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는 행위지만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신기하게 느낄 만큼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엄숙함은 어디서 온 걸까. 생활에서 왔지, 생활에서! 잊고 있던 집 생각이 났다. 일용할 양식이 생활에 얼마나 소중한지, 살아 있는 한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여전히 대충 해치워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 날마다 해야만 하기 때문에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방인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ㅡ 박정석, 『열대식당』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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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식당』
조용히 내미는 밥 한 그릇의 온기, 소박하고 조촐한 식당이 주는 푸근함, 보는 것만으로 침이 가득 고이는 주방과 음식. 이토록 작고 사소한 것이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 『화내지 않고 핀란드까지』의 작가 박정석이 이번에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버마를 여행하는 동안 만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다. 어떤 여행자도 배고프거나 쓸슬하지 않은 곳.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그 곳의 밥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열대의 본질에 닿는 일이다. 저자는 각 나라의 일상적인 미식공간에서 만난 수많은 음식들과 그 음식을 만드는 이들의 일상을 섬세하고 탁월한 필력으로 묘사한다. 무엇보다 무조건 좋다고 추천하는 칭찬 일색의 여행에세이가 아니라 좋다. 책에 실린 음식사진 밑에 솔직하게 적혀 있는 ‘맛없다’라는 문구에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건 이 책의 또 다른 매력.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소설가 김영하가 5년 만에 내놓은 새 장편소설. 『검은 꽃』과 『퀴즈쇼』에 이은 작가의 '고아 3부작' 마지막 편이다. 작가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어 소음이 되어버린 존재들에 목소리를 부여한다. 가출 청소년들의 야만적인 혼숙생활과 잔인한 폭력성을 불편하리만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이러한 폭력 역시 하나의 목소리라는 것. 그러므로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소설가는 도대체 뭘 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이 소설 자체라 할 수 있다. 김영하는 “작가란 세상의 고통과 기쁨을 감지해 알리고 독자의 감수성을 높여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만드는 존재"라 말한다. 이 책이 들려주는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서서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할 때, 독자들은 작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이종태 시사IN 경제-국제팀장과 함께 펴낸 신간. 7년 전 노무현 정부를 이른바 신자유주의로 규정, 비판하고 복지국가를 한국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했던 장하준, 정승일 교수의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후속편 격으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경제서지만 대담형식으로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 썼다. 저자들은 2012년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이 이명학 정부의 우파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로 이미 실패로 검증된 좌파 신자유주의로 회귀하려는 조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2008년 금융위기, 1998년 IMF 사태 등의 원인을 명확히 짚으며 주주 자본주의의 허점을 짚어낸다. 또한 전작 『쾌도난마 한국경제』 출간 당시 논란을 일으켰던 박정희와 재벌체제에 대한 논의도 보다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경제경영-자기계발 분야의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발표해온 경영 대가 공병호가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이 쓴 원전을 현대에 맞게 성공학, 자기계발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책이다. 「공병호의 고전강독 시리즈」는 동서양의 위대한 고전들을 강독하며 삶과 세상살이에 대한 생생한 지혜를 구하는 저자의 평생 프로젝트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최고의 인생을 묻다’ 편과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게 다시 정의를 묻다’ 편이 먼저 출시되었다. 특히 저자는 책장에 꽂아두기만 한 채 읽을 엄두를 내기 힘든 고전 속에서 주요 원문을 추려 소개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현대의 풍부한 사례 속에서 녹여냄으로써 독자들이 보다 쉽게 고전에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탁현민의 멘션S』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공연, 나꼼수 공연, MBC 파업지지 콘서트 등 사회성 짙은 공연들을 기획해온 공연연출가 탁현민의 에세이집. 토크콘서트, 시사콘서트, 북콘서트 등의 공연 형식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며 늘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저자가 이번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놓았다.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온 글들을 정리하여 실었을 뿐만 아니라 책의 상당 분량을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인터뷰 내용에 할애하여 ‘공연기획자 탁현민’을 파헤치고 있다. 공연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연출가로서의 고민부터 공연이 끝나고 난 후 허전함을 느끼는 ‘인간 탁현민’의 내면까지, 탁현민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풀어놓음으로써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다.
『뉴욕의 상뻬』
『좀머씨 이야기』, 『꼬마 니콜라』 등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그림으로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고 있는 장 자끄 상뻬가 새 작품집을 냈다. 그림작가에게는 명예의 전당이나 다름 없는 <뉴요커> 지의 표지를 30년 이상 장식해온 상뻬의 그림 150여 점과 육성 인터뷰를 함께 엮은 책이다. 상뻬의 꿈과 그림에 대한 그의 생각, 그리고 표지와 일러스트 작업을 둘러싼 일화들을 엿볼 수 있다. 지극히 사소한 일화로 삶과 죽음, 인생의 의미를 통찰하는 그의 그림들 속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게재된 <뉴요커>의 표지와 원화를 함께 배치하여 비교해 살펴볼 수 있도록 편집한 것 역시 또 하나의 볼거리.
정현경 도서 MD
커피와 음악 없이는 하루를 버티기 힘이 들고, 밤만 되면 눈이 번쩍 뜨이는 야행성 인간. 여름 휴가 때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1년을 버티며 산다. 면접 때 책이 쌓여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대답을 하고 입사했다. 그래서인지 집에 읽지 못한 책이 자꾸 쌓이기만 해서 반성 중이다.
maru
2012.03.29
<열대식당>과 <뉴욕의 상뻬>도 조만간 읽으려고 장바구니에~~
영원한 청춘
2012.03.29
책방꽃방
201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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