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사이로 흐르는 냇물에 환상적인 물안개…
해가 총총걸음으로 떠난 자리로 달이 슬그머니 밀고 들어오는 저녁 무렵, 걷기 좋은 곳을 꼽아 보라면 단연코 물가 둔치를 걷는 길이 으뜸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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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박미경,김영록 공저 | 터치아트
2006년에 출간되어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의 2011년 개정판. 개정판이라기보다는 새 책에 가까운 이 책은 기존의 52개 코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새로운 코스로 꾸몄으며, 기존에 실렸던 코스라 할지라도 정보를 확인, 보강하고 더 걷기 편하도록 동선과 구간을 재정비했다.
해가 총총걸음으로 떠난 자리로 달이 슬그머니 밀고 들어오는 저녁 무렵, 걷기 좋은 곳을 꼽아 보라면 단연코 물가 둔치를 걷는 길이 으뜸이다. 잘 정비된 길에 가로등까지 밝혀 주니 더할 나위 없지만, 그래도 바라는 것을 하나만 더 말해 보라면 그것은 ‘안개’다. 물가를 따라 나지막하게 퍼지는 밤안개가 비단처럼 부드럽게 온몸을 휘감아 오고, 꿈인 듯 환상인 듯 불그레한 가로등 아래를 걸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일교차가 심한 계절에 물가에서 만나는 행운인 안개는 도심의 빌딩 숲 사이로 흐르는 양재천에서도 마주칠 때가 있다. 물론 어쩌다 한 번 걷는 외지 사람이 그런 행운을 잡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이렇게 기분 좋은 경험은 양재천 근처에 사는 동네 사람들의 몫이다.

양재천 징검다리

양재천 부용화

하늘에 오르지 못한 용

옛날 옛적에 열 마리의 용이 있었다. 어느 날 이 열 마리의 용들은 승천하게 되었는데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임신한 여자가 이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여인의 외마디 소리에 놀란 용 한 마리가 그만 땅에 떨어졌는데, 그 흔적이 양재천이고 나머지 아홉 마리의 용이 지나간 자취가 강남구와 서초구에 걸쳐 있는 구룡산九龍山이라는 것이다.

관악산과 청계산에서 발원한 양재천은 과천을 지나고 서울의 서초와 강남을 흐르다가 경기도 용인과 성남을 거쳐 온 탄천과 합류한 뒤에 한강으로 들어가는 냇물이다. 오래전에는 공수천이라고 불렀으며, 양재천 직선화 전에는 구불구불 흐르던 사행 하천이었?. 또 지금처럼 탄천과 합류하지 않고 한강으로 바로 들어갔었다.

양재천은 과천 구간과 서울 구간의 표정이 서로 조금 다르다. 서울 구간이 편의시설도 많고 훨씬 공원화되어 있다. 특히 양쪽 둑 위로는 나무들을 심어 아름다운 길도 만들어 놓았고, 빈터에는 쌈지공원도 조성해 놓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이 길과 양재천은 ‘제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숲길 분야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둑 위로 올려다보이는 현대식 고층빌딩들이 여기가 강남 땅임을 일깨워 주지만 낮에 보는 모습은 그다지 예뻐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와서 적당히 가릴 것을 가려 주고, 또 빌딩들에 불이 들어오면 사뭇 그럴듯한 모습으로 바뀐다. 탄천과 합류하는 하류에는 학들이 깃들어 산다고 해서 ‘학여울’이라는 예쁜 이름을 얻은 여울이 있다. 지금도 이곳에는 왜가리며 백로들이 심심찮게 날아든다.




13.5km, 3시간 20분

① 과천역 → ② 막계천 합수지점

과천역 5번 출입구로 나와서 똑바로 35m 정도 가면 오른쪽에 양재천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그 길로 양재천으로 내려서서 오른쪽 하류 방향으로 간다. 이후는 둔치길을 따라가는 외길이다. 오른쪽에서 막계천이 합수하는 지점은 갈림길인데 길가에 경마장. 서울대공원 표지판이 있다. 왼쪽으로 가는데 계속 하류 방향이다.

② 막계천 합수지점 → ③ 무지개 다리

막계천 갈림길부터는 다시 외길이다. 양재천을 이쪽저쪽으로 넘나들며 걷게 된다. 과천과 서초구 경계지역을 지나고 계속 더 가면 양재천 무지개 다리다. 다리 모양이 무지개처럼 아치형이다. 다리 오른쪽에는 양재문화예술공원이 있고 왼쪽 길가로 나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

③ 무지개 다리 → ④ 학여울?탄천 합수지점

계속 하류로 내려가는데 이곳부터는 양재천을 양쪽으로 오가며 걷는 것도 좋고 둑 위로 올라가서 걸어보는 것도 좋다. 길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 오른쪽에서 탄천이 합류하는 지점이 학여울생태공원 갈림길이고 이곳에 작은 다리가 있다. 만일 이곳까지 양재천의 오른쪽을 걸어왔다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야 하고 왼쪽으로 내려왔다면 가던 길인 왼쪽 길로 가면된다.

④ 학여울?탄천 합수지점 → ⑤삼성역

학여울생태공원 갈림길에서 왼쪽 하류로 간다. 머리 위로 지나가는 고가도로와 탄천제2교 아래를 지나면 왼쪽에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을 따라가면 다시 탄천 위로 지나가는 다리를 만나는데 이 다리가 삼성교다. 다리 왼쪽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다리 위로 올라가서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400m 정도 가면 삼성역이다.




찾아가는 길

지하철
4호선 과천역 5번 출입구
버스
■ 도서관 앞 하차 (과천역 6번 출입구 부근)
9503, 9505, 경기도 일반버스 1-1, 11-1, 11-2, 11-3, 11-5, 441, 502, 540, 777, 917, 경기도 직행버스 1550-3, 3030, 4425, 7007-1, 9006


돌아오는 길

지하철
2호선 삼성역
버스
삼성역 네거리 각 방향에 모두 버스정류장이 있고, 여러 곳으로 가는 버스가 많다.

여행정보

■ 편의점과 음식점은 과천역과 삼성역 주변에 있고 걷는 길에는 없다.
■ 화장실은 과천역과 삼성역에 있고 양재천에는 서초?강남구간 둑길에 몇 곳이 있다.
■ 점심이나 간식을 준비했다면 양재천 무지개 다리 오른쪽에 있는 양재문화예술공원이나 양재천 둑길에 있는 쉼터에서 먹으면 좋다.


Tip!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의 둔치 길 중에는 보행로와 자전거도로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곳
이 많다. 따라서 서로의 배려가 중요하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걷는 사람은 우측 통행이 원칙이므로 오른쪽 길가로 바짝 붙어 걷는 것이 안전하다.





 
#걷기여행 #여행 #서울
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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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롭게

2011.09.29

좋은 날씨를 벗삼아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 걸까 생각해봅니다. 처음엔 살을 빼겠다는 생각으로 걷기시작했는데, 걷기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치유 되는걸 느낍니다. 이젠 아름다운 길들을 걸어보겠다고 진정한
걷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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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병아리

2011.09.28

사진만으로도 서울을 걷고 싶게 하네요... 서울에 살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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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전

2011.08.20

주말을 이용해 걸어보니 걷기코스보다는 자전거를 이용한 달림이 적합한 공간으로 보입니다. 나는 걸어가는데 주위사람들은 자전거로 쌩쌩달리는 모습을 보니 이건 뭐 걷기에 집중하기 쉽지않더군요. 한번 둘러보았다는 데 의의를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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