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자동차가 가지는 의미는 교통수단 이상이었다. 우선 산업면에서는 세계가 놀랄만한 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부터는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속에 문화 없었다. 따지고 보면 자동차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10%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자 이제 태도를 바꿔 나머지 90%의 놀랍고도 재미있는 자동차의 세계를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30대를 보내고 있는 사람 중에는 그 옛날 어린 시절 아버지의 첫 차였던 ‘포니’에 대한 추억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꽤나 단순한 내부구조에 ‘튼튼해 보이기만 한’ 외형이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뭔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설렘과 더불어 ‘자동차 생산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만든 차였다. 그 이후에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진화해 왔다. 그런 진화의 물결 속에는 한창 꿈 많을 유년 시절 자동차에 흠뻑 빠져 산업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생산현장은 물론 디자인, 기술, 연구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인재들이 배출됐으며 적지 않은 국민이 자동차로 인해 먹고사는 세상이 도래했다.
십 수 년간 자동차 전문 기자로 살아온 그에게 많은 이들은 ‘자동차가 왜 좋은가’ 혹은 ‘자동차기자는 뭐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수시로 던져왔다. 일일이 대답해주기 귀찮았는지(?) 그가 그간의 경험과 취재를 통해 얻은 자동차에 대한 모든 즐거움을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 놓았다. 『두근두근 자동차 톡』은 각국의 수퍼카들을 궁금해 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은 물론, 자동차란 바퀴가 달린 기계 정도로 생각하는 초보자들까지도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재미와 정보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최초의 문화적 자동차학계론서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자동차 전문 기자가 된 이유
항상 취재하던 기자 입장에서 역할이 바뀐다는 것은 영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우성 주간 역시 자신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편치만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다양한 취재원 그리고 세계각국의 자동차를 쫓아다닌 내공은 그런 어색함도 이내 날려버린다. 다양하고 때론 꽤나 애매한 질문에도 그는 시종 명쾌한 답변을 이어나갔다.
-
책을 내고 작가로서 이전과는 다른 인기를 얻고 계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
원래 이렇게 사는 게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거든요(웃음). 요즘 좀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저 제가 그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이야기나 경험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기록으로 남기고도 싶었고요.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정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니 요즘은 조금 버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우선 김우성 주간님이 왜 자동차 기자가 되었나부터 말씀해주시죠. 나름대로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 한데요.
-
두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첫째는 제가 사회생활을 신문기자로 했는데요. 기자라는 일을 원래부터 하고 싶었죠. 호기심도 많고 쓰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그런데 또 자동차를 어릴 때부터 상당히 좋아했거든요. 게다가 마침 기자 일을 시작할 무렵에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이쪽 일이 재미있어 지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했고요. 그런 중에 좋은 기회가 왔고 기본적으로 기자 일을 하고 있던 연장선상에서 제가 좋아하는 대상을 취재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쪽 분야의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
꽤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집필 기간은 얼마정도 걸렸나요.
-
실질적으로는 한 7~8 개월 걸린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쓰다 보니 매일 밤 아니면 주말에 쓰거나 했죠. 사실 자료 모으는 것만큼 힘든 게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애초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걸렸던 것 같습니다.
-
책을 구성할 때에 어떤 관점으로 나눴나요.
-
디자인과, 역사, 기술, 문화 이 네부분이 자동차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인 또는 테크놀로지, 히스토리 이런 것이 전부 하나하나만 갖고도 충분히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테마가 되니까요. 특히 제일 마지막은 문화로 뭉뚱그렸지만, 사실 우리나라가 제일 빈약한 부분이기도 해요. 자동차가 디자인이나 테크놀로지, 히스토리 외에도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다양한 부분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문화 파트를 만들게 됐죠.
-
주간님께서 기자로서 이제까지 많은 명차를 시승해 보신 것으로 아는데 베스트 5를 꼽으신다면?
-
다들 좋아하는 차들이 다양하니까 최고의 차를 이야기하면 공감하는 분들이 별로 없어요(웃음). 제 경우는 성능 같이 특정 분야에 맞추기보다 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차를 꼽고 싶네요. 우선은 2000년에 탔던 3세대 골프 GTI를 들 수 있어요. 아마 차를 좋아하는 분들은 기억하실 거예요. 지금은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이 커져 수입차들이 거의 오토매틱이지만 그때만 해도 GTI같은 차들은 수동모델만 들어왔어요. 그렇다고 제가 ‘차는 수동이어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에요. 차는 어디까지나 사람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으면 좋은 거죠. 책에도 썼지만 골프는 제가 중학교 때부터 정말 좋아하던 차였어요. 로망이었던 차를 자동차 기자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직접 타게 됐으니 기억에 좀 많이 남죠.
그 다음으로는 1년 정도 뒤에 탔던 BMW 330I인 것 같네요. 차를 시승하면서 최고속도를 얼마나 낼 수 있는지를 체험해 봤던 차거든요. 물론 속도를 많이 올리는 게 꼭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때는 처음으로 시속 250km까지 내봤죠. 지금은 그렇게 못 타요(웃음). 어쨌든 그런 경험은 단순하게 속도를 내봤다는 것을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들이 고속에서 얼마나 거동이 안정적인지를 처음으로 느껴봤다는 것이 중요하죠.
또 다른 차는 2010년에 타봤던 벤츠 피어셀 연료전지차였습니다. 미국에 가서 4주 동안 1000km를 타봤죠. 수소를 주입해서 그것으로 배터리를 충천하는 완벽한 전기차인데 그 차를 타는 사흘 내내 힘들었던 것이 소리가 하나도 안난다는 거였어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시속 150km로 올라갈 때까지 차는 굉장히 잘 나가는데 소리가 안나다보니 시승하는 내내 정말 잠과의 사투였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어느새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는 미래를 직접 경험해본다는 뿌듯함이 있었죠.
마지막으로 두 대를 같이 말씀드린다면, 포르쉐 911 터보와 닛산 GTR을 꼽을 수 있죠. 고성능 스포츠카는 정말 많지만 둘 다 자신들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정체성과 색깔을 뚜렷하게 유지하면서 발달해 오고 있거든요. 특히 GTR은 전자로봇이라고 할 정도로 기계적인 차에서 완전히 소프트웨어가 바뀌었는데도 원래 그 차가 가지고 있던 성격이나 느낌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이 특이해요. 이 두 대는 사실 성격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차기도 해요. 포르쉐는 아직까지 기계적인 느낌을 유지하려고 버티고 있는 차라고 할 수 있죠. GTR은 드러내놓고 전자 장비를 마음껏 쓰고 있고요. 그래도 어쨌든 정체성은 계속 이어가고 있는 차에요. 그런 느낌으로 재미있게 타봤죠.
추가로 하나를 더 꼽자면 공감하는 분들이 있으실 지도 모르지만, 현대의 제네시스에요. 지금 모델 말고 처음 나왔을 때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전까지는 국산 브랜드들이 유럽 스포츠 세단 느낌의 차를 만들겠다고 해도 막상 타보면 미흡하게 느껴졌는데 제네시스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건 정말 공들여서 만든 차구나’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현대가 약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을 받았어요.
차에도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
차에 역사가 있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인류의 최근 발명품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은 역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깃든 감동적인 히스토리는 많은 이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나라에…….
-
세계 각국의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를 취재하셨는데 감동적인 스토리는 없나요.
-
사실 세계적인 브랜드는 다 스토리가 많죠. 하지만 저는 역시 팔이 안으로 굽어서 그런지 요 근래 코끝이 찡하게 들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바로 현대자동차의 자체엔진개발에 얽힌 비화죠. 1990년대에 현대자동차에 스쿠프라는 모델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스쿠프라는 차 자체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이, 현대자동차에서 처음 자체 개발엔진을 사용한 차라는 거예요. 그 엔진을 개발한 분이 이현순 전 부회장님이시죠. 그분은 1970년대 후반에 현대자동차에 스카우트되어 오셨어요. 원래는 미국 GM사에 엔지니어셨죠.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현대는 일본 미쓰비시의 엔진을 사서 썼던 시절이 있어요. 당시에는 너무 기술력이 없다보니, 미쓰비시에서는 마음 놓고 바가지 장사를 했죠. 상당한 액수의 로열티를 지불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나마 최신형 엔진도 아니었죠. 그런 상황에서 현대가 자체 엔진개발을 위해 이현순 박사님을 스카우트한 것이었고요.
미쓰비시는 이후 엔진이 개발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집요한 방해를 이어갔죠. 언젠가는 미쓰비시의 압력에 이 박사님의 책상이 없어져 복도에서 일을 해야 할 정도였거든요. 테스트를 하기 위해 영국 리카르도라는 업체를 가서도 피눈물 나는 무시를 당했다더군요. 그렇게 해서 1,500CC짜리 엔진 하나를 만드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현순 부회장님은 스쿠프가 처음 나올 때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다 싶었다고 하더군요. 전 그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또 지금은 미쓰비시가 현대에서 엔진을 사가는 입장으로 규모나 시장 면에서 현대와 경쟁이 안되는 상황이니 더 기분이 좋은 거죠. -
국산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잘나가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실감하기는 어려운데요. 주간님이 다른 나라에서 본 우리나라 차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요.
-
사실 제가 진단할 정도는 아니지만 보고 들은 바로는 일단 현대기아차가 우리의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가 연료전지차를 시승하기 위해 미국에 갔을 때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밥을 같이 먹었는데, 미국 기자들이 내내 현대기아차이야기만 하더군요. 그때가 벨로스터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시승해봤냐부터 시작해 대단한 관심을 보였어요.
또 한 번은 벤츠 총괄 임원과 식사를 했는데, 현대기아차가 앞으로 고성능 버전의 자동차를 만들 가능성을 묻더군요. 벤츠로서는 1989년 도요타의 렉서스 브랜드를 통해 고급차 시장에서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으니, 대량생산 브랜드가 급속도로 성장하다가 언젠가 뭔가 만들어 위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거죠. 그런 점에서 우리 생가보다 국내 브랜드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미래의 자동차는 무엇?
공상과학영화에서는 특히나 이동수단의 엄청난 발전을 예견하는 놀라운 차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너무 앞서가는 것은 금물이다. 김우성 주간은 눈앞에 펼쳐진 미래의 자동차로 전기차를 꼽았다. 그러나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우위를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적어도 지금 세대의 인류가 생존해 있을 동안은 말이다.
-
자동차 하면 역시 기술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미래의 자동차에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뭘까요.
-
저도 기자생활 초기에는 설마설마했는데 지금으로서는 미래의 자동차는 전기차가 정답인 것 같습니다. 거의 대세로 굳어지고 있어요. 과거에 전기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보다 생각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지금은 양산해서 시판해도 될 정도의 수준으로 근접해있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차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인프라부터 갖춰야하고 사람이 갖고 있는 차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야하고요.
전기차 시대는 엄청난 변화가 예상 되요. 지금의 자동차 디자인은 사실 내연기관 차에 최적화 돼 있거든요. 전기차의 경우는 전기모터를 네 개의 바퀴에 각각 달수도 있고 큰 모터를 차 밑에 깔 수도 있어요. 디자인이 제로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말이죠. 아마 디자이너들에게 어마어마한 기회가 될 거에요. 자동차에 대한 개념도 마찬가지로 바뀔 겁니다. 전기차는 차 자체보다 배터리가 비용 면에서 더 부담이 될 거에요. 그러면 소유의 개념보다는 카 셰어링, 공공 소유의 개념으로 바뀔 수도 있어요. 자전거를 공공 임대하듯 말이죠. 어쨌든 미래는 전기차를 향해 가고 있어요. -
하이브리드차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단순히 전기차의 중간 과도기적 단계만은 아닌 듯 한데요.
-
하이브리드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진짜 중간 단계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발전해 오면서 상당한 시장을 형성하리라고는 예상 못했죠. 실질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를 발전시키는 와중에 전기차 기술이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중간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전기차가 미래라고 했지만 적어도 한세대, 20~30년 정도가 지나더라도 전기차의 점유율이 20~30%를 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더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전기차가 완전히 정착하기 전까진 그래도 내연기관 자동차가 우위를 점하는 시대는 꽤 오래 이어질 거예요. 그런 면에서 하이브리드의 가능성은 아직 많이 남아있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
그가 책을 낸 데는 우리나라도 하나의 문화로서 자동차를 새롭게 인식할 시대가 됐다는 고민도 한몫했다. 김우성 주간은 “세계 10대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창업자가 차에 미치지 않은 브랜드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가 만난 해외 평론가들 역시 우리나라 자동차를 평가 할 때 ‘정말 잘 만들었는데 아무리 타봐도 혼을 느낄 수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과연 혼이란, 문화란 무엇일까.
-
우리나라에도 자동차가 하나의 문화로서 확립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바람이 있으신가요.
-
사실 자동차 기자로서 제일 아쉬운 부분이 문화에요. 스바루 같은 브랜드나 미쓰비시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국산 차 브랜드와 경쟁이 안되는 소규모 브랜드라고 해도 끊임없이 자기 브랜드를 개발하고 랠리를 달리게 하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거든요. 그런 것은 차를 판매해 돈을 버는 제품으로 보기보다 차가 갖고 있는 매력을 알고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애초부터 국책사업으로 시작되었고 덕분에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 산업에 손을 대서 세계 5위까지 올라간 유일한 나라가 됐어요. 하지만 그렇게 급히 오르면서 문화가 존재할 틈이 없었죠. 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발전 속도가 비슷해야 성숙한 문화가 만들어 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인식이 제로인 상태에서 갑자기 점프해버렸죠. 그러다보니 차를 권위의 표상으로 여기거나 부의 상징으로 보는 인식이 굳어지게 됐어요. 중고차를 가지고 뚝딱뚝딱해 가며 나만의 차로 만드는 재미를 찾아가는 젊은 세대의 과정은 당연히 있을 수가 없었죠. 그런 사람들이 기성세대가 돼 차를 사니 또 반복이 되고요. 우리나라 자동차에 재미라는 부분이 빠지다 보니 브랜드 자체에도 가치가 없이 느껴지는 거죠.
지금 세계 10대 브랜드 중에서 자동차 박물관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현대기아차 밖에 없어요. 지금은 뒤늦게라도 만들려고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더군요. 만약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다음 세대에 저희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재미있게 일 할 수 있겠죠. -
한국에서 자동기어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문화 실종의 맥락으로 볼 수 있을까요.
-
아까 말씀드린 바처럼 기본적으로 차는 사람이 편하자고 타는 거니까 반드시 수동기어가 좋다는 생각은 안해요. 하지만 자동기어가 이렇게 많이 퍼지게 된 배경을 보면 아쉬운 점이 있죠. 방금 전에 언급한 대로 자동차에서 재미를 느끼는 중간 단계가 실종되다보니 차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약간 여유가 생기면 장만해 타고 다니는 편리한 이동수단에 지나지 않게 된 거죠. 가령 미국 같은 나라는 고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되면 면허증을 따서 정말 허술한 차를 싸게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잖아요. 그걸 고쳐서 운전해가는 재미가 없이 성인이 돼서 이동수단으로 차를 보다 보니 수동을 꺼리게 되는 면이 있는 거죠. 또 우리나라 교통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수동이 불편하기도 하고요.
-
올해 하반기에 출시되는 차 중에 기대 되는 차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
하반기에는 수입차 시장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지금가지 수입차 브랜드들은 이목을 끄는 차를 주로 도입했는데, 공교롭게도 올 하반기에는 평범한 중형 세단이 한꺼번에 들어오거든요. 캠리가 잘 팔리고 있고 좀 있으면 닛산의 신형 아티마가 나오고요. 폭스바겐의 신형 파사트, 포드도 진짜 오랜만에 신형 퓨전을 갖고 나옵니다. 각 브랜드들이 이전세대보다 월등히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 된 중형세단들을 출시하는 거죠. 게다가 가격대도 억제해서 들어오니 현대기아차로서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경쟁이 될 겁니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던 모델들이니까요.
-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가장 빨리 달려보신 속도는 얼마인가요.
-
예전에는 자랑처럼 말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부끄럽네요. 아까 말씀드렸듯 BMW 330I를 몰고 250km까지 달려보고 차에 대한 의심이 없어졌죠. 차가 충분히 받쳐주는구나 하면서 동시에 제 자신이 대견해집니다(웃음). 그래서 한 동안은 시승을 하면서 속도에 대한 욕심이 생기곤 했죠. 딱 한 번 290km까지 달려봤습니다. 메세라티였죠. 온몸에 신경이 곤두서며 눈으로 집중되는 느낌이 들죠. 제 집중력이 그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어요. 전문적인 레이서 분들이 그런 느낌에 중독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그 속도에서 뭔가 튀어나온다면 방법이 없어요. 제가 만용을 부리던 시절 불의의 사고 없이 지나온 것이 감사하죠(웃음). 지금은 안그러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자동차 톡』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자동차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재미있고 즐겁다는 의미다. 김우성 주간의 이런 시도는 한 번으로 끝나진 않을 듯하다. 그가 이야기하는 문화로서의 자동차를 즐기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꿈꾸며 다시 한 번 책장의 들춰본다.
- 두근두근 자동차톡 Talk! 김우성 저 | 미래의창
이 책은 자동차의 요모조모, 세계 자동차산업을 이끌어온 인물과 명차들, 세계 자동차문화의 천태만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30가지 스토리로 꾸며져 있다. F1, 수퍼카, 모터쇼 등 누구나 익숙한 키워드에서 출발하지만 사전적인 용어 해설이나 구입 가이드 같은 실용 정보는 가능한 배제하고, 그보다는 자동차사에 짙은 향기로 남아 있는 인간의 꿈과 도전, 그리고 여전히 진행 중인 모험담으로 지면을 가득 채웠다…
황정호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언제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forsooyoon
2012.07.24
책읽는 낭만푸우
2012.07.23
그런데 해외에서도 현대차나 기아차에 대한 평가는... 좀 과대화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아주 솔직하게 현지인들의 견해를 들어오면 온도차가 꽤 있거든요. ^^;
yeunbora0821
2012.07.22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