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택주 “법정스님이 전하려던 메시지는 무소유가 아니라…”
2월 17일(음력 1월 26일)은 법정스님이 입적하신 지 2주기가 되는 날이다. 법정스님은 가셨지만, 그의 삶은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에 따듯한 동행이 되어주는 변택주 작가를 만나 법정스님이 우리에게 남긴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ㆍ사진 김수석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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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음력 1월 26일)은 법정스님이 입적하신 지 2주기가 되는 날이다. 법정스님은 가셨지만, 그의 삶은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에 따듯한 동행이 되어주는 변택주 작가를 만나 법정스님이 우리에게 남긴 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법정스님과의 행복한 동행

변택주 작가는 12년간 법정스님의 길상사 법회 사회를 맡으며 지근거리에서 법정스님을 모셔왔다. 가장 가까이에서 법정스님의 말씀을 듣고 법정스님의 발자취를 묵묵히 따라온 변 작가는 전작 『법정스님, 숨결』에 이어 『법정, 나를 물들이다』로 법정스님이 세상에 남기고 간 구도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매화의 향기에 봄이 눈을 뜨듯이, 법정의 향기가 겨우내 얼어있던 우리의 마음을 깨웠다.

『법정, 나를 물들이다』에는 법정스님과 인연을 맺은 열아홉 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인물을 선정하는데 특별한 선정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인연을 따르려고 했어요. 한 분 한 분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정말 법정스님 못지않게 세상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신 ‘맑고 향기롭게 사는 삶’을 보았어요.”


전작 『법정스님, 숨결』을 펼치면 상처에 입김을 불어주는 어머니의 따듯한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법정, 나를 물들이다』를 펼치면 혼잡한 거리 한복판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손을 꼭 잡아주는 아버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법정스님, 숨결』이 설법의 시작이라면, 『법정, 나를 물들이다』는 설법이 끝난 후 주고받는 문답의 시작이다.

“법정스님께서는 당신이 덕을 갖추지 못해서 절을 받는 게 부끄럽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10여 년간 대중들과 맞절로 법회를 시작하셨어요. 법정스님께서는 어려운 일이 닥칠 때면 ‘지광(智光:변택주 작가의 법명)아, 염려마라. 다 잘될 거야’란 말로 위안을 주셨어요. 아직도 그 따스한 음성이 귓가에 들리는 거 같아요.”


우리가 법정을 기억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하나. 나누며 살아야



‘무소유’는 우리에게 개인적인 성찰과 깨달음을 주었다. 하지만 법정스님이 진정으로 말씀하고자 하셨던 것은 무소유가 아니었다. 법정스님은 ‘갖지 아니하는 삶’이 아닌 ‘나누는 삶’을 말하고자 했다. 또한, 법정스님은 모든 만물을 수평관계로 보았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가지거나 지배할 수 없으며 베푼다는 말 또한 옳지 못하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다.

“결국은 나눔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경제가 어렵고 가난 때문에 힘들다고 하지만, 작년 우리나라는 무역 수출 7위였고, 경제는 전년 대비 4%안팎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경제는 계속 성장하는 데 서민들의 삶은 왜 반대로 어려워만 지는 걸까요. 산업사회가 땀의 의미를 소중히 했다면, 이제는 눈물이 지닌 의미를 헤아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흘린 땀만큼 고른 분배가 이뤄지지 못해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이를 기업인과 정치인은 기억해야 합니다.”

나눔은 꼭 물질적인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법정스님은 ‘맑고 향기롭게’를 통해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다. ‘맑고 향기롭게’는 최소한의 회비도 없었고 구청에서 지원해준다는 복지자금 예산도 거절했다. 법정스님은 가난한 자라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마음과 신성한 노동만으로. 새벽 골목을 쓰는 청소부의 모습으로. 그렇게 사회가 차츰 변해가기를 바랐다.

“세상 만물은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우주가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나눔입니다.”(법정스님)




. 함께 살아야


법정스님은 더불어 사는 것을 강조했다. 그것이 식물이든, 동물이든 또는 사람이든 간에 모든 존재는 모두 함께 살아야 한다. 홀로 동떨어진 삶이란 없다. 우리는 법정스님이 강원도 산속에서 홀로 살았다고 여기지만, 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갔다. 법정스님은 박새가 좋아하는 조를 사서 뿌려주기도 하였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계곡물에 숨구멍을 뚫어 산 짐승들이 물을 먹도록 해주기도 했다.

“법정스님하면 ‘무소유’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법정스님 사상의 핵심은 ‘함께하는 삶’입니다. 불이(不二)라고도 하지요. 둘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우리는 둘이 아니면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불이(不二)는 둘이 아니라고 해서 하나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법정스님은 저마다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바랐다. 장애인이나 소외계층의 문제를 자신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닌 우리의 일로 생각할 때 사회가 발전한다. 그리고 내 둘레 사람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알고 친절을 나누는 것이 함께 사는 지혜다.

“시각장애인 조각가의 조각전에 간 적이 있었어요.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칠흑같이 어두운 거예요. 앞이 하나도 안 보였어요. 빛이 한 줌도 없으면 시간이 지나도 시야가 밝아지지 않더군요. 관람을 온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조각을 손으로 더듬어보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더듬어도 도무지 형상이 떠오르지를 않는 거예요. 그러니 이것을 만든 조각가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전시장을 나오니 전시장에 놓여있던 전시물의 사진이 붙어있었어요. 제가 생각한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군요. 그리고 소감을 적은 글들이 붙어 있었는데 소감문 하나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습니다.”

그 소감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었다. “저는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는 제 아이를 아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제가 아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저는 제 고통과 힘든 것만 알았지 아이가 겪고 있는 어둠은 모르고 있었어요. 눈을 뜨고 아이를 바라보면서 아이의 모습만을 살피려고 했지, 아이와 함께 어둠 속에 있은 적은 없었어요.”

우리는 얼마나 타인을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친절이란 자신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공감하며 친절을 베푸는 사회. 법정스님은 그런 사회를 꿈꿨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또는 유대교나 화교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친절입니다.”(법정스님)




. 제 빛깔과 향기를 내뿜어야


법정스님은 세상에 하찮은 존재란 없다고 했다. 법정스님은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 안에서 우주의 원리를 찾았다. 그리고 그의 법문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통해 배우고 깨달았다. 법정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은 한 사람이면 되지, 두 사람은 필요 없다고 했다. 법정스님은 저마다 독특한 향기를 내뿜는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사라지는 날이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날이 아닐까 해요. 커다란 용이 아니고 지렁이라도 그 쓰임이 있는 것이죠. 지렁이는 썩은 흙을 먹고 새 흙을 토해내요. 그리고 땅 안에 공기층을 만들어서 정화작용을 도와주죠. 모두가 용이 되려는 세상만큼 끔찍한 건 없어요. 송사리는 송사리대로, 가물치는 가물치대로, 가재는 가재대로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입니다.”

세상은 크고 힘 있는 것에 의해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조화를 통해 움직인다. 인구수만큼의 가치와 개성이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어야 한다. 법정스님은 자신을 닮아가기를 바라지 않았다. 법정스님은 각자의 빛깔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랐다.

“법정스님은 불상이나 십자가에 종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공경하는 법을 가르쳐줬으니 이제 세상에 나가 진짜 부처에게 그 공경을 실천하며 살라고 하셨죠. 진짜 부처는 내 아내와 남편이고 자식이며 거리의 행인입니다. 세상 모두가 부처가 되고 그 부처를 공경하는 세상. 나누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법정스님께서는 원하셨어요.”

“사람은 저마다 특성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 생에 익힌 열매입니다. 그 열매를 묵히거나 없애지 말고 좋게 써야 합니다. 저마다의 재능과 특성이 한데 어우러져야 건전한 우주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꽃들은 제가 지닌 모양과 향기를 잃지 않고 저마다 세계를 활짝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도 저마다 제 빛깔을 지녀야 합니다.”(법정스님)






◈ 작가소개

변택주
1998년부터 법정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12년간 법정스님의 길상사 법회 사회를 맡았으며 법정스님에게 지광(智光)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밝고 향기롭게’ 이사직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컨설팅과 인문학 강의를 겸하면서 법정스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저서로는 『법정스님, 숨결』, 『법정, 나를 물들이다』가 있다.





 

법정, 나를 물들이다 글 변택주 | 불광출판사

여기 법정 스님과 함께 가서(同行) 법정 스님과 함께 행복했던(同幸) 열아홉 사람의 인연 이야기가 있다. 독보적인 자기 예술 세계를 구축한 조각가 최종태, 법정 찻잔으로 스님과 인연을 이어 간 도예가 김기철, 그림으로 시를 쓰는 화가 박항률, 성철 스님 시봉 일기로 유명한 원택 스님, 종교 벽을 허물고 우정을 나눈 장익 주교, 온 누리 어머니로 사는 원불교 박청무 교수 등 『법정, 나를 물들이다』에서 법정 스님과 만난 이들은 그의 숨겨진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주어 독자들에게 법정 스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

#변택주 #법정스님 #무소유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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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

2012.03.29

우리들의 부처는 세상 그 어느곳에도 존재하는 법이죠, 우리가 발견을 못해서 잘 못찾는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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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2.03.14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이뤄져야 비로서 '나누는 삶'에 진짜로 부합하지 않을까 합니다. 법정 스님의 향기가 스며든 책들을 다시 꺼내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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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u

2012.03.09

<법정, 나를 물들이다>를 읽는 도중에 법정의 마음과 말씀을 접할 수 있었는데, 저자와 법정스님의 인연이라든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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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석

http://blog.yes24.com/musician79

채널예스에서 작가와 독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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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택주

가슴막염을 앓아 중학교 1학년을 네 해에 걸쳐 세 번 다니다가 말았다. 한자를 잘 몰라 우리말을 살려 쓰다 보니 말결이 곱다는 소리를 듣는다. 세종임금께서 한글을 빚어주신 덕분이라 여기며 한글로 우리말 살려 쓰기를 하면서, 말결이 곧 사람 결이라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세월, 경영자로 일했다. 그런데 무엇을 만들려면 몇 곱절 더 많은 것을 망가뜨린다고 알아차린 것은 경영에서 물러난 뒤였다. 이제 지피지기하여 어울려 사는 뭇 목숨을 두루 챙겨야만 참다운 경영이라고 받아들인다. 경영은 살림이다. 이 바탕에서 평화는 어울려 살림이라고 여겨 백두에 사는 아이와 한라에 사는 아이가 어깨동무하기를 빌면서 나라 곳곳에 모래 틈에라도 들어갈 만큼 아주 작은, 꼬마평화도서관과 부릉부릉그림책도서관을 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이토록 다정한 기술』, 『법정 스님 눈길』, 『법정 스님 숨결』, 『벼리는 불교가 궁금해』, 『내 말 사용 설명서』, 『가슴이 부르는 만남』, 『법정, 나를 물들이다』 따위가 있다. 소리방송 ‘팟빵’에 새내기 경영자를 아우르는 [경영공작소], 평화를 그린 그림책을 연주하고 받은 느낌을 나누는 [꼬평그림책연주뒷마당], 말만 곱게 해도 몸부림칠 일이 줄어든다는 [왁자지껄 말부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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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후 인간의 선의지를 고뇌하다가 대학 3학년 1학기 때 중퇴하고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6년 당대 고승인 효봉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같은 해 7월 사미계를 받은 뒤, 1959년 3월 통도사에서 승려 자운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이어 1959년 4월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승려 명봉을 강주로 대교과를 졸업했다. 그 뒤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여러 선원에서 수선안거했고,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역경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및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1975년 10월에는 송광사 뒷산에 직접 작은 암자인 불일암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면서 홀로 살았다. 1994년부터는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끄는 한편, 1995년에는 서울 도심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다가, 2003년 12월 회주직에서 물러났다.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이 살던 주인 없는 오두막에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았으며, 2010년 3월 11일(음력 1월 26일) 입적했다. 수필 창작에도 힘써 수십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였는데, 담담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정갈하고 맑은 글쓰기로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 작가로도 문명이 높다. 대표적인 수필집으로는 『무소유』, 『오두막 편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 소리』, 『산방한담』, 『텅 빈 충만』, 『스승을 찾아서』, 『서 있는 사람들』, 『인도기행』, 『홀로 사는 즐거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등이 있다. 그 밖에 『깨달음의 거울』, 『숫타니파타』, 『불타 석가모니』, 『진리의 말씀』, 『인연 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의 역서를 출간했다.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1976년 출간한 수필집 『무소유』가 입소문을 타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고 이후 펴낸 책들 대부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수필가로서 명성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1994년부터 순수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끌었으며, 1996년 서울 도심의 대중음식점 대원각을 시주받아 이듬해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었다. 2003년부터 강원도 산골의 오두막에서 문명을 멀리하고 살던 중 폐암이 발병했다. 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입적하였다.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삶의 기록과 순수한 정신을 담은 법정 스님의 산문집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고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를 영혼의 언어로 일깨우고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출가 50년, 법정 스님의 잠언 모음집으로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그의 법문들에서 130여 편의 대표적인 잠언들을 류시화 시인이 가려 뽑았다. 2006년, 법정 스님 출가 50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기획된 이 책은, 류시화 시인이 엮은 본문과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명상적인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다. 무소유, 자유, 단순과 간소, 홀로 있음, 침묵, 진리에 이르는 길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로 채워져 있는 이 잠언집은 단순하되 영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가르침들이 행간마다에서 읽는 이를 일깨운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50편의 글이 담겨 있는 대표산문선집이다. 산중 생활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계절적인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피안처가 되어 준다. 세상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절대 진리의 세계를 가리켜 보이는 초월적인 혜안이 그의 글의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인도기행』은 1989년 11월부터 3개월 동안 이루어진 인도 여행 기록을 적은 법정 스님의 유일한 여행 산문집이다. 이 책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영혼의 나라, 인도의 실체를 만나볼 수 있는 명상 기행집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이미 많이 나와 있는 인도 기행서들처럼 단순한 여행 기록이나 가이드북의 차원을 넘어서, 이 책에서는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다시금 느끼는 불교 정신과 더 나아가 종교의 본질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담긴 법정 스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사(生死)와 관련된 인간의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이 담긴 스님의 시선을 엿볼 수가 있다. 삶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유의 기쁨과 포근한 마음의 안식을 제공한 『무소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작품으로 북적이는 도심이 싫어 자연으로 돌아가 새와 바람, 나무와 벗하며 살아가시는 스님은 평범한 모든 이들에게 맑고 깊은 영혼의 세계를 보여준다. 『무소유』의 원문이기도 한 『영혼의 모음(母音)』은 한 구도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맑고 진실된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자연과 벗하며 어린왕자와의 대화를 통해 순수한 영혼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스님은 평범하고 무료하기까지한 일상을 감동의 언어로 바꾸어 놓는다. 특히 은사 스님이신 효봉선사의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는 대목은 법정 스님의 구도자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선택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라는 청빈의 도를 실천하며 ‘무소유’의 참된 가치를 널리 알려온 법정 스님은 끝없이 정진하는 진정한 수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저서로는 『홀로 사는 즐거움』『말과 침묵』『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화엄경』『인연 이야기』『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영혼의 모음(母音)』『버리고 떠나기』『물소리 바람소리』『진리의 말씀-법구경』등이 있다. 폐암으로 투병하던 중 2010년 3월 11일 병원에서 퇴원하여 법정스님이 1997년 12월 창건해 2003년까지 회주를 맡아왔던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입적하기 전날 밤 "내 것이라고 하슴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 겠다."고 말했다. 평소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말라'고 당부했다는 법정 스님은 가는 걸음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남은 이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저서로는 수필집 『산에는 꽃이 피네』, 『인연 이야기』, 『오두막 편지』, 『물소리 바람소리』, 『무소유』, 『홀로 사는 즐거움』,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등이 있고, 역서로 『깨달음의 거울(禪家龜鑑)』, 『진리의 말씀(法句經)』, 『불타 석가모니』, 『숫타니파타』, 『因緣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