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의 스타들, 어디로 가고 있나 - 보경&셰인, 룩앤리슨, 잭 브라운 밴드
지금은 한 꺼풀 기세가 꺾인 듯 보이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말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대세’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몇 년간의 오디션을 통해 많은 수의 지원자들이 주목을 받고, 가수로 데뷔를 했는데요. 지금 소개하는 셰인과 김보경 역시 우승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들입니다.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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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 꺼풀 기세가 꺾인 듯 보이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말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대세’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몇 년간의 오디션을 통해 많은 수의 지원자들이 주목을 받고, 가수로 데뷔를 했는데요. 지금 소개하는 셰인과 김보경 역시 우승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들입니다. 이들의 합작앨범인 < 707 >을 소개해 드립니다. ‘로큰롤 아이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뻗은 룩앤리슨과 편안한 컨트리 음악을 추구하는 잭 브라운 밴드의 신보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보경&셰인 < 707 >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림자가 채 지워지지 않은 < 슈퍼스타 K > 출신의 김보경과 < 위대한 탄생 >으로 데뷔한 셰인이 한 소속사 지붕아래서 프로젝트 음반 < 707 >로 동조를 이루었다.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김보경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라드에 대한 선호도를 충족시키는 감정표현과 낮은 음색의 거친 감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쌓았다. 이와 다르게 셰인은 미국에서 자라 부작용 없이 습득한 팝의 세련된 느낌을 풍기며 나이에 어울리는 풋풋함을 자랑한다. 표면적인 능력치만으로는 어색한 공존이 예상되지만 편차 없는 음역대로 교집합을 이룬 두 개성은 색다른 감성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김보경의 허스키는 한 계단 밑으로, 셰인의 미성은 한 계단 위로 이동해 서로 만난다. 남녀 보컬의 다름이 주는 본능적인 로맨스가 아닌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동감적인 애정을 만들며 신선함을 선사한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가 이것을 보여주는 요약본이다. 비의 「Rainism」와 「Hip song」 등의 히트곡을 제조한 작곡가 배진렬의 세련된 편곡과 숙련된 사운드 메이킹의 지원을 받은 이 곡은 강한 흡입력까지 얻었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Instrumental)」를 다시 한 번 삽입해 음악의 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포한다.
「Without U」는 김보경에게 록의 시원함으로 발산시키고, 셰인은 자작곡 「Summer love」를 깔끔한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르며 계절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 X-Factor > 출신 5인조 보이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One thing」은 리드미컬한 기타와 하모니만으로 재구성하며 그들만의 색을 덧입혔다. 하지만 리메이크와 편곡이 주를 이룬 부족한 정성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를 위해 황급히 부피를 채운 살 트임의 자국까지는 지우지 못하고 있다.
미숙해보이던 두 신인이 만든 안정감 있는 소리의 공생은 발군의 성과로 즐거움을 주지만 성급함이 만든 허술한 구성이 노력을 반감시킨다. 싱글로 발표했다면 위치가 달라졌을 음반이다.
룩앤리슨(Look and Listen) < Ready to Go >
도대체 한국과 일본의 10~20대 여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걸까. 본인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이들의 노래까지 듣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구성과 보컬에서 곧바로 챠토몬치(チャトモンチ─)를 떠올린 후, 지산을 방문했던 네고토(ねごと)와 최근 떠오르는 아카이코엔(赤い公園), 여기에 아직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지만 홀로 ‘나만의 발견’으로 간직하고 있는 스카토노나카까지 기억의 연대기가 이어졌고, 국내로 넘어와 헬로루키로 주목받은 슈퍼 8비트와 파격을 불러일으킨 무키무키만만수에 이어 이렇게 룩앤리슨이라는 임시 종착역을 만났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한데 묶어놓은 것은 연관성이 다분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가설은 펑크라는 ‘형식의 변화’에 따라 먼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쓰리 코드로도 스피릿의 주체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 바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였다. 이 바통은 ‘기술의 발전’이 이어 받아, 집에서 ‘뚱땅뚱땅’ 만들어 낸 음악들이 ‘개러지록 리바이벌’이라는 이름을 달고 인터넷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국경을 초월한 스타들이 탄생했고, 스트록스(The Strokes)나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와 같은 클럽에서도 틀 수 있을만한 댄서블한 록이 지구촌을 달구어 나갔다. 이러한 양분을 머금고 자란 소녀들은 이제 ‘주제에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메시지 전달이나 그에 따른 공감을 배제한 채 헤비 사운드의 형식을 빌려 대수로울 것 없는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바로 사적인 것들을 자신들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그룹마다의 독자성에 있다. 그 세계가 반감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다분하지만, 이를 메우기 위해 탑재시킨 것이 바로 ‘팝적인 감각’이다. 룩앤리슨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이해하기 쉽도록 직선적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 있다. 외양에서 비롯되는 편견에 반기를 드는 지글지글한 디스토션이 불을 뿜는 와중에서도 그것이 불꽃놀이인 마냥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이 바로 대중적인 선율과 단순한 노랫말이다. 「오늘밤 나는 어디론가」에서 보여주는 멜로디는 그러한 캐치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다.
EP를 들으며 느껴졌던 어수선함도 프로듀서 하세가와 요헤이의 정돈 능력으로 하여금 그 맥을 잡은 모습이다. 파워 팝을 추구함과 동시에 거친 질감을 놓치지 않은 편곡, 여기에 자칫 따로 놀 수 있는 보컬을 잘 데려다 앉혀놓았다. 영화 < 트레인스포팅 >의 질주감이 느껴지는 「19」, 아이돌스러운 일면을 발견할 수 있는 상큼발랄한 「Sunshine」과 드럼 소리에 맞춰 외치는 목소리가 어설프면서도 왠지 모르게 현재 이들의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한 「Watch out」까지 스쳐지나가는 생각과 상념들을 하나의 일기장처럼 적어 내려갔다.
연주의 볼륨이 커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 정석적인 조립법에 의지한 탓에 다소 무난하게 들린다는 점들은 좀 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남았다. 개성과 평범함을 잇는 외줄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체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은 앞으로 더욱 새로움을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명백한 한계점에 부딪힐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의 토론장을 만들고 있다. 다소 헐겁게 들리는 연주력도 세계관의 팽창을 위해선 반드시 가다듬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미래는 없다’라는 말. 그것은 단순히 앞이 캄캄하다,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온전히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지금이 즐겁지 않으면 앞으로도 즐거울 리 없다는 듯, 이 트리오는 본능적인 자기표현법을 아낌없이 발산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들은 여성의 디테일한 관점에서 보자면 삶을 뒤흔드는 중심사건이 되는 법이며, 그것이야말로 이들 세계의 중핵으로 자리 잡는다.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며 은근스럽게 편견의 전복을 구하는 과정인 것이다. 낙엽만 떨어져도 웃는다는 감수성을 간직한 10, 20대 소녀들의 이야기가 남성적인 펑크사운드로 힘을 얻는다는 아이러니함. 이에 비롯된 생동감이 ‘로큰롤 아이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한 줄기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잭 브라운 밴드(Zac Brown Band) < Uncaged >
잭 브라운 밴드는 2008년에 메이저 데뷔앨범 < The Foundation >으로 그래미 신인상을 거머쥐며 컨트리 솔로 가수들에게 밀린 컨트리 밴드의 부활을 선언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캐리 언더우드가 팝적인 요소로 세계적인 대중화를 안착시켰다면 잭 브라운 밴드는 목가적인 풍취를 다양한 장르로 멋스럽게 융화시키며 진토 베기 컨트리 팬들과 대중들이 함께 공유할 접선장소를 제공했다.
블루그래스, 포크, 레게와 캐리비안 뮤직까지, 잭 브라운 밴드가 지닌 이러한 다채로움은 농촌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감추어진 최고의 무기다. 이 강점은 3집 < Uncaged >에 더욱 날카롭게 서려있다. 앨범 제목이 말하듯 틀에 갇혀있지 않은 이들의 음악은 광범위해진 포용성과 창조성을 완성시키며 높아진 상향 각을 그린다.
이번 음반에 참여한 게스트의 이름으로도 잭 브라운 밴드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특히 국내 음악계를 어쿠스틱 열풍으로 물들인 제이슨 므라즈와 공동으로 작곡한 오프닝 트랙 「Jump right in」 외에도 펑키(funky)한 리듬이 돋보인 < Backatown >으로 재즈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뉴올리언스 출신의 트럼페터 트롬본 셔리(Trombone Shorty)와 함께한 「Overnight」은 이들의 유쾌한 외도를 보여준다. 짙은 채도와 끈적한 촉감의 그루브는 잭 브라운의 중저음 보컬과 의외로 아귀가 맞아떨어지며 흑백 분리가 어리석음을 다시 자각시킨다. 여기에 「Day that die」에선 블루노트의 차세대 기대주 아모스 리(Amos Lee)까지 동행하며 특유의 블루지한 포크 음악도 선보인다. 「Island song」은 경쾌한 레게리듬으로 계절감을 첨가시키고, 「Uncaged」는 일렉트릭 기타에 의외의 강조점을 둔 컨트리 록의 거친 소리도 발산한다. 잭 브라운 밴드의 모체이자 사운드의 독자성을 부여한 블루그래스 또한 어김없이 등장한다. 「The wind」, 「Natural disaster」의 빠른 템포와 피들 그리고 만돌린의 등장은 에팔레치아 산맥에서 파생된 컨트리의 전형이다.
잭 브라운 밴드는 < Uncaged >로 장르의 경계를 얼룩지지 않게 했을 뿐만 아니라 탄력적인 소화력으로 음악의 지평까지 넓혔다.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 그들은 < Uncaged >로 자신들의 무대에서 어울릴 수 있는 관객을 더욱 확보했다.
보경&셰인 < 707 >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림자가 채 지워지지 않은 < 슈퍼스타 K > 출신의 김보경과 < 위대한 탄생 >으로 데뷔한 셰인이 한 소속사 지붕아래서 프로젝트 음반 < 707 >로 동조를 이루었다.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김보경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라드에 대한 선호도를 충족시키는 감정표현과 낮은 음색의 거친 감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쌓았다. 이와 다르게 셰인은 미국에서 자라 부작용 없이 습득한 팝의 세련된 느낌을 풍기며 나이에 어울리는 풋풋함을 자랑한다. 표면적인 능력치만으로는 어색한 공존이 예상되지만 편차 없는 음역대로 교집합을 이룬 두 개성은 색다른 감성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Without U」는 김보경에게 록의 시원함으로 발산시키고, 셰인은 자작곡 「Summer love」를 깔끔한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르며 계절감을 고조시킨다. 여기에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 X-Factor > 출신 5인조 보이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One thing」은 리드미컬한 기타와 하모니만으로 재구성하며 그들만의 색을 덧입혔다. 하지만 리메이크와 편곡이 주를 이룬 부족한 정성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를 위해 황급히 부피를 채운 살 트임의 자국까지는 지우지 못하고 있다.
미숙해보이던 두 신인이 만든 안정감 있는 소리의 공생은 발군의 성과로 즐거움을 주지만 성급함이 만든 허술한 구성이 노력을 반감시킨다. 싱글로 발표했다면 위치가 달라졌을 음반이다.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룩앤리슨(Look and Listen) < Ready to Go >
도대체 한국과 일본의 10~20대 여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걸까. 본인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이들의 노래까지 듣다보니 자연스레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구성과 보컬에서 곧바로 챠토몬치(チャトモンチ─)를 떠올린 후, 지산을 방문했던 네고토(ねごと)와 최근 떠오르는 아카이코엔(赤い公園), 여기에 아직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지만 홀로 ‘나만의 발견’으로 간직하고 있는 스카토노나카까지 기억의 연대기가 이어졌고, 국내로 넘어와 헬로루키로 주목받은 슈퍼 8비트와 파격을 불러일으킨 무키무키만만수에 이어 이렇게 룩앤리슨이라는 임시 종착역을 만났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한데 묶어놓은 것은 연관성이 다분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 이상 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가설은 펑크라는 ‘형식의 변화’에 따라 먼저 힘을 얻기 시작했다. 쓰리 코드로도 스피릿의 주체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 바로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였다. 이 바통은 ‘기술의 발전’이 이어 받아, 집에서 ‘뚱땅뚱땅’ 만들어 낸 음악들이 ‘개러지록 리바이벌’이라는 이름을 달고 인터넷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국경을 초월한 스타들이 탄생했고, 스트록스(The Strokes)나 프란츠 퍼디난드(Franz Ferdinand)와 같은 클럽에서도 틀 수 있을만한 댄서블한 록이 지구촌을 달구어 나갔다. 이러한 양분을 머금고 자란 소녀들은 이제 ‘주제에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메시지 전달이나 그에 따른 공감을 배제한 채 헤비 사운드의 형식을 빌려 대수로울 것 없는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EP를 들으며 느껴졌던 어수선함도 프로듀서 하세가와 요헤이의 정돈 능력으로 하여금 그 맥을 잡은 모습이다. 파워 팝을 추구함과 동시에 거친 질감을 놓치지 않은 편곡, 여기에 자칫 따로 놀 수 있는 보컬을 잘 데려다 앉혀놓았다. 영화 < 트레인스포팅 >의 질주감이 느껴지는 「19」, 아이돌스러운 일면을 발견할 수 있는 상큼발랄한 「Sunshine」과 드럼 소리에 맞춰 외치는 목소리가 어설프면서도 왠지 모르게 현재 이들의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한 「Watch out」까지 스쳐지나가는 생각과 상념들을 하나의 일기장처럼 적어 내려갔다.
연주의 볼륨이 커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점, 정석적인 조립법에 의지한 탓에 다소 무난하게 들린다는 점들은 좀 더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남았다. 개성과 평범함을 잇는 외줄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체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은 앞으로 더욱 새로움을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명백한 한계점에 부딪힐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의 토론장을 만들고 있다. 다소 헐겁게 들리는 연주력도 세계관의 팽창을 위해선 반드시 가다듬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미래는 없다’라는 말. 그것은 단순히 앞이 캄캄하다,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온전히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지금이 즐겁지 않으면 앞으로도 즐거울 리 없다는 듯, 이 트리오는 본능적인 자기표현법을 아낌없이 발산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들은 여성의 디테일한 관점에서 보자면 삶을 뒤흔드는 중심사건이 되는 법이며, 그것이야말로 이들 세계의 중핵으로 자리 잡는다.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며 은근스럽게 편견의 전복을 구하는 과정인 것이다. 낙엽만 떨어져도 웃는다는 감수성을 간직한 10, 20대 소녀들의 이야기가 남성적인 펑크사운드로 힘을 얻는다는 아이러니함. 이에 비롯된 생동감이 ‘로큰롤 아이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한 줄기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잭 브라운 밴드(Zac Brown Band) < Uncaged >
잭 브라운 밴드는 2008년에 메이저 데뷔앨범 < The Foundation >으로 그래미 신인상을 거머쥐며 컨트리 솔로 가수들에게 밀린 컨트리 밴드의 부활을 선언했다. 테일러 스위프트, 캐리 언더우드가 팝적인 요소로 세계적인 대중화를 안착시켰다면 잭 브라운 밴드는 목가적인 풍취를 다양한 장르로 멋스럽게 융화시키며 진토 베기 컨트리 팬들과 대중들이 함께 공유할 접선장소를 제공했다.
블루그래스, 포크, 레게와 캐리비안 뮤직까지, 잭 브라운 밴드가 지닌 이러한 다채로움은 농촌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감추어진 최고의 무기다. 이 강점은 3집 < Uncaged >에 더욱 날카롭게 서려있다. 앨범 제목이 말하듯 틀에 갇혀있지 않은 이들의 음악은 광범위해진 포용성과 창조성을 완성시키며 높아진 상향 각을 그린다.
이번 음반에 참여한 게스트의 이름으로도 잭 브라운 밴드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특히 국내 음악계를 어쿠스틱 열풍으로 물들인 제이슨 므라즈와 공동으로 작곡한 오프닝 트랙 「Jump right in」 외에도 펑키(funky)한 리듬이 돋보인 < Backatown >으로 재즈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뉴올리언스 출신의 트럼페터 트롬본 셔리(Trombone Shorty)와 함께한 「Overnight」은 이들의 유쾌한 외도를 보여준다. 짙은 채도와 끈적한 촉감의 그루브는 잭 브라운의 중저음 보컬과 의외로 아귀가 맞아떨어지며 흑백 분리가 어리석음을 다시 자각시킨다. 여기에 「Day that die」에선 블루노트의 차세대 기대주 아모스 리(Amos Lee)까지 동행하며 특유의 블루지한 포크 음악도 선보인다. 「Island song」은 경쾌한 레게리듬으로 계절감을 첨가시키고, 「Uncaged」는 일렉트릭 기타에 의외의 강조점을 둔 컨트리 록의 거친 소리도 발산한다. 잭 브라운 밴드의 모체이자 사운드의 독자성을 부여한 블루그래스 또한 어김없이 등장한다. 「The wind」, 「Natural disaster」의 빠른 템포와 피들 그리고 만돌린의 등장은 에팔레치아 산맥에서 파생된 컨트리의 전형이다.
잭 브라운 밴드는 < Uncaged >로 장르의 경계를 얼룩지지 않게 했을 뿐만 아니라 탄력적인 소화력으로 음악의 지평까지 넓혔다.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않는 그들은 < Uncaged >로 자신들의 무대에서 어울릴 수 있는 관객을 더욱 확보했다.
글 / 김근호 (ghook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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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천재
2012.08.29
쭉쭉쭉 나와요.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은근히 있다는 .ㅠㅠ
ssal0218
2012.08.21
kth27zz
201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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