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 학생들을 몰래 데려나가 감자튀김을 사준 선생님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만약 어느 교사에게 내 자식을 맡겼다면 그 교사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주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의 정확한 답이 떠오를 때가 많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고 힘을 북돋아줄 수 있으며 필요한 사랑을 안겨주는 올바른 길이 생각난다.
20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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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만약 어느 교사에게 내 자식을 맡겼다면 그 교사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주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의 정확한 답이 떠오를 때가 많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고 힘을 북돋아줄 수 있으며 필요한 사랑을 안겨주는 올바른 길이 생각난다. |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던 도중에 한 학생이 생일을 맞았다. 제일런은 살면서 맞서야 할 어려움이 무척이나 많은 아이였다. 엄마는 암투병 중이었고 아빠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런데 막상 제일런의 생일날 밤 11시 30분이 되어서야 나는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해주지 못하고 하루를 그냥 보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나도 기진맥진한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8일간 30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영국과 프랑스와 암스테르담을 차례로 여행 중이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피곤해 그냥 누워 쉬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겨우 몸을 일으켜 옷을 다시 입고 제일런과 줄이 함께 쓰고 있는 호텔 방으로 갔다. 문을 두어 번 두드려서야 제일런이 겨우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문틈으로 속삭였다.
“얘들아, 얼른 옷 입어라. 선생님이 곧 쳐들어간다!”
제이런은 한마디도 토를 달지 않았다.
“예, 선생님.”
약 60초 후에 제일런과 줄이 옷을 입고 방 밖으로 나왔다. 다소 흐트러진 복장이었지만 어쨌든 외출할 준비가 끝났다. 우리는 살금살금 복도를 걸어갔다.
“제일런, 네 생일이 이제 겨우 10분밖에 남지 않았잖아. 그러니 최대한 아껴 써야지.”
그때 그 아이의 얼굴에 떠오른 기쁨의 표정은 내가 RCA에서 겪은 가장 벅찬 순간들 중 하나다. 그토록 큰 고통을 겪어온 아이가 그렇게 크게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순간, 우리 바로 뒤쪽에서 문 하나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여행 중에 개별외출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다. 나는 몰래 놀러 나가려는 녀석이라고 생각해 제일런과 줄에게 얼른 숨으라고 말했다. 제일런과 나는 60센티미터 정도 너비의 오목하게 들어간 벽 틈새에 얼른 숨었다. 그러나 줄은 제때 숨지 못했고 결국 공포에 가득 차서 전속력으로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론다 로키 선생님이었다. 곧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들려오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주우우울!!!”
곧 로키 선생님의 발자국 소리가 다가왔다. 쿵 쿵 쿵 쿵. 로키 선생님은 줄을 잡자마자 그 아이의 목을 조를 기세였다. 게다가 제일런과 내가 숨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최대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벽에 몸을 납작하게 붙이려고 애썼다. 내 얼굴에 떠오른 공포의 표정을 보았는지 제일런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만 같았다. 갑자기 로키 선생님이 우리 바로 옆까지 왔다. 그녀는 돌연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오른쪽으로 홱 꺾어 제일런을 보고 다시 고개를 왼쪽으로 꺾어 나를 보았다.
“클라크 선생님! 하마터면 줄을 정말로 죽일 뻔했아요.”
우리는 입을 막은 채로 복도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줄이 숨을 고르고 제일런이 벽에서 떨어져 나온 다음 모두 한 조가 되어 호텔 밖으로 나갔고, 두 블록 떨어진 작은 가게에서 마요네즈를 곁들인 감자튀김과 주스를 주문했다. 그리고 약 20분 동안 웃고 떠들다가 두 소년을 다시 호텔방으로 데려다주었다. 시간은 자정을 훌쩍 지나 있었다. 그렇다. 나는 적절하지 못한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제일런은 그날 밤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RCA에서는 8학년을 거의 마칠 무렵이면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겪은 최고의 순간을 20개 정도 써보게 한다. 나는 그동안 겪은 마법 같은 교육경험이며 온 세상을 여행했던 일, 학교 전체가 가족처럼 지내며 교사와 친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일을 회상한다. 제일런은 자신이 겪은 최고의 순간을 다음과 같이 썼다.
암스테르담에서 클라크 선생님이 특별한 느낌을 선물해주셨을 때다. |
애틀랜타로 돌아왔을 때 제일런의 엄마도 아들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해준 것에 감사하며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내왔다.
“정말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클라크 선생님. 제가 할 수 없었던 일을 선생님이 해주셨군요. 평생 갚지 못할 빚을 지고 말았습니다.”
제일런의 엄마는 그 여행이 있고 이듬해에 돌아가셨다.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었다. 어린 나이에 자기 몫보다 훨씬 많은 일들을 등에 지고 살아가야 하는 녀석을 보면 늘 마음이 아프다.
우리 교사들처럼 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지만 가끔은 전혀 모르고 지나갈 때도 있다. 아이들이 느끼는 고통과 감수해야 할 어려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한 개인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만약 어느 교사에게 내 자식을 맡겼다면 그 교사가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주기를 바라는가?” 그러면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의 정확한 답이 떠오를 때가 많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도와줄 수 있고 힘을 북돋아줄 수 있으며 필요한 사랑을 안겨주는 올바른 길이 생각난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집중하게 되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게 되며 점심시간이면 아이들 옆에 앉게 되고 작은 선물을 주고 싶어진다. 때로는 한밤중에 몰래 빠져나가 감자튀김을 먹는 일도 생긴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어쩌면 간절하게 행복을 갈구하는 아이에게는 몹시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 꿈의 학교 론 클라크 아카데미 론 클라크 저/이주혜 역 | 김영사
놀라운 학업 성취, 놀라운 창의력과 성실함, 친구를 향한 애정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미국 애틀랜타의 가난한 지역에 위치한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세상에서 본 적 없는 놀라운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신의 목표를 찾아간다. 배움을 즐거운 일이라 여기며, 세상의 편견과 차이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이겨내는 방법을 안다. 어디에서 이런 학생들을 찾아냈을까? 론 클라크 아카데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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