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기타 연주자들이 우상화하는 기타리스트가 몇 있습니다. 기타 주법에 혁명을 일으킨 에디 밴 헤일런도 그런 명인들 중 한 명인데요. 그가 주축이 되어 활동하던 밴드 밴 헤일런이 최근 무려 14년 만에 돌아와 새 음반을 내놓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데뷔앨범 < Van Halen >을 소개합니다.
밴 헤일런(Van Halen) < Van Halen > (1978)
1970년대 후반, 헤비메탈은 미국과 영국 모두에서 찬밥 신세였다. 당시에 '싸구려 매춘부 음악'이라고 홀대받았던 디스코가 미 대륙을 지배하고 있었고, 대서양 건너편 영국에서는 돈이 되는 대형 선배 그룹들을 기타로 난도질 한 성난 펑크와 그 이후에 등장한 지적인(?) 포스트 펑크 후배들이 대중음악계를 잠식했다.
머리카락을 잘린 삼손처럼 힘을 못 쓰던 메탈 계는 헤어스타일을 가다듬으며(?) '더 빠르게, 더 강하게, 그리고 더 난폭하게'라는 기치 하에 재집권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는 아이언 메이든, 데프 레파드, 색슨(Saxon),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 주다스 프리스트, 모토헤드 등이 영국 헤비메탈의 새로운 물결(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이란 새로운 트렌드를 탄생시켰고, 미국에서는 밴 헤일런, 콰이어트 라이어트(Quiet Riot), 트위스티드 시스터(Twisted Sister), 런어웨이스(Runaways) 등이 옛 영광의 재현을 위해 와신상담 중이었다.
1978년에 발표된 반 헤일런의 데뷔앨범 < Van Halen >이 록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한 순간을 장식하는 것은 단지 디스코와 팝이 절정을 구가하던 시기에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키스(Kiss)의 보컬리스트 진 시몬스(Gene Simmons)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탄생한 이 명반은 1980년대에 만개한 LA 메탈과 팝 메탈의 씨앗을 뿌렸으며, 음악 팬들은 드디어 메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음악 관계자와 뮤지션, 그리고 메탈 키드들에게 충격을 가한 기타리스트 에드워드 반 헤일런(Edward Van Halen)의 연주곡 「Eruption」은 기타의 지판을 눌러 건반 악기처럼 빠른 연주를 가능케 한 라이트 핸드 (혹은 태핑) 주법을 공식적으로 처음 선보여 일렉트릭 기타 연주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무심코 들으면 기타가 아니라 마치 건반을 치는 듯한 느낌의 그 태핑은 기타 연주의 발상법을 새로이 바꾼 일대 사건이었고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기타꾼들은 속주 연주에 자신의 손가락을 바쳤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밴 헤일런의 데뷔앨범에서 시작되었다.
영국 출신의 록 밴드 킹크스(Kinks)의 원곡을 리메이크 한 첫 싱글 「You really got me」는 빌보드 싱글차트 36위에 오르며 반 헤일런의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음악 평론가들로부터 최초의 메탈 기타 리프라고 인정받고 있는 킹크스의 「You really got me」를 커버함으로써 반 헤일런은 자신들의 음악적인 탯줄이 바로 록에 대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두 번째 싱글 「Runnin' with the devil(84위)」은 미국 록 라디오 스테이션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했으며, 「Ain't talkin' bout love」와 「Jamie's cryin」, 「Atomic punk」, 그리고 시카고 블루스 싱어 존 브림(John Brim)의 오리지널을 재해석한 「Ice cream man」 등은 싱글차트와는 관계없이 록 팬들로부터 고루 인정받은 트랙들이었다. 특히 「Ain't talkin' bout love」는 영국 출신의 테크노 그룹 아폴로 포포티(Apollo 440)가 「Ain't talkin' bout dub」이라고 타이틀을 바꾼 덥 사운드(Dub sound)로 재탄생시켜 명곡은 시대나 유행과는 상관없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러나 이 음반에서 빛을 발하는 곡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등장 이후 제2의 기타 혁명으로 인정받는 라이트 핸드 주법이 소개된 1분 42초짜리 연주곡 「Eruption」이다. 이 곡을 들은 딥 퍼플(Deep Purple)의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가 “키보드 연주인 줄 알았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신적인 쇼크를 불러왔으며 기타 연주의 청각 체감지수를 크게 높였다.
「Eruption」은 1980년대에 임펠리테리(Impelliteri), 잉위 맘스틴(Yngwie Malmsteen), 마티 프리드만(Marty Friedman), 토니 매칼파인(Tony MacAlpine), 스티브 바이(Steve Vai),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 존 사익스(John Sykes) 같은 수많은 속주 기타리스트들이 '폭발'하는데 뇌관 역할을 했다. 그 외에도 「I'm the one」, 「You really got me」, 「On fire」에 등장한 에디 밴 헤일런의 재치 있는 태핑 플레이는 각 곡마다의 품격을 업그레이드시켰다.
또 세속적인 사랑을 노래한 경쾌한 트랙 「Feel your love tonight」은 1980년대를 수놓은 LA 메탈과 팝 메탈의 시초에 그 단서를 제공한다. 앨범 전체적으로 1977년에 녹음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각 파트가 모여 완벽한 사운드의 카타르시스를 자랑한다.
에드워드 반 헤일런의 기타 연주에 가려지긴 했지만 알렉스 반 헤일런(Alex Van Halen)의 드럼과 마이클 앤소니(Michael Anthony)의 리듬 파트는 '보이지 않는 충신'처럼 모든 곡마다 생명력과 밸런스를 부여했고, 데이비드 리 로스(David Lee Roth)는 거칠면서 본질에 충실한 살아있는 록 보컬을 들려준다. 이 모든 것이 훌륭하게 조율된 것은 프로듀서 테드 템플만(Ted Templeman)의 공로(功勞)이다.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만 천만 명 이상이 소장하고 있는 반 헤일런의 데뷔앨범은 상업적인 성공과 음반의 완성도, 그리고 음악적 실험성이라는 명반의 세 가지 요건이 함수 관계처럼 사이좋게 동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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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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