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자신은 과연 어느 정도 선량하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그래도 다른 사람 보다는 상대적으로 선량하고, 규범을 잘 준수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럼 선량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가끔 급할 때 무단횡단을 하거나, 회사에서 쓰던 볼펜 한 자루를 집에 가져가서 사용하거나, 개인적으로 필요한 문서를 회사에서 몇 장 출력하는 것 등 어쩌면 소소 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선량함의 범주에 포함되는 걸까?
글ㆍ사진 김현주(도서MD)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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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썩은 사과와 대다수의 사소한 부정행위자 중
무엇이 더 큰 문제일까?


만약 누군가 내 지갑을 슬쩍 했다면, 아마 나는 무척 화가 나서 며칠간 분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잃어버린 돈과 지갑, 심지어 적립 쿠폰 등의 가치까지 몇 번이나 헤아려 볼 것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렇게 누군가의 직접적이고 고의적인 범죄행위로 손해를 보는 금액보다 더 큰 경제적 희생을 지속적으로 치르고 있지만 이를 가볍게 여기고 묵과하거나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만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매달 내고 있는 보험료는 입원 일수를 늘리고 증상을 부풀려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환자와 이를 눈감아준 병원 관계자를 비롯해서 보험사 직원이 살짝 추가한 업무추진비 또는 야근 수당, 슬쩍 집으로 챙겨 간 사무비품 등 크고 작은 부정행위로 인한 비용의 합계가 고객에게 1/n로 고스란히 나누어진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런 형태의 경제적 손실을 다방면에서 꾸준히 정기적으로 갈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몇몇 썩은 사과들의 부정행위보다 소수의 사소한 부정행위자로 인한 사회적 손실의 규모가 훨씬 크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런 현상을 주목하고 연구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나는 선량하다’고 믿는 사람들

자신은 과연 어느 정도 선량하고,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그래도 다른 사람 보다는 상대적으로 선량하고, 규범을 잘 준수하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그럼 선량함의 기준은 무엇일까? 가끔 급할 때 무단횡단을 하거나, 회사에서 쓰던 볼펜 한 자루를 집에 가져가서 사용하거나, 개인적으로 필요한 문서를 회사에서 몇 장 출력하는 것 등 어쩌면 소소 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선량함의 범주에 포함되는 걸까?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의 저자 댄 애리얼리는 사람들은 아주 조금씩 부정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부정행위를 통한 이익을 보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을 합리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스스로를 꽤 착한 사람이라 여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을 속여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욕구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정직하고 인물로 봐주길 바라며, 스스로 자신을 부끄럽게 바라보고 싶어하지 않는 욕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부정행위에 대한 유연적 판단을 통해 사소한 부정행위를 저지르며 이익을 얻으면서도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행위는 반복 될수록 대담해지며, 주위 사람에 대한 전염 효과도 강하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서라도 가볍게 여기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기업의 파산은 몇몇의 잘못된 의사 결정과 범죄적 의도를 지닌 썩은 사과에 의해서도 일어나지만 숱한 사소한 부정행위가 결합되어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부정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인지적 유연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부정직함 및 부정행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인간의 양면성 속에 존재하는 해결의 실마리

댄 애리얼리가 제시하는 해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적인 이익과 공적인 책임 사이의 이익충돌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금지해야 한다. 또한 인지적 유연성에 영향을 주는 주변 환경을 제어하고 의지를 약화 시키는 정신적 및 육체적 고갈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정행위의 사회적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부정행위를 초기에 근절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할 것이다. 종교나 윤리적인 서약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앞서 가장 기본이 되며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본인 스스로 개개인이 갖고 있는 도덕성을 재는 저울의 영점을 조절하는 것, 다시 말해 부정행위의 기준선을 사회적인 규범을 기준으로 재정립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지적 유연성에 영향을 주는 조건을 모두 차단하는 것은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며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단순히 비용과 편익에 따라 행동하는 순수한 이성적 존재가 아니며, 타인과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기를 원하는 도덕성을 추구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 속에 희망도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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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댄 애리얼리 저/이경식 역 | 청림출판

이 책은 우리의 정직하지 못한 비윤리적인 행동이 인간관계에서, 비즈니스에서, 정치에서 어떻게 나타나며, 이것이 스스로는 높은 도덕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다. 저자는 혁신적인 실험과 놀라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부정행위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편견을 낱낱이 파헤친 뒤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를 정직하게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더불어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하는지 그 요인을 탐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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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댄 애리얼리 #거짓말
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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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wired

2012.08.31

잘못을 합리화 하면서 착한 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 중 하나인 것 같고.. 나이 먹을수록 잘못된 것을 보고서도 못 본 척 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생각만 많아지는 오후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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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h27zz

2012.08.28

흐음... 참 어려운거 같아요... 내무 부조리... 내부 고발자 등등... 내가 속해 있는 어떠한 공동체속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것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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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l0218

2012.08.27

착한 사람이 더 위험하다는 것은,,, 어릴 적부터 착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서 자신이 계속 착한 줄 알고 그런 신념이 키워져 왔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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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도서MD)

노골적인 눈물주의보 혹은 달달한 로맨스보다, 명료하고 속시원한 책을 좋아하는 단호박 같은 사람. 하지만 사실 <시튼의 동물 이야기>를 보며 눈물을 쏟는 폭풍 감성을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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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듀크대학교 심리학 및 행동경제학부 교수로 경영대학원, 인지신경센터, 의학부 등에서 강의와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텔아비브대학교를 졸업하고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 박사 학위를, 듀크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듀크대학교 내에 있는 ‘고급통찰센터The Center for Advanced Hindsight’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다양한 연구 업적은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보스턴글로브〉 등 유수의 매체에 소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는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을 기발한 실험들로 입증해 보이며 ‘경제학계의 코페르니쿠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경제 주체는 늘 합리적인 존재라는 기존 경제학의 근본 전제를 정면에서 반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의 주장을 다양하고 기발한 실험을 통해 보여준 첫 책『상식 밖의 경제학』은 행동경제학의 새로운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인간의 비이성이 갖는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경제 심리학』 역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극찬을 받았다. 이 외에도 인간의 부정행위가 경제성이 아닌 도덕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밝힌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과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소비 심리를 다룬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을 통해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일상의 문제들을 행동경제학으로 풀어가며 전 세계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