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 특강 5회] 다산을 제대로 공부하고 안 미치면 미친 놈 - 박석무
다산 정약용은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에서 처음 접하는 우리 학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학자로써 많은 매체에서 그의 이름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산의 이름을 내걸은 서적이 많이 발간 되고 있는데, 이를 보면 학계와 대중 양쪽에서 다산에게 많은 관심을 쏟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글ㆍ사진 정준민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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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봤을 때 10월 2일은 강연을 진행하기 좋은 날은 아니었다. 민족의 명절인 추석 연휴와 개천절 사이에 절묘하게 낀 평일이지만 휴일 같은 날이었다. 강연을 주관하는 플라톤 아카데미에서도 이날 강연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한 주를 미룰 것인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의 전체 일정의 성패가 이 날 얼마나 많은 분들이 강연장을 찾느냐에 갈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으리라. 결과적으로 참으로 식상한 표현이 되겠지만, 이날 역시 기대 이상의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동양고전의 깊은 맛을 배우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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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동양고전 2012년을 말하다]에서 처음 접하는 우리 학자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학자로써 많은 매체에서 그의 이름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다산의 이름을 내걸은 서적을 많이 발간하는데, 이를 보면 학계와 대중 양쪽에서 다산에게 많은 관심을 쏟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다산 정약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어렵다. 이번 강연은 다산의 대표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목민심서로 다산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강연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맡아주었다.

 

다산을 제대로 공부하고 안 미치면 미친 놈

 

“여러분. 여기 뭐 때문에 이렇게 많이 오셨어? 내일도 쉬는 날인데. 저는 이렇게 많이 모인 여러분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마 지하에 계신 다산 선생님도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마워할 겁니다. 저는 이 나라에, 특히 윗놈들이 참으로 마음에 안 듭니다. 그래도 다산을 배우러 모인 여러분을 보니 이 나라가 아직 싹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산을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을 미친 놈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다산을 제대로 읽고 안 미치는 사람은 더 미친 놈입니다. 다산은 아주 기가 막히기 때문에 제대로 읽으면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2012년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누가 선정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유네스코는 헤르만 헤세, 드비쉬, 루소와 더불어 정약용을 2012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하였다. 정약용의 생년이 1762년인데, 2012년은 그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처럼 정약용의 사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이미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석무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그는 정약용이 쓴 서적들이 제대로 번역되어 출간되기만 한다면, 유네스코 3관왕도 가능하리라고 호언장담했다.

 

정약용은 정말로 많은 책을 썼다. 무려 500여 권에 달하는 저서를 남겼는데, 이는 컴퓨터가 있는 현대에서도 쓰기 쉽지 않은 분량이다. 500여권의 압도적인 분량보다 더 놀라운 것은 범주의 다양함이다. 경제, 정치에서부터 시작해 심지어 의학에 대한 서적도 존재한다. 이는 정약용이 조선의 르네상스맨이라고 불리는 근거이기도 하지만, 박석무는 조선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말한다. 조선은 많은 부분이 잘못되어 있었기에 정약용은 어떻게 하면 조선이 망하지 않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하여 각 범주마다 대응요법을 책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조선은 멸망의 길을 걷고 말았으니, 이게 다 다산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 망조가 들었다며 강연자는 비분강개했다.

 

박석무는 다산에 대한 예찬을 거듭했지만, 다산의 견해를 지금 99%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년 전과 지금이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환경 문제다. 정약용이 살아있을 때는 지금처럼 여러 가지 환경문제가 대두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난 이상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가 지금 계속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통한다. 예를 들면 빈부격차는 200년 전에 살던 정약용도,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박석무는 이런 문제들은 정약용이 고민해서 내놓은 틀을 바탕으로 수정보완을 거듭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목민관의 첫 번째 임무는 씀씀이를 아끼는 것

 

목민심서는 총 12개의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12개의 편은 세부적으로 6개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모두 합하면 72조항이 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서론과 원론에 해당하는 부임, 율기, 봉공 편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愛民之本, 在於節用, 節用之本, 在於儉, 儉而後能廉, 廉而後能慈, 儉者, 牧民之首務也.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아껴 쓰는 데 있고, 아껴 쓰는 것의 근본은 검소함에 있다.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검소해야 자애로울 수 있으니, 검소함이야말로 목민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힘써야 할 일이다. - 부임(赴任) 치장(治裝)

 

善爲牧者, 必慈, 欲慈者, 必廉, 欲廉者, 必約, 節用者, 牧之首務也.

수령 노릇을 잘하려는 자는 반드시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로워지려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 하려는 자는 반드시 검약해야 한다.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수령의 으뜸가는 임무이다. - 율기(律己) 절용(節用)

 

지난 몇 년 동안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난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모라토리움 선언을 한 성남시가 대표적인 예다. 성남시의 경우, 모라토리움 선언과 비슷한 시기에 완공된 호화로운 시청 때문에 더욱더 큰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박석무는 이 모든 것이 아끼려는 마음이 부족해서 일어났다고 지적한다.

 

정약용은 아들에게 두 글자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검소함, 바로 근검(勤儉)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정약용이 일생 동안 얼마나 검소함을 강조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많이 버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수입이 많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쓰면 재물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흔히 말하듯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그렇기에 박석무는 씀씀이를 아끼는 절용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런데 단순히 씀씀이를 아낀다는 것만으로는 목민관이라 하기 부족하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재산 관리에 능숙해 보인다. 재산이 줄어드는 공직자보다 재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공직자를 찾기가 더 쉬운 세상이다. 자기 재산은 그렇게 잘 관리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나라의 재산은 잘 관리하지 못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정약용은 200년 전에 내놓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요원하기만 하다.

 

私用之節, 未人能之, 公庫之節, 民鮮能之, 視公如私, 斯賢牧也.

개인적인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사람들이 능히 할 수 있지만, 공적인 물건과 돈을 절약하는 사람은 드물다. 공적인 물건을 자기 물건처럼 아껴야 현명한 수령이다. - 율기(律己) 절용(節用)

 

 

뇌물을 받으면 티가 나도 너무 나

 

박석무는 공직자들이 뇌물을 받으면 늘 같은 패턴(얼굴도 모른다 → 얼굴만 안다 → 할 수 없이 받았다 → 받기는 받았으나 대가성은 없었다)으로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혀를 찼다. 박석무는 공직에 있으면 대가성을 떠나 무조건 죄를 지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초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 뇌물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남겨두었다.

 

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

뇌물은 누구나 비밀스럽게 주고받겠지만, 한밤중에 주고받는 것도 아침이면 드러난다. - 율기(律己) 청심(淸心)

 

‘밤 말은 쥐가 듣고 낮 말은 새가 듣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결국 비밀이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뇌물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주고 받은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어느새 주변 사람은 물론 일반인들도 다 알게 된다. 박석무는 엉뚱한 사람이 승진하면 사람들이 의심하게 마련이라며, 뇌물을 주고 받음에 있어서 완전범죄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약용의 관점에서는 뇌물을 주고 받는 행위 자체가 어리석게 보였던 모양이다. 정약용의 입장에서 뇌물은 한낱 작은 욕심에 불과했다. 정말로 욕심이 큰 사람이라면 반드시 청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무는 청렴이 털끝이라도 훼손되면 죽을 때까지 약점이 된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廉者, 天下之大賈也. 故大貪必廉, 人之所以不廉者, 其智短也. 孔子曰 "仁者安仁, 知者利仁." 余謂 "廉者安廉, 知者利廉."

청렴은 천하의 큰 장사이다. 욕심이 큰 사람은 반드시 청렴하려 한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그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공자는 "인자는 인을 편안하게 여기고, 지자는 인을 이롭게 여긴다."고 말했는데, 나는 "청렴한 자는 청렴함을 편안히 여기고, 지자는 청렴함을 이롭게 여긴다."고 하겠다. - 율기(律己) 청심(淸心)

 

악법도 법일까?

 

不爲利誘, 不爲威屈, 守之道也. 雖上司督之 , 有所不受.

이익에 유혹되어서도 안 되고, 위세에 굴복해서도 안 되는 것이 수령의 도리이다. 비록 윗사람이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있어야 한다. - 봉공(奉公) 수법(守法)

 

唯上司所令, 違於公法, 害於民生, 當違然不屈, 確然自守

상관의 명령이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면 굽히지 말고 꿋꿋이 자신을 지키는 것이 마땅하다. - 봉공(奉公) 예제(禮際)

 

정약용은 무조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 혹은 법전에 쓰여진 대로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런 지점이야 말로 정약용과 고리타분한 유학자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가장 명쾌한 지점일 것이다. 박석무는 법을 지키는 것도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무조건적으로 법을 지키는 것 보다는 법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박석무는 목민심서를 독재 정권 시기에 읽었다고 한다. 그 시절에 읽으니 몸에서 전기가 찌릿찌릿하게 왔다며 과거를 술회했다.

 

너부터 잘하세요

 

束吏之本, 在於律己,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行

아전을 단속하는 일의 근본은 스스로를 규율함에 있다.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일이 행해질 것이고, 자신의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하더라도 일이 행해지지 않을 것이다. - 이전(吏典) 속이(束吏)

 

박석무는 대통령이 깨끗하면 아랫사람이 바르지 않을 수 없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그만큼 위에서 다스리는 사람의 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공직 같은 거창한 문제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집안의 교육 문제를 살펴보자. 요즘 아이들, 참 공부를 안 한다. 공부는 안 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공부 좀 하라고 호통을 치지만 도무지 들어먹지를 않는다.

 

공부 안 하는 아이들을 호통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에게는 공부하라고 말을 하지만, 자기 자신은 과연 한 달에 책 한 권이라도 읽고 있기는 했던가? 스스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아이들 또한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았을 것이다. 결국 다른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벌써 2012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2012년은 아마도 정치 이야기로 뜨거울 것이다. 선거 중에 선거인 대통령 선거가 남아있으니 말이다. 벌써부터 누가 되네 안 되네, 누구는 검증을 해야 되네 마네 말이 많다. 지금도 이 정도의 열기이니 앞으로는 더욱 떠들썩해 질 것이다. 어떤 이가 대통령이 될 지에 대한 이야기는 차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지금은 부디 목민심서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목민관이 많아지기를 간절하게 바래본다.

 

#정약용 #동양고전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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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er08

2012.11.26

이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올해 대선에서 투표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해야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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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2012.11.17

대학 시절 저 분의 강의를 들어봤는데 열정이 대단하시더군요. 진정한 학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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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2.10.29

스스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후손들을 움직인 전범을 보이는 다산 선생님 올 겨울방학에는 다산 선생님에 데해 좀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근검을 생활 수칙으로 삼아 책을 곁에 끼고 천착하는 생활로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 보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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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민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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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1942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전남대 법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년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나 신원특이자라는 이유로 대학에서 강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 후 오랫동안 중·고교사로 근무했다. 유신반대 유인물 사건인 전남대학교 <함성(喊聲)>지 사건으로 수감되어 1년을 감옥에서 지냈다. 당시 복역 중 다산 저술에 대한 연구를 한 결실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이며, 5.18 민주화 운동 이후 내란죄를 피해 은신하면서 다산의 문집들을 번역한 것이 바로 『다산산문선』과 시선집 『애절양』이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하며 이어진 복역과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와 본격적으로 다산 연구에 전념했다. 한중고문연구소장과 제 13·14대 국회의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5·18기념재단 이사장, 단국대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 단국대 석좌교수,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고, 다산학술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현재 다산연구소 이사장, 우석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다산학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는 『다산기행』,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 『새벽녘 초당에서 온 편지』, 『조선의 의인들』, 『다산 정약용 평전』, 『다산에게 배운다』 가 있고, 편역서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산문선』, 『애절양』, 『다산시정선 상, 하』, 『다산논설선집』, 『다산문학선집』(공편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