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블루스(Blues) 좋아하세요?
보이그룹 출신으로 이보다 더 인정받는 커리어를 쌓았던 이가 있을까요. 로비 윌리엄스가 과거의 음악색깔을 한껏 머금은 음악으로 인기몰이에 나섰습니다. 블루스의 차세대 주자라 언급되고 있는 게리 클락 주니어와 코니 탤벗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노래신동 재키 에반코의 음반도 함께 만나봅니다.
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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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그룹 출신으로 이보다 더 인정받는 커리어를 쌓았던 이가 있을까요. 로비 윌리엄스가 과거의 음악색깔을 한껏 머금은 음악으로 인기몰이에 나섰습니다. 블루스의 차세대 주자라 언급되고 있는 게리 클락 주니어와 코니 탤벗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노래신동 재키 에반코의 음반도 함께 만나봅니다.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 Take The Crown >
선천적인 악동기질과 이에 호환되는 팝 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최대 매력으로 포용하던 1990년대가 마감되자 영국의 국민가수 로비 윌리엄스는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힙합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니카를 전면 채용한 2006년도 작품 < Rudebox >와 복고적인 사운드의 다음 음반 < Reality Killed the Video Star >가 만든 간극은 모호한 초점으로 바뀌어 시무룩한 반응만 낳았다. 그렇게 방향성 수정에 혼란을 겪던 그가 찾은 곳은 흥미롭게도 제 발로 뛰쳐나온 테이크 댓이다.
2010년, 15년의 시간이 만든 완숙한 그룹 분위기는 이상적인 보이 그룹의 성숙을 완성시켰다. 더 이상 개리 발로우와의 갈등은 없었고,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쌓은 로비 윌리엄스는 높아진 음악적 비중으로 뛰어난 음악의 균형성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재결합 음반 < Progressed >는 UK 차트 1위에 오르며 로비 윌리엄스와 테이크 댓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바람직한 재결합 사례를 남겼다. 로비 윌리엄스의 9번째 정규 음반 < Take The Crown >은 이런 의외의 성과에 자극 받은 그의 묘책을 담고 있다.
보이 그룹에 갇혀있던 로커 기질을 실현시키는 것으로 솔로 경력이 시작되었다면 이번에는 테이크 댓의 댄디함을 가져오며 회춘한다. 그의 의도가 드러난 「Be a boy」는 전자음에 삽입한 진득한 색소폰으로 ‘꽃중년’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특히 타이틀 곡 「Candy」는 이 같은 이미지와 음악의 상호작용에서 높은 완성도를 확인시켜준다. 그 비결은 2011년 최고의 히트곡인 마룬 5의 「Moves like Jagger」 작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 펑크(Funk)와 일렉트로니카의 조합의 바탕 위에 브라스, 스트링으로 한 수를 더 두며 젊음을 연장하고 확대한다.
수혈 받은 트렌디한 감각으로 팝이라는 골격을 만들고 록으로 자신만의 낙관을 찍는다. 「All that I want」가 변칙적인 비트와 이를 훑는 기타 스트로크로 흥미를 유발한다면, 「Let me entertain you」의 속도감을 닮은 「Hey wow yeah yeah」는 날카롭게 몰아치는 기타와 전자음으로 초창기의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성기를 일군 팝 록이라기 보단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가미된 밴드 사운드지만 로비 윌리엄스는 자기 음악을 놓치지 않는다.
자칫 가벼울 수 있었던 음반의 무게감도 잡았다. 「Hunting for you」와 「Into the silence」는 U2의 < Joshua Tree >를 연상케 하는 영롱한 기타 톤과 기타리스트 에지의 미니멀한 코드 워크를 담아냈고, 영국 컨트리 가수 리씨와의 함께한 듀엣곡 「Losers」는 목가적인 분위기로 음반의 중량을 다각화했다.
< Take The Crown >은 감성부터 방법론까지 일렉트로니카 댄스 음악의 대세론을 전적으로 따르고 있다. 로비 윌리엄스의 황금기를 보지 못한 세대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 안정감은 2000년대에 쌓은 들쑥날쑥한 그의 그래프를 고르게 하며 2년 전 재결합으로 거두었던 대중의 호응도까지 끌어 모아 UK 차트 1위 자리를 연장시켰다. 그는 그렇게 생존을 위해 선택한 최선 아닌 차선으로 성공을 맞이하고 있다.
개리 클락 주니어(Gary Clark Jr.) < Black And Blu >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블루스(Blues) 좋아합니다’라는 대답을 한다면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음악 마니아끼리의 대화라면 문제 될 것은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블루스란 ‘사모님, 블루스 한 곡 땡기실까요?’에서의 ‘그런 음악’으로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인디와 오버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장르에 대한 편견 역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 시류에 홍대 앞 젊은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 블루스, The Blues >라는 한국 최초의 블루스 컴필레이션 음반의 10월 발매는 그 자체로써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한국형 블루스’라 칭할만한 수준 높은 곡들을 한데 모았음에도 대중의 인지와 인식의 범위를 확대하기엔 아직은 그 힘이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우리는 대중음악의 뿌리라는 블루스에 무지하리만큼 무관심하다.
이런 국내의 외면에도 본국인 미국에서는 ‘네오 블루스 듀오’ 블랙 키스(The Black Keys)가 록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새천년 개러지 열풍의 선봉장인 잭 화이트 역시 자신의 음악적 기틀은 ‘델타 블루스(Delta blues)’라며 이를 자랑스럽게 언급하고는 한다. 소위 ‘SRV(Stevie Ray Vaughan) Kids’라 일컬어지는 존 메이어, 조 보나마사(Joe Bonamassa)는 스티비 레이 본이 영위했던 ‘블루스 슈퍼스타’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또한 ‘듀안 올맨(Duane Allman)의 재래(再來)’라 칭해지는 데렉 트럭스(Derek Trucks)는 「롤링 스톤」에서 집계한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의 2003년 발표에서는 81위를, 2011년에는 당당히 16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고작 1977년생이다. 이런 여타의 주목과 관심이 ‘블루스 리바이벌’의 재현이라 칭한다면 과장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려진 블루스’가 록 신 구석구석에 끊임없는 가지치기를 잇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블루스에 대한 무관심이 안타까운 마음에 정황에 대한 서두가 장황해졌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철 지난 구식 포맷이 아닌 끝없는 재창조 속에서 부활하는 ‘영원의 음악’임을 강조하고 자 함이었다. 이런 현재 진행형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들라면 단연 개리 클락 주니어(Gary Clark Jr.)의 이름이 먼저 언급될 것이다. 서른도 안 된 이 ‘기타 루키’는 블루스의 또 다른 메카로 여겨지는 텍사스 오스틴 출신으로 지역의 유명 클럽 ‘클리포드 앤톤(Clifford Antone)’에서 숱한 라이브를 통해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다. 또한, 지미 본(Jimmie Vaughan)을 스승으로 삼으며 장르적 내공까지 겸비한 ‘블루스 신동’으로 이름을 알린다. (지미 본은 스티비 레이 본의 친형이다)
그를 가장 빛나게 한 순간은 에릭 클랩튼이 개최하는 최대 블루스 페스티벌 < 크로스로드 기타 페스티벌 2010(Crossroads Guitar Festival 2010) >에서의 무대였다. ‘신인에게 기회를’이라는 모토를 실천하고 있던 클랩튼은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다. 하여 블루스의 전설들과 한 무대에 서는 영광을 누림과 동시에 최고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한, 올해 2월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에는 비비 킹, 믹 재거, 제프 벡, 버디 가이 등의 거장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Sweet home Chicago」를 협연하기도 한다. 이쯤 하면 그를 향해 수식어를 남발해대는 각종 매체의 호들갑도 이해가 될 만하다.
메이저 계약 이후 선보인 데뷔 작품 < Blak And Blu >는 표기명대로 ‘흑인 블루스’를 표방한다. 하지만 정통성을 그대로 잇고자 하지는 않았다. 노예의 비통을 세탁시키며 새로운 시대의 감각을 취한다. 그리고 위대한 흑인들이 창조해낸 모든 음악의 기조를 한데 모아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준 「Bright lights」는 간결, 명료한 릭(Lick)이 일품이다. 나아가 괴팍한 퍼지 사운드의 내실과 타고난 소울 필링의 포장은 ‘올해의 블루스 트랙’으로 손색없을 작품이다.
척 베리의 연주를 연상케 하는 「Travis country」는 초기 리듬 앤 블루스의 질주감이 생명인 곡이며, 힙합의 방법론을 차용한 「The life」, 개러지 넘버 「Glitter ain't gold (Jumpin' for nothin')」는 예사다.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식의 둠-메탈(Doom-metal) 리프가 살아 숨쉬는 「Numb」는 다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섹시한 미성 보컬의 네오-소울 「Please come home」, 그리고 마지막 트랙 「Next door neighbor blues」에서는 대선배 로버트 존슨의 레코드를 듣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조악한 질감의 블루스 클래식을 들려주는 발칙함까지 선사한다. 레트로-블루스(Retro-blues)의 기본사양과 이타적 장르라는 옵션이 유기적으로 동거하는 수준 높은 ‘팝 블루스’ 앨범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사실 아쉬움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본디 블루스 팬 입장에서 보는 시각일지도 모르겠다. ‘기타와 연주자’ 그리고 ‘나’ 자신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며 다른 장르와의 접합을 으레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 Blak And Blu >의 백화점식 장르 나열은 블루스의 순도를 떨어뜨리는 방해요소로 처우 되어 골수 마니아들에게는 환대받기 어려울 수도 있는 작업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대하게 될 대상은 이미 소수가 아니다. ‘지미 헨드릭스-레니 크라비츠-개리 클락 주니어’로 이어지는 흑인 록 스타의 계보를 이어받으며 다수 대중을 포섭하는 힘을 얻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고, 더욱 다양한 줄기들을 한데 엮어냈다. 이 신출내기 기타맨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블루스는 비로소 제 주인을 만난 것이다.
재키 에반코(Jackie Evancho) < Songs From The Silver Screen >
음악계에서 라이벌을 엮는 구도는 다양하다. 지역별, 연령별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무엇보다 흥미진진한건 같은 나이에 민족주의가 개입하는 국가별 경쟁이다.
2000년에 태어나 오디션 프로그램 < 아메리카스 갓 탈렌트 >와 < 브리튼스 갓 탈렌트 >로 등장한 두 동갑내기 재키 에반코와 코니 탈보트의 비교는 잔인하지만 흥미롭다. 미국에서 태어난 재키 에반코가 성악을 기초로 한 팝페라 스타일의 보컬을 터득한 반면, 영국에서 출생한 코니 탈보트는 보다 대중적인 가창으로 인기를 취득했다. 고전 음악의 뿌리가 짧은 미국과 클래식 음악의 전통이 두터운 영국에서 정 반대 스타일을 가진 두 꼬마의 등장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이었다.
2010년에 방송된 < 아메리카스 갓 탈렌트 > 시즌 5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재키 에반코는 고향인 피츠버그에선 이미 그 이전부터 ‘꼬마 명사’였다. 1년 전인 2009년부터 데이비드 포스터의 눈에 든 그는 여러 무대에 서며 실전 훈련을 쌓았고, 그 경험을 < 아메리카스 갓 탈렌트 >에서 압축 풀기처럼 펼친 것이다. 그리고 2009년에 발표한 데뷔작 < Prelude To A Dream >과 2011년에 공개한 2집 < Dream With Me >가 빌보드 클래식 차트 2위와 메인 앨범차트 2위에 오르면서 대중의 관심 영역에 포함된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뮤지컬 수록곡들로 채워진 < Songs From The Silver Screen >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편하고 자유롭게 형상화한 재키 에반코는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의 보컬 레인지에서 무리하지 않는다. 영상이나 사진을 보기 전까지 그가 12살 소녀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재키 에반코의 목소리는 안정감 있는 공명으로 음악을 다룬다. 세 곡의 애니메이션 주제가와 세 곡의 뮤지컬 영화 수록곡, 다섯 곡의 영화 삽입곡 그리고 한 곡의 뮤지컬 음악까지, 과연 이 12살 소녀가 부른 노래들이 삽입된 작품들을 모두 보고 불렀는지 궁금할 정도로 곡에 대한 해석력도 출중하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 뮬란 >의 주제가 「Reflection」과 영화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의 주제가로 사용된 「When I fall in love」, 트럼페터 크리스 보티가 참여한 영화 < Summer of 42 >의 주제가 「The summer knows」에서 들려준 가창력은 팝과 스탠더드 재즈도 다루는 재키 에반코의 능력이 가볍지 않음을 과시한다.
하지만 그가 음악에 몰입하게 된 계기를 준 뮤지컬 < 오페라의 유령 >의 삽입곡 「The music of the night」은 마이클 크로포드의 오리지널보다 조금 빠르게 편곡해 급한 느낌을 주고, < 타이타닉 >의 「My heart will go on」은 연주와 편곡에서 감정의 고도를 높여주지 못한 채 밋밋한 전개로 그 감흥을 감퇴시킨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Summer of 42 빌보드 앨범차트 7위를 프린트한 < Songs From The Silver Screen >은 재키 에반코의 가창력만큼이나 선곡이 뛰어나다. 「My heart will go on」이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What a wonderful world」, 「When I fall in love」처럼 널리 알려진 노래뿐만 아니라 1960년대 후반에 제작된 판타지 뮤지컬 영화 < Willy Wonka And The Chocolate Factory >의 「Pure imagination」과 1971년도 작품 < Summer of 42 >의 「The summer knows」, 영화음악의 명인 오스카 해머스타인이 음악을 맡은 1958년도 뮤지컬 영화 < 남태평양 >에 삽입된 「Some enchanted evening」처럼 이제는 아련한 곡들로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룬 은 재키 에반코의 물리적인 나이를 극복한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적설량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채워질 용량은 풍부하다.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 Take The Crown >
선천적인 악동기질과 이에 호환되는 팝 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최대 매력으로 포용하던 1990년대가 마감되자 영국의 국민가수 로비 윌리엄스는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힙합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니카를 전면 채용한 2006년도 작품 < Rudebox >와 복고적인 사운드의 다음 음반 < Reality Killed the Video Star >가 만든 간극은 모호한 초점으로 바뀌어 시무룩한 반응만 낳았다. 그렇게 방향성 수정에 혼란을 겪던 그가 찾은 곳은 흥미롭게도 제 발로 뛰쳐나온 테이크 댓이다.
2010년, 15년의 시간이 만든 완숙한 그룹 분위기는 이상적인 보이 그룹의 성숙을 완성시켰다. 더 이상 개리 발로우와의 갈등은 없었고, 성공적인 솔로 커리어를 쌓은 로비 윌리엄스는 높아진 음악적 비중으로 뛰어난 음악의 균형성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재결합 음반 < Progressed >는 UK 차트 1위에 오르며 로비 윌리엄스와 테이크 댓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바람직한 재결합 사례를 남겼다. 로비 윌리엄스의 9번째 정규 음반 < Take The Crown >은 이런 의외의 성과에 자극 받은 그의 묘책을 담고 있다.
수혈 받은 트렌디한 감각으로 팝이라는 골격을 만들고 록으로 자신만의 낙관을 찍는다. 「All that I want」가 변칙적인 비트와 이를 훑는 기타 스트로크로 흥미를 유발한다면, 「Let me entertain you」의 속도감을 닮은 「Hey wow yeah yeah」는 날카롭게 몰아치는 기타와 전자음으로 초창기의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성기를 일군 팝 록이라기 보단 일렉트로니카 음악에 가미된 밴드 사운드지만 로비 윌리엄스는 자기 음악을 놓치지 않는다.
자칫 가벼울 수 있었던 음반의 무게감도 잡았다. 「Hunting for you」와 「Into the silence」는 U2의 < Joshua Tree >를 연상케 하는 영롱한 기타 톤과 기타리스트 에지의 미니멀한 코드 워크를 담아냈고, 영국 컨트리 가수 리씨와의 함께한 듀엣곡 「Losers」는 목가적인 분위기로 음반의 중량을 다각화했다.
< Take The Crown >은 감성부터 방법론까지 일렉트로니카 댄스 음악의 대세론을 전적으로 따르고 있다. 로비 윌리엄스의 황금기를 보지 못한 세대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 안정감은 2000년대에 쌓은 들쑥날쑥한 그의 그래프를 고르게 하며 2년 전 재결합으로 거두었던 대중의 호응도까지 끌어 모아 UK 차트 1위 자리를 연장시켰다. 그는 그렇게 생존을 위해 선택한 최선 아닌 차선으로 성공을 맞이하고 있다.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개리 클락 주니어(Gary Clark Jr.) < Black And Blu >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에 ‘블루스(Blues) 좋아합니다’라는 대답을 한다면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음악 마니아끼리의 대화라면 문제 될 것은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블루스란 ‘사모님, 블루스 한 곡 땡기실까요?’에서의 ‘그런 음악’으로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인디와 오버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장르에 대한 편견 역시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 시류에 홍대 앞 젊은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 블루스, The Blues >라는 한국 최초의 블루스 컴필레이션 음반의 10월 발매는 그 자체로써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한국형 블루스’라 칭할만한 수준 높은 곡들을 한데 모았음에도 대중의 인지와 인식의 범위를 확대하기엔 아직은 그 힘이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여전히 우리는 대중음악의 뿌리라는 블루스에 무지하리만큼 무관심하다.
이런 국내의 외면에도 본국인 미국에서는 ‘네오 블루스 듀오’ 블랙 키스(The Black Keys)가 록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새천년 개러지 열풍의 선봉장인 잭 화이트 역시 자신의 음악적 기틀은 ‘델타 블루스(Delta blues)’라며 이를 자랑스럽게 언급하고는 한다. 소위 ‘SRV(Stevie Ray Vaughan) Kids’라 일컬어지는 존 메이어, 조 보나마사(Joe Bonamassa)는 스티비 레이 본이 영위했던 ‘블루스 슈퍼스타’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또한 ‘듀안 올맨(Duane Allman)의 재래(再來)’라 칭해지는 데렉 트럭스(Derek Trucks)는 「롤링 스톤」에서 집계한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의 2003년 발표에서는 81위를, 2011년에는 당당히 16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고작 1977년생이다. 이런 여타의 주목과 관심이 ‘블루스 리바이벌’의 재현이라 칭한다면 과장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려진 블루스’가 록 신 구석구석에 끊임없는 가지치기를 잇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를 가장 빛나게 한 순간은 에릭 클랩튼이 개최하는 최대 블루스 페스티벌 < 크로스로드 기타 페스티벌 2010(Crossroads Guitar Festival 2010) >에서의 무대였다. ‘신인에게 기회를’이라는 모토를 실천하고 있던 클랩튼은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다. 하여 블루스의 전설들과 한 무대에 서는 영광을 누림과 동시에 최고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한, 올해 2월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에는 비비 킹, 믹 재거, 제프 벡, 버디 가이 등의 거장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Sweet home Chicago」를 협연하기도 한다. 이쯤 하면 그를 향해 수식어를 남발해대는 각종 매체의 호들갑도 이해가 될 만하다.
메이저 계약 이후 선보인 데뷔 작품 < Blak And Blu >는 표기명대로 ‘흑인 블루스’를 표방한다. 하지만 정통성을 그대로 잇고자 하지는 않았다. 노예의 비통을 세탁시키며 새로운 시대의 감각을 취한다. 그리고 위대한 흑인들이 창조해낸 모든 음악의 기조를 한데 모아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준 「Bright lights」는 간결, 명료한 릭(Lick)이 일품이다. 나아가 괴팍한 퍼지 사운드의 내실과 타고난 소울 필링의 포장은 ‘올해의 블루스 트랙’으로 손색없을 작품이다.
척 베리의 연주를 연상케 하는 「Travis country」는 초기 리듬 앤 블루스의 질주감이 생명인 곡이며, 힙합의 방법론을 차용한 「The life」, 개러지 넘버 「Glitter ain't gold (Jumpin' for nothin')」는 예사다.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식의 둠-메탈(Doom-metal) 리프가 살아 숨쉬는 「Numb」는 다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섹시한 미성 보컬의 네오-소울 「Please come home」, 그리고 마지막 트랙 「Next door neighbor blues」에서는 대선배 로버트 존슨의 레코드를 듣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조악한 질감의 블루스 클래식을 들려주는 발칙함까지 선사한다. 레트로-블루스(Retro-blues)의 기본사양과 이타적 장르라는 옵션이 유기적으로 동거하는 수준 높은 ‘팝 블루스’ 앨범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사실 아쉬움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본디 블루스 팬 입장에서 보는 시각일지도 모르겠다. ‘기타와 연주자’ 그리고 ‘나’ 자신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며 다른 장르와의 접합을 으레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 Blak And Blu >의 백화점식 장르 나열은 블루스의 순도를 떨어뜨리는 방해요소로 처우 되어 골수 마니아들에게는 환대받기 어려울 수도 있는 작업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대하게 될 대상은 이미 소수가 아니다. ‘지미 헨드릭스-레니 크라비츠-개리 클락 주니어’로 이어지는 흑인 록 스타의 계보를 이어받으며 다수 대중을 포섭하는 힘을 얻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고, 더욱 다양한 줄기들을 한데 엮어냈다. 이 신출내기 기타맨은 보통내기가 아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블루스는 비로소 제 주인을 만난 것이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재키 에반코(Jackie Evancho) < Songs From The Silver Screen >
음악계에서 라이벌을 엮는 구도는 다양하다. 지역별, 연령별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무엇보다 흥미진진한건 같은 나이에 민족주의가 개입하는 국가별 경쟁이다.
2000년에 태어나 오디션 프로그램 < 아메리카스 갓 탈렌트 >와 < 브리튼스 갓 탈렌트 >로 등장한 두 동갑내기 재키 에반코와 코니 탈보트의 비교는 잔인하지만 흥미롭다. 미국에서 태어난 재키 에반코가 성악을 기초로 한 팝페라 스타일의 보컬을 터득한 반면, 영국에서 출생한 코니 탈보트는 보다 대중적인 가창으로 인기를 취득했다. 고전 음악의 뿌리가 짧은 미국과 클래식 음악의 전통이 두터운 영국에서 정 반대 스타일을 가진 두 꼬마의 등장은 필연을 가장한 우연이었다.
2010년에 방송된 < 아메리카스 갓 탈렌트 > 시즌 5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재키 에반코는 고향인 피츠버그에선 이미 그 이전부터 ‘꼬마 명사’였다. 1년 전인 2009년부터 데이비드 포스터의 눈에 든 그는 여러 무대에 서며 실전 훈련을 쌓았고, 그 경험을 < 아메리카스 갓 탈렌트 >에서 압축 풀기처럼 펼친 것이다. 그리고 2009년에 발표한 데뷔작 < Prelude To A Dream >과 2011년에 공개한 2집 < Dream With Me >가 빌보드 클래식 차트 2위와 메인 앨범차트 2위에 오르면서 대중의 관심 영역에 포함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 뮬란 >의 주제가 「Reflection」과 영화 <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의 주제가로 사용된 「When I fall in love」, 트럼페터 크리스 보티가 참여한 영화 < Summer of 42 >의 주제가 「The summer knows」에서 들려준 가창력은 팝과 스탠더드 재즈도 다루는 재키 에반코의 능력이 가볍지 않음을 과시한다.
하지만 그가 음악에 몰입하게 된 계기를 준 뮤지컬 < 오페라의 유령 >의 삽입곡 「The music of the night」은 마이클 크로포드의 오리지널보다 조금 빠르게 편곡해 급한 느낌을 주고, < 타이타닉 >의 「My heart will go on」은 연주와 편곡에서 감정의 고도를 높여주지 못한 채 밋밋한 전개로 그 감흥을 감퇴시킨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Summer of 42 빌보드 앨범차트 7위를 프린트한 < Songs From The Silver Screen >은 재키 에반코의 가창력만큼이나 선곡이 뛰어나다. 「My heart will go on」이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What a wonderful world」, 「When I fall in love」처럼 널리 알려진 노래뿐만 아니라 1960년대 후반에 제작된 판타지 뮤지컬 영화 < Willy Wonka And The Chocolate Factory >의 「Pure imagination」과 1971년도 작품 < Summer of 42 >의 「The summer knows」, 영화음악의 명인 오스카 해머스타인이 음악을 맡은 1958년도 뮤지컬 영화 < 남태평양 >에 삽입된 「Some enchanted evening」처럼 이제는 아련한 곡들로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룬 은 재키 에반코의 물리적인 나이를 극복한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적설량은 미미하지만 앞으로 채워질 용량은 풍부하다.
글 / 소승근(gicsucks@hanmail.net)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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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marie23
2012.12.31
브루스
201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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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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