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불면증과 관련해 베개가 미치는 영향이 얼만큼인지 정확한 비율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봐도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뭔가 증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특수한 표본이기는 하지만, 베개에 대해 ‘불만이다’라고 대답한 사람이 60%였는데 적절한 베개로 교체한 뒤에 76%나 ‘수면에 만족한다’고 답한 것은 고무적입니다.
베개 하나만 바꿔도 수면의 질이 달라집니다. 손이 저리다거나 목이나 어깨가 결려서 자꾸 잠에서 깨는 등 정형외과 관련 증상이 나아지는 건 물론이고 “우울증이라서 약을 먹어야만 잠이 온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소변이 자주 마려운 건 어쩔 수 없다”며 거지반 포기한 불면증까지 호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베개 불면이 다른 원인에서 오는 불면증의 그늘에 숨어 시침 뚝 딴 얼굴로 못된 장난을 치기 때문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 사실을 입증하는 실례를 소개하지요.
먼저 32세 남성의 사례입니다. 다부진 체격으로 키 175㎝, 몸무게는 87㎏. 체격은 베개 높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는 먼저 환자의 체격에 주목합니다. 이 환자의 경우 학창시절에 야구를 했기 때문에 오른쪽 어깨에서 부터 오른팔에 걸친 근육이 왼쪽과 비교해 잘 발달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환자가 병원을 찾은 직접적인 이유는 목 디스크 때문이었죠. 목뼈의 추간판(척추 뼈 사이사이에 들어 있어 충격을 흡수해주는 연골의 원판)이 뼈 사이로 빠져나와 심한 통증과 손 저림 증상을 일으켰습니다. 이 때문에 “목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니 큰 몸집에 비해 감정이 섬세한 분으로, 직장과 관련해 여러 가지 고민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니 잠은 점점 더 달아나고, |
저는 베개에 대해 질문해보았습니다.
─ 베개 말인가요? 몇 개 바꿔서 써보긴 했는데, 좀처럼 맞는 게 없어서……. |
그래서 저희 연구소에서 이 분의 몸에 맞춰 베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어떻게 되었을까요? 언제 그랬냐는 듯 목의 통증도, 손 저림도, 어깨 결림도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뿐하고 기분도 상쾌한데다 아침밥이 꿀맛이라는 겁니다. 코골이도 사라지고 자다 호흡이 멈추는 증상도 사라져서 부인도 안심한 모양이었습니다.
─ 염려하시던 우울증은 어떤가요? ─ 예……? 무슨 말씀이신지? |
오히려 질문한 제가 맥이 빠져버렸답니다.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사례는 78세 여성입니다. 키 148㎝, 몸무게 63㎏. 약간 살찐 몸집에 등이 많이 굽은 할머님이죠. 오랜 세월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어르신들 중에는 등이며 허리가 굽은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게다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져서 등뼈가 변형되었지요.
할머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선 놀란 것은 “밤에는 옆으로 눕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고 몸도 마음대로 뒤척일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아침이면 목이며 허리가 아파서 몸을 일으키는 일조차 힘겨운 듯했습니다. 자다가 대여섯 번씩 깨어나 화장실에 가는 것도 습관이 된 모양이었고요. 너무 괴로운 나머지 단골 내과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고 나서야 잠자리에 드는 게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베개에 대해 여쭤보니, 놀랍게도 손수 만든 베개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 잠을 푹 자고 싶어서 여러모로 연구를 해보았지요. |
그 연구 결과가 이중으로 된 타월 베개였습니다. 머리 아래에는 접은 타월을 놓고, 목 아래에는 원통 모양으로 돌돌 만 타월을 끼워 넣고 잔다고 자랑스레 설명하시더군요.
이 말을 듣고, 저는 기가 막히다 못해 무서웠습니다. 그런 베개로 머리와 목을 고정해버리면 절대 몸을 뒤척일 수가 없습니다. 몸을 뒤척이지 못해 온갖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잠을 자고 싶어 손수 개발한 베개’였다니, 주객이 전도된 거지요.
저는 할머님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베개를 바꿔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물론 반듯이 누워 자도 모로 누워 자도 무리가 없고, 몸을 뒤척이기도 편한 납작 방석 베개였지요. 며칠 뒤 다시 만난 할머님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 아침이면 으레 있던 허리통증도 가시고,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는 일도 없어졌어요. |
베개로 목이 안정되면 목부터 허리까지 이어지는 척추의 수면 자세가 개선되어 허리와 다리의 통증이 완화되는 예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할머님이 가장 기뻐하신 점은 자다 깨어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밤새 한 번으로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수면제를 안 먹어도 깊이 잠들 수 있게 된 것 같더군요.
위에 소개한 두 가지 사례는 베개 조정이 괄목할 만한 효과를 발휘한 경우입니다. 물론 베개만 바꾼다고 모든 증상이 개선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겪고 있는 불면증도, 적으나마 베개가 복합적인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이게 다 베개 때문이다 야마다 슈오리 저/신유희 역 | 위즈덤스타일
베개는 단순히 자는 동안 목을 얹어놓는 도구가 아니다. 숙면을 취하려면 목의 위치, 다시 말해 목신경이 적당한 기울기를 유지해야 한다. 맨 바닥에 눕는다고 가정해보자. 무심코 두 팔을 머리 밑으로 대게 마련이다. 이는 사람 목이 C자형이므로 누웠을 때 편안한 위치를 만들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다. 베개 없이 자는 게 좋다는 낭설을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마다 슈오리
의학박사. 1964년 도쿄 출생. 1988년 도쿄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형외과 교실을 거쳐 2000년부터 도쿄의 마치다 시 나루세 정형외과에서 원장과 함께 정형외과 베개를 연구 개발했다. 현재 16호 정형외과 원장, 도쿄여자의과대학 닛포리 클리닉 강사, 야마다 슈오리 베개 연구소 대표이사, 일본 아로마 테라피 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베개와 수면에 관한 연구에 전념하면서 정형외과 의사가 생각하는 올바른 잠, ‘정면’을 위한 베개와 아로마 요법에 관한 연구를 천직으로 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병은 잠든 사이에 고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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