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YES24 문학캠프] 지리산에서 나눈 젊은 작가들의 열정
전국 방방곡곡 문학의 흔적이 있는 곳을 찾아 작가와 함께 떠나는 제 8회 YES24 문학캠프. 올해는 '지리산' 편이다.
201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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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을 찍고, 전라남도, 강원도, 충청도를 돌아 이번엔 경상남도다. 전국 방방곡곡 문학의 흔적이 있는 곳을 찾아 작가와 함께 떠나는 제 8회 YES24 문학캠프. 올해는 ‘지리산’ 편이다. 2011년 8월 25일 서울에서 독자 180여명이 집결해 함께 지리산으로 출발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지리산 일대를 돌고, 저녁에는 작가들과 대담을 나누는 2박 3일의 일정이었다.
올해에는 80년대 생으로 ‘지금 나이 대에만 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젊은 작가 전석순, 김혜나, 윤고은 작가가 첫날밤 독자와의 애틋한 시간을 가졌고, 한국의 대표작가이자 『지리산 행복학교』로 많은 독자들에게 지리산 드림을 심어준 공지영 작가, 박남규, 이원규 시인이 둘째 날 밤을 유쾌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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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정말 복 많이 받으신 것 같아요!”
매년 더욱 뜨거워지는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올해는 7400여명의 독자들이 문학캠프를 신청했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독자 200명이 참여했다. (내년 문학캠프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담장자에게 독자선정 팁을 물었다. 정성스럽게 쓴 댓글. 특히 문학에 대한 애정이 물씬한 댓글을 하나하나 찾아 읽으며 선정했단다!) 이뿐이랴. 매년 꼭 하루는 비가 내려, 문학캠프 출발할 때 간단한 빵과 우유, 그리고 우비가 제공되는데, 올해는 우비를 펼칠 일이 없었다. 지리산이 여느 때보다 쨍하게 맑은 날씨로 독자들을 맞이했다.
수많은 문학작품 속 배경, 지리산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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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을 실은 여섯 대의 버스는 경상남도 금계마을에 하차했다. ‘지리산 문학캠프’에 걸맞게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문학캠프의 일정을 시작했다. 중군마을에서 장항마을로 이어지는 3코스는 마을과 산, 계곡을 고루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난이도를 따지자면 중간 정도로 칠 수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때 이곳 마을에 중군(中軍)이 주둔한 까닭에 중군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울창한 푸른색으로 둘러 쌓인 둘레길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이곳에는 1급수의 물이 흐른다. 이내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여행 기분이 물씬해 발걸음은 내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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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에 있는 켄싱턴 리조트에 짐을 풀고, YES24 스탭들이 정성껏 준비한 문학퀴즈 행사가 이어졌다. 배정된 차량 별로 조를 짜서 퀴즈 대항을 펼쳤다. 금새 친해진 독자들은 팀별로 굉장한 단합을 보여주었고, 국내 및 국외 작가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거뜬히 풀어내 조별로 선물 보따리를 한아름 안고 돌아갔다.
젊은 작가 셋, 청춘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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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문학캠프를 찾은 젊은 작가 3인방과 대담이 진행되었다. 올해와 지난해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인 『철수 사용 설명서』의 전석순 작가와 『제리』의 김혜나 작가, 그리고 올해 『해마, 날다』로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윤고은 작가가 독자들과 만났다. 강유정 평론가가 진행을 맞은 이날의 대담 주제는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오늘날의 청춘’이었다.
호스트바에서 만난 제리와 겪는 사랑과 제도권 밖으로 내몰린 20대의 삶을 그려낸 『제리』는 그 소재와 표현이 파격적인 까닭에 출간 직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이 글을 쓴 김혜나 작가는 요가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요가를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 건강한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는 김혜나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지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개념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그랬더니 우리 시대의 좌절, 절망 청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지금의 청춘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나 자신에게 골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제리』는 제도권 밖 비주류 청년들의 이야기지만, 제도권 안이든 밖이든 절망하고, 나라는 존재를 잃어가고 있는 건 비슷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문학을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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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나 작가는 소설뿐 아니라 이날 대담 현장에서도 누구보다 솔직한 대답으로 주목을 받았다. 야설과 예술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도발적인 질문에도 “야설은 은밀하게 보일 듯 말 듯 그것 자체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소설 같다. 『제리』 속에서 주인공이 갖는 행위는 사랑도 욕망도 없는 채 이뤄지는 것이라 생동감이 없고 무미건조하다.
인물들이 감정 없이 하는 일이라 나 역시 감정 없이 썼다. 그래서 적나라한 소설이 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구조적인 부분을 문제 삼는 분도 계신데, 내가 함량이 부족해서 잘 써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것 조차 긍정하고, 다음 소설을 쓸 때 그런 부분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진심 어린 이야기를 꺼냈다.
201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전석순 작가의 『철수 사용 설명서』는 철수로 대변되는 20대의 모습을 상품메뉴얼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일반적’이라는 사회적 기준에 맞춰 개인의 개성을 고장 또는 오류로 명기하는 이상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사용설명서 형식을 빌려 그려냈다. “20대는 사회적 환경 변화를 가장 처음,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나이 같다. 20대일 때 지금의 목소리로 20대를 꼭 한번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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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작가는 2008년 장편소설 『무중력 중후군』으로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했다. 달이 분화하면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그려낸 소설은 재치 있는 상상력으로 현실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혼자 밥 먹는 사람들 이야기, 백화점 화장실에서 소설 쓰는 작가 이야기 등 단편집 『1인용 식탁』도 그녀의 광활한 상상력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윤고은 작가는 “꼭 20대를 한정해서 쓴 소설은 아니었지만, 내가 글을 쓸 때가 20대였기 때문에, 나의 자리와 시각이 반영된 것”같다며 “소속이 없으면 불안해하고, 끊임없이 누군가를 떨어뜨리고 살아남는 시스템의 문제는 20대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해 써낸 단편소설이 근작 『해마, 날다』다.
“청춘은 나이에 상관없이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청춘의 반대말은 무관심이 아닐까? 친구와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마음 여유의 정도를 청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는 끊임없이 슬픈 일이 생겨나겠지만, 중요한 건 인식이다. 사람들이 깨어있었으면 좋겠다. TV나 라디오가 보여주는 것만 배식 받듯 보는 게 아니라, 소외된 것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작가들에게 ‘문학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윤고은 작가는 “보잘 것 없고 의미 없어 보이는 내가 글쓰는 순간만큼은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게 글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혜나 작가는 “술 마시고 방황하다 그게 재미없어진 순간, 다른 재미있는 걸 찾기 시작했다. 그게 소설이었다. 뒤늦게 시작해서 더 집착하고 불타오른 것 같다. 문학 때문에 기뻤던 것만이 아니라 문학으로 겪는 희로애락 모두가 나의 이유가 된다.”고, 전석순 작가는 “‘문학이 수단인가? 목적인가?’라는 질문이 해체되고, 소설을 쓰면서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질 때, 앞으로도 계속 문학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세 작가가 추천한 책책책!- 반복해서 읽는 나의 소중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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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 작가: 『아인슈타인의 꿈』앨런 라이트맨 저
타임머신을 타고 다양한 시간 세계로 떠나는 이야기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이라 자주 꺼내 읽는다.
김혜나 작가: 『처절한 정원』 미셸 깽 저
‘오늘 내가 뭐했지?’하는 공허감이 들 때 주로 읽는다. 인간애에 관한 놀라운 정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전석순 작가: 『사람풍경』김형경 저
매년 한번씩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는 여행심리에세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큰 힌트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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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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