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cm 겨우 넘는 키로 세계 패션계를 정복한 여인 - 케이트 모스 Kate Moss
10년도 훨씬 넘은 오래 전, 뉴욕을 소호SoHo와 노호NoHo로 나누는 하우스턴Houston 스트리트와 라파이예트Lafayette 스트리트 교차로에서 나는 길을 건너려고 서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길을 건너지 못하고 한참을 더 서 있어야 했다. 건너편 10층 정도 건물의 벽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광고 사진에 넋을 잃어서였다…
글ㆍ사진 조엘 킴벡
201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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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진이 있다. 평범한 듯 보이는 한 장의 사진이지만 세상 어떤 사진보다 파워풀한 영향력을 지닌.
10년도 훨씬 넘은 오래 전, 뉴욕을 소호SoHo와 노호NoHo로 나누는 하우스턴Houston 스트리트와 라파이예트Lafayette 스트리트 교차로에서 나는 길을 건너려고 서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길을 건너지 못하고 한참을 더 서 있어야 했다. 건너편 10층 정도 건물의 벽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광고 사진에 넋을 잃어서였다. 아직 스무 살도 안 돼 보이는 깡마른 소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소파에 배를 대고 누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흑백 사진 한 장이 내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남아 있다.




그것은 아직 앳된 모습의 케이트 모스가 찍혀 있는 캘빈 클라인의 향수 옵세션Obsession 광고 사진이었다. 섹슈얼한 이미지를 자주 광고에 이용해 구설에도 오르지만 동시에 화제가 되곤 해서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을 보여줬던 캘빈 클라인은 이 광고에서 어린 소녀의 나체까지 등장시켰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미국 학부모 단체들 덕에 사회적 이슈로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내가 그 광고 사진을 뚫어져라바라본 이유는 캘빈 클라인 특유의 섹시미를 강조한 광고라서가 아니라, 사진기 너머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케이트 모스의 시선에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 같은 뭔지 모를 애틋함이 묻어나서였다.

‘저 모델과 사진을 찍은 사람은 분명 사랑하는 사이일 거야…….’ 그때 나는 혼자서 밑도 끝도 없는 확신을 했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렇게 느끼는 게 다였다. 그때의 나는, 훗날 내가 바로 그 건물의 벽면을 채울 캘빈 클라인의 새 광고를 제작하고, 또한 그 충격적인 사진을 찍은 장본인과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그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자 걱정거리였던 어린 학생에 불과했으니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사진을 촬영한 포토그래퍼 마리오 소렌티Mario Sorrenti와 케이트 모스는 실제로 촬영 당시 연인 사이였다. 후에 나는 그 사진에 대해 마리오 소렌티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사진이 가진 힘은 자신의 역량이라기보다 케이트 모스라는 모델에 내재된 힘이 표출된 결과였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사람치고는 너무 겸손한 발언이 아닌가 싶었지만 케이트 모스와 직접 일을 해보고 난 뒤, 나는 그 말이 겸손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촬영 콘셉트를 정확히 인지하고 거기에 맞춰 본능적으로 포즈를 잡고 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왜 모두들 그렇게 케이트 모스를 고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연인이었던 마리오 소렌티 외에도 많은 유명 포토그래퍼들은 케이트 모스와의 작업에 흥분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보그>의 표지와 화보 작업을 비롯해 최근 베르사체 광고까지 벌써 수십 번은 케이트 모스와 촬영한 마리오 테스티노도 그녀와의 작업은 언제나 기다려진다고 말했고, 캘빈 클라인 광고를 비롯해 <인터뷰> 표지 등 다년간 다양한 작업을 함께 진행해온 미카엘 얀손도 케이트 모스야말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최상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유일한 모델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잘 알려진 사실 중 하나지만 케이트 모스는 런웨이Runway에 적합한 모델은 아니다. 170센티미터가 겨우 넘는 모델치고는 매우 작은 키에 깡마른 체구는 오히려 패션모델로는 가장 부적합한 조건을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하지만 그녀야말로 지난 십수 년간 단 한 번도 최고의 모델 자리를 내놓은 적 없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키가 작아 런웨이에 부적합하다는 핸디캡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 많은 패션 화보와 광고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활약을 거듭하고 있으며, 가끔 브랜드의 얼굴로써 런웨이에 나서게 되는 때는 신체조건이 월등한 다른 모델들은 절대 보여주지 못할 그녀만의 포스와 매력으로 무대를 압도하곤 한다.

케이트 모스가 처음 모델의 길로 접어든 것은 런던에 기반을 둔 모델 에이전시 스톰Storm의 창업자 사라 두카스Sarah Doukas를 우연히 만나면서다. 두 사람 모두 런던에 살고 있었지만 처음 만난 곳은 뉴욕의 JFK 공항에서였다. 그때 케이트 모스의 나이는 불과 열네 살이었다. 이후 캘빈 클라인의 간판 모델로 활약하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모델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지금까지 그녀는 톱모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탈리아의 신생 브랜드 리우 조Liu Jo는 브랜드를 대표할 얼굴로 케이트 모스를 염두에 두었다. 하지만 케이트 모스는 그리 쉽게 캐스팅되거나 스케줄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 탓도 있지만 모델 활동뿐 아니라 그간 패션계에서의 경력을 발휘해 영국의 대형 리테일 브랜드인 탑샵Topshop과의 콜레보레이션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여성복 라인을 내놓기도 하고 프랑스 가방 브랜드 롱샴Longchamp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등 몹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우 조의 포기할 줄 모르는 러브콜에 케이트 모스도 결국 모델 일을 수락하게 되는데, 이 계약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바로 그녀의 옛 연인인 마리오 소렌티가 광고 촬영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트 모스를 기용하는 데만도 상당한 비용을 쓰게 된 리우 조 측은 당초 제작 스태프는 재능 있는 신진들로 구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995년에 시작된 옵세션 광고 이후 거의 15년여 만에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할 광고 캠페인은 둘의 만남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둘의 협업이라면 이전과 같은 멋진 이미지를 또다시 세상에 선보일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에 리우 조 측은 그 조건을 수락한다.

리우 조 광고 캠페인 촬영 당일. 모델 콜타임인 아침 8시가 넘었는데도 케이트 모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물급 모델이라 시간 약속에 구애받지 않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스튜디오 한편에 있는 소파 위 옷더미 속에서 아주 가냘픈 몸매의 여성이 스르륵 걸어 나왔다. 다름아닌 케이트 모스였다. 콜타임이 되기 한참 전부터 소파에 파묻혀 있던 이 평범한 여자가 그 유명한 케이트 모스라니, 그녀를 눈앞에 두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허름한 차림에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 그녀지만 헤어, 메이크업, 의상까지 준비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 서니 광고 캠페인을 주도하는 매력적인 케이트 모스로만 보였다. 게다가 촬영에 임하는 그녀를 보니 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그녀를 통해 다양한 영감을 얻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저 카메라 앞에 서 있는 피사체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며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피조물’로 포토그래퍼의 촬영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요구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에 대한 응답을 해 주는 그녀는 정말 ‘인터렉티브Interactive하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싶게, 다른 모델들과는 차별화되는 감각을 보여주었다.

어떤 이는 케이트 모스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말한다. 모델에게 필수인 환상적인 프로포션을 갖추지 못한 그녀이기에 세월이 지나면서 다음 행보가 잘 상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처음부터 케이트 모스는 기존 모델의 길을 따라 걸어온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야말로 아직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남아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몸으로, 지금 나이에도, 그녀만이 개척해나갈 수 있는, 아직 어떤 모델도 가보지 않은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리라는 기대가 드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그녀와의 작업을 기대하고 있는 한, 모델로서 그녀의 생명력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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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뮤즈 조엘 킴벡 저 | 미래의창

조엘 킴벡, 그가 드디어 자신의 책을 펴냈다. 현재 뉴욕 패션가에서 가장 핫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그는 전 세계 패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진정한 ‘글로벌 노마드(Global Nomad)’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할리우드 여배우부터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세계적인 스타일 셀럽 30인의 솔직담백한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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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모스 #Kate Moss #캘빈 클라인 #Obsession #마리오 소렌티 #리우 조
1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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즌이

2013.01.06

역시 사람은 비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작아도 작아보이지 않게, 모델같지 않지만 누구보다 모델같은 그녀... 부럽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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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2012.12.31

170cm 겨우 넘는 키라니.... 비율을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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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

2012.12.26

데뷔초 사진은 처음보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매력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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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킴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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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킴벡

뉴욕, 서울, 도쿄, 파리, 밀라노 등을 오가며 글로벌 패션·뷰티 트렌드의 프로듀서가 된 한국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0년 뉴욕에 설립한, 패션·뷰티 브랜드 전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스튜디오 핸섬의 공동대표이자, 질 샌더, 메종키츠네, 메종 마르지엘라, 베라 왕, 모스키노, 라프 시몬스, 로베르토 카발리, 리모와, 캘빈 클라인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로레알 그룹의 슈에무라, 시세이도 그룹의 끌레드뽀 등 뷰티 브랜드의 전략 수립부터 비주얼 작업 및 광고 캠페인까지 브랜딩 전반을 책임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글로벌 패션 매거진인 <보그>, <보그 재팬>, <보그 차이나>, <보그 코리아>, 등의 커버 및 화보 촬영을 진행하며, 기네스 팰트로, 니콜 키드먼,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 해서웨이와 같은 헐리우드 스타부터, 케이트 모스, 지젤 번천, 미란다 커, 킴 카다시안을 비롯한 슈퍼 모델까지 수많은 컬래버레이터들과 함께 해왔다. 국내에선 삼성물산 빈폴의 브랜드 컬래보레이션 및 광고 캠페인을 시작으로, CJ오쇼핑의 베라 왕 등 여러 패션 브랜드 론칭, 문화체육관광부의 ‘컨셉 코리아’ 초기 컨설팅 및 론칭을 진행했으며,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뽀아레(POIRET) 론칭과 스타일 난다의 3CE 프로젝트까지 패션, 뷰티 브랜드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전 세계 패션·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패션·뷰티 트렌드와 커머셜 인사이트에 정통해 , , 등의 패션 매거진, <월간 디자인>, <주간동아> 등의 다양한 지면에 컬럼을 기고하며 ‘포털에서 찾을 수 없는’ 브랜드, 트렌드, 마케팅에 관한 솔직하고 리얼한 이슈와 흐름들을 대중에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