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싫어하던 아이들, 하루아침에 변한 계기는?
우리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들에게서 흥미와 열정이 결핍된 모습을 목격할 때 참으로 비참한 기분에 빠진다. 수학이든 과학이든 읽기든 아이들이 수업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우리는 보다 강렬한 방법을 써야 한다! 공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아이들의 마음속에 열정을 심어주는 방법은 언제나 존재하므로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글ㆍ사진 론 클라크
2012.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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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들에게서 흥미와 열정이 결핍된 모습을 목격할 때 참으로 비참한 기분에 빠진다. 수학이든 과학이든 읽기든 아이들이 수업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우리는 보다 강렬한 방법을 써야 한다! 공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아이들의 마음속에 열정을 심어주는 방법은 언제나 존재하므로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나는 『웨스팅 게임The Westing Game』이라는 그림책을 무척 좋아한다. 바니 노스럽이라는 노인이 파일럿 모자를 쓰고 16명의 인물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노인은 사람들에게 유언장 낭독회 초대장을 담은 봉투 하나씩을 건넨다. 샘 웨스팅이라는 노인이 죽었는데, 16명은 샘 웨스팅이 남긴 2억 달러의 유산을 받을 수 있는 후보자들이다. 나는 6학년 학생들과 이 책을 읽기로 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어, 마음속에 그리는 그림과 책 속의 그림을 비교해 가르치고 싶었다. 교실에서 함께 책을 읽을 때면 등장인물의 대사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아이들은 『웨스팅 게임The Westing Game』을 좋아하지 않았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책과 한번 불행한 경험을 쌓으면 영영 멀어질 수도 있다. 궤도를 수정할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어떤 마법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며칠 후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비어든 선생님이 파일럿 모자를 쓴 노인 한 분을 모시고 교실 뒤쪽으로 들어왔다(물론 내가 아는 노인이었다). 아이들이 평소대로 예의를 갖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다들 놀라 휘둥그레진 눈을 하고 있었다. 비어든 선생님이 노인을 소개했다.

“얘들아, 여기 어르신은 바니 노스럽 씨란다.”

아이들은 늘 하던 대로 인사를 차렸지만 머뭇거리고 당혹스러워했다.

“저희 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노스럽 씨.”

노인은 아이들에게 편지봉투 하나씩을 나눠주고 서둘러 교실을 떠났다. 노인이 떠나자 아이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클라크 선생님, 우리가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예요! 이 봉투는 뭐예요?”

나는 모르겠으니 직접 열어보라고 했다. 봉투 안에는 레이먼드 블러드 씨의 유언장을 읽는 자리에 참석하라는 초대장이 들어 있었다. 유언장 낭독은 토요일 밤 블러드 씨의 저택에서 있을 예정이고 주소는 웨스트 페이스 페리 로路로 되어 있었다. 또 참석한 사람 중 한 명은 2억 달러의 유산을 상속받게 될 거라는 말도 적혀 있었다.

“오오오! 너희 모두 정말 용감해져야 할 거야. 블러드 씨 저택이라잖니? 말만 들어도 으스스하고 오싹하지 않아? 거기서 별별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는 소문이 파다하단다. 다들 행운을 빈다.”

아이들의 눈이 공포로 휘둥그레졌고 교실 안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내 교실로 서둘러 들어오면서 말했다.

“클라크 선생님, 블러드 씨 저택 같은 곳은 없어요. 검색해봤다고요!”

나는 최근 그곳에서 끔찍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 인터넷에서 삭제 되었다고 둘러댔다(요즘은 이런 걸 빨리 생각해내야 한다). 그 주 토요일 저녁, 길쭉한 고급 리무진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후원받았다. 초대장에 명시된 시간에 학생들이 학교에 도착하자 리무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리무진에 올라타며 물었다.

“클라크 선생님, 우리 진짜로 어디로 가는 거예요?”

나는 초대받은 대로 블러드 씨 저택에 가고 있고 사교계에 초대받은 사람답게 리무진을 타고 가는 거라고 말했다.
리무진 기사가 물었다.

“저기, 클라크 선생님, 어디로 모실까요?”
“웨스트 페이스 페리의 블러드 씨 저택이요.”


기사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외쳤다.

“말도 안 돼요! 블러드 씨 저택이라니, 그런 위험한 곳에 가면 보험회사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이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 나는 기사를 설득했다.

“걱정 마세요. 저택 앞까지는 가지 않을 테니까. 몇 블록 떨어진 곳에 내려놓으면 학생들끼리 걸어갈 수 있을 거예요.”

RCA의 친구이자 후원자인 레이먼드와 루시 앨런 부부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멋진 저택을 사용하도록 허락해주었고, 나는 미리 집 안 곳곳에 이런저런 물품을 가져다 놓았다. 출입문 앞에는 노란색 테이프로 시체 윤곽을 그리고 집 전체를 범죄 현장임을 알리는 경찰 테이프로 감아놓았다.

“클라크 선생님, 저길 보세요. 정말이에요!”

학생들이 집에 들어서면서 외쳤다. 안으로 들어가자 앨런 부인이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고 우리를 맞이했다. 그녀는 우리를 거실로 안내해 앉게 했고 유언장을 읽기 시작했다.

“너희 중 한 사람이 오늘 밤 2억 달러를 상속받을 거야. 하지만 살해범은 바로, 너희 중에 한 사람이다!”

대단했다! 아이들은 곧 두 그룹으로 나뉘어 실마리를 찾고 수수께끼를 풀어갔다(책에서와 똑같은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이층 욕실로 가 휴지통 밑을 보시오’라는 실마리를 찾아 휴지통 밑을 뒤지면 또 다른 실마리가 있는 식이었다. 아이들은 아름다운 집 안을 샅샅이 뒤지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갔다. 그러다가 데이지아의 팀이 먼저 최종 실마리를 찾아 부엌으로 갔다. 그곳에는 레이먼드 블러드가 입가에 피를 흘리며(사실은 케첩) 쓰러져 있었다. 데이지아가 벽이 울릴 만큼 비명을 질러댔고 학생들은 다 같이 현관까지 도망을 쳤다. 한 아이가 소리쳤다.

“어서 911에 전화해!”

나는 재빨리 아이들을 진정시켰고 다시 거실로 집합시켰다. 사실은 앨런 씨인 레이먼드 블러드가 일어나 자신은 죽지 않았고 살인사건 같은 것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오늘 밤 모든 일이 재치와 기량을 시험해보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고 살인사건도 없었으니 당연히 2억 달러 상속도 없다고 발표했다. 다들 어이가 없는지 한마디도 못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한 학생이 “흥!” 하고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는 모두 리무진으로 돌아갔고 몇 억 달러를 놓쳤다는 실망감도 금세 사라졌다. 아이들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고 눈물까지 흘렸다. 다들 그 순간을 진심으로 즐겼다. 솔직히 아이들이 그렇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다음 날 아이들이 교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선생님, 오늘 그 책 끝낼 수 있어요?”

나는 아직 150페이지나 남았기 때문에 하루 만에 책을 다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제발요!” 하고 애원했고 나는 불가능하지만 한번 해보자고 말했다. 물론 한 시간 만에 책을 다 마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먼저 책을 끝내기를 원했다는 게 중요했다. 아이들은 책 속으로 빨려 들려가 자신이 이야기 속의 일부인 것처럼 느끼고 있었다.

저택을 섭외하고 경찰테이프를 설치하고 실마리를 곳곳에 숨겨놓고 ‘바니 노스럽 씨’를 찾아내는 데 들인 시간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선물해주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상상력을 발휘하는 능력이었다. 그해 아이들이 읽은 모든 책에는 생명력이 깃들었다. 이야기마다 재현할 필요도 없었다. 책을 펼치기만 하면 아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했다. 각 페이지에서 단어를 이끌어내고 마음속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법을 배웠다. 아마 그러한 능력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 읽기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람이 반드시 교사일 필요는 없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스스로 공주가 되고 사악한 왕비나 요정, 마녀, 달걀인간, 심지어 머리 없는 기사가 되어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마법 부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그런 사랑을 심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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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 론 클라크 저/이주혜 역 | 김영사

놀라운 학업 성취, 놀라운 창의력과 성실함, 친구를 향한 애정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미국 애틀랜타의 가난한 지역에 위치한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놀라운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목표를 찾아간다. 배움을 즐거운 일이라 여기며, 세상의 편견과 차이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안다. 어디에서 이런 학생들을 찾아냈을까?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웨스팅 게임 #RCA #론 클라크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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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2.06.28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찾을 수만 있다면 교육효과 또한 배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한 부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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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히테

2012.06.28

흥미를 갖도록 실제상황을 꾸몄군요...매우 흥미롭네요.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라면 아이들이 더 관심을 갖겠지요. 그것도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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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6.28

정말 재미있어보이네요. 소설을 실제로 만들다니. 저러면 소설 원작으로 만든 영화를 보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거같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 정말로 저걸 믿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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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클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