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 터치, 전자책 불모지인 한국 시장을 개척할 것인가?
예스24가 크레마 터치를 내놓았다. 크레마 터치는 국민 전자책 리더기로 거듭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히면서 8월 29일부터 예약판매에 돌입했다. 예약판매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1천 대를 판매하면서, 크레마 터치가 전자책 불모지인 대한민국에 전자책 열풍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아마존이 시장을 선두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미 전자책이 하나의 시장을 구축한 상태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 전자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차례 전자책 리더기가 나왔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첫째, 단말기 가격이 비쌌다. 둘째, 볼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았다. 셋째, 보기 불편했다.
크레마 터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한 달에 1만 원으로 이용 가능
크레마 터치는 129,000원이다. 예약판매 기간에 구매하면 1만 원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 119,000원인 셈이다. 보상판매를 이용하면 더 저렴해진다. 크레마 터치가 아닌 다른 전자책 리더기를 가지고 있으면, 구 단말기를 반납하면 99,000원에 살 수 있다. 일부 카드를 이용해 결제할 때 12개월 무이자 할부도 가능하니, 월 1만 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책으로 읽을 게 없다는 말은 옛날이야기
전자책에 쏟아진 불평 중 하나가 ‘읽을 게 없다.’였다. 실제로 작가와 출판사, 서점 등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종이책 중에서도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책이 많았다. 상황이 많이 변했다. 전자책 생태계가 서서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예스24 내에서만 신간 위주의 전자책이 6만 종 이상 있고, 해마다 2만 종 이상이 새롭게 발간된다. 유료 콘텐츠 외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만 2만 종이 있다. 이제 사용자로부터 ‘읽을 게 없다.’는 불평은 점점 사그라질 전망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더욱 좁혔던 이유 중 하나가 리더기를 출시했던 인터넷 서점마다 읽을 수 있는 콘텐츠가 호환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크레마 터치는 이 문제도 해결했다. 크레마 터치는 인터넷 서점 1위인 예스24를 포함하여 총 6곳(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대교리브로, 영풍문고, 대교북스)에서 구매한 콘텐츠를 읽을 수 있다.
종이책 VS 전자책
점점 진화하는 스마트한 리더기
크레마 터치는 킨들 터치와 거의 비슷한 스펙이다. e-ink 해상도, 터치 패널, 가로ㆍ세로ㆍ두께가 같다. 참고로 비스킷과 스토리 K, 스토리 K HD는 터치 기능이 없다. 교보 e리더가 터치 기능을 선보인 바 있지만, 34만 9천 원이라는 가격 부담 때문에 독자의 외면을 받았다. 12만 9천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터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는 크레마 터치가 유일한 셈이다. 또한, 터치 기능은 종이책을 넘기는 느낌을 재현하는 효과도 있다.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힘도 덜 들어 편하게 독서에 집중할 수도 있다.
교보 스토리 K와 비스킷이 모두 키보드를 탑재했지만 크레마 터치는 책을 볼 때 많이 사용하지 않는 기능인 키보드를 없앴다. 이로써 좀 더 날씬하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화면 아래 버튼은 총 3개밖에 없다. 그만큼 사용하기 간단하고 쉽다.
사용 방법은 쉽고 간단하다
현재는 비스킷에서만 가능한 클라우드 기능을 크레마 터치도 지원한다. 클라우드 기능이란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에서라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이 축적해 놓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크레마 터치에서 작성한 메모, 꽂아둔 책갈피, 본문에 표시한 하이라이트를 PC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앱에서 모두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크레마 터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해서 와이파이 환경만 갖춰지면 자동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앞으로 다음 꼬마 사전 등을 업데이트를 통해서 지원할 예정이다. 물론 기본적인 인터넷 서핑도 할 수 있다.
지극히 주관적인, 체험기
여기까지가 비교적 객관적인 정보였고, 이제부터는 사심 가득한 체험기다.
우연히 페이지원이라는 리더기가 내 손에 들어왔다. 3개월 정도 사용하고 6개월은 먼지와 벼룩이 친구 먹는 창고에 묵혔다. 본전을 뽑기 위해 열심히 사용하다 리더기를 팽개친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읽을 만한 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첫째. 가로가 다소 길고 조금 무거워 그립감이 별로라는 게 둘째. 메모 기능이 없다는 게 셋째 문제였다. 그리고 크레마를 쓰면서 느꼈는데, 책을 넘기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돌이켜 생각해 보면 꽤 힘든 노동이었다. 그렇게 나는 전자책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종이책으로 돌아갔다.
딱 봐도, 크레마 터치가 들고 다니기 편해 보인다
크레마 터치를 쓰면서 위 3가지 면에서 만족했다. 예스24 종이책 베스트셀러 20위 중 절반이 전자책으로 판매될 정도로 볼 만한 콘텐츠는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손가락이 남보다 짧은 나에게는 구 단말기를 손에 쥐는 게 서양인이 젓가락질하는 것만큼이나 힘겨웠다. 크레마 터치는 그런 부담을 덜어 주웠다.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다. 핑크 파우치까지 씌울 계획인데, 기대감에 초인을 기다리는 니체의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 메모 기능. 제대로 된 독서를 위해서는 인문, 사회과학 쪽 책은 읽으며 틈틈이 메모해야 한다. 클라우드 기능을 지원하는 크레마 터치에서는 메모 기능을 쉽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메모 기능으로, 소설책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 책도 읽을 수 있다
크레마 터치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
객관적인 정보와 개인적인 체험을 종합했을 때, 크레마 터치가 국민 전자책 리더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꽤 높아 보인다. 스마트폰 시대, 터치에 익숙하면서도 모바일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다. 크레마 터치는 터치 기능이 가능하면서도 종이책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크레마 터치가 대중화되면 아마존의 킨들이 그랬듯, 이북 리더기와 관련 있는 다양한 상품 시장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라이트, 파우치 등이 대표적이고 그 외 여러 가지 기프트 상품의 제작과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여 전자책의 소비가 활발해질 것이다. 이로써 국민 전체의 독서량 향상에도 이바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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