 경우는 진저 베이커의 드럼이 돋보이는 곡으로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은 빠르고 절묘한 즉흥적 스틱 플레이를 펼쳐 보이고 있다. 베이스가 ‘도사’의 손에 들어가면 어떤 연주가 전개되는가, 그것이 이 라이브 레코드에서 잭 브루스가 맡은 몫이었다.

크림의 음악에 싱어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악기지상주의가 가져온 자신감 때문이거나, ‘믹 재거처럼 뛰어다니고, 짐 모리슨처럼 보이고, 로드 스튜어트처럼 소리 내는’ 천재가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크림과 이 앨범의 또 다른 한계일지도 모른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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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헤비메탈 #에릭 클랩튼 #진저 베이커 #잭 브루스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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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2013.01.02

Cream 처음 들어본 밴드 이름인데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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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