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만능주의에 반기를 들다 - 『덕 시티』 레나 안데르손 방한 간담회
공공의 적 체지방. 체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뚱뚱한 몸매가 미덕인 시대는 옛말, 뚱뚱해서 서러운 상황이 생긴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웨덴 문학계의 신예 레나 안데르손의 『덕 시티』 속 사정이다.
글ㆍ사진 김수영
201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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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체지방. 체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뚱뚱한 몸매가 미덕인 시대는 옛말, 뚱뚱해서 서러운 상황이 생긴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웨덴 문학계의 신예 레나 안데르손의 『덕 시티』 속 사정이다. “풍요로운 사회에 대한 문학적 공격이자, 완벽한 몸에 대한 풍자”(다옌스 뉘헤테르)라는 평을 받은 이 소설이 민음사 열일곱 번째 모던 클래식으로 발간되었다.

미국을 묘사한 듯한 일등 국가 ‘덕 시티’가 뚱뚱한 사람들을 통제하고 억압한다는 설정으로 패스트푸드와 다이어트를 동시에 강요하는 현대 사회의 실상을 풍자한다. ‘체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들은 한편으로는 웃음을 유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섬뜩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끊임없이 식욕과 싸우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 뚱뚱한 사람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 우리 현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나게 뚱뚱한 사람들만 죽이는 기이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공포는 극대화된다. ‘뚱뚱하다’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멸시당하는 그들에게 도망칠 곳은 없다. 건강 수용소에 갇혀 안 먹고 죽도록 운동만 해서 날씬한 ‘신인류’로 태어나지 않는 한, 죽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소설은 ‘덕 시티’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대량 생산 식품들의 노예, 다이어트의 노예가 되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 안데르손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늘도 살을 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덕 시티’의 사람들, 즉 우리들은 자본과 사회에게 자유를 완전히 빼앗긴 셈이다.

2010년 3월 22일, 『덕 시티』 출간 기념 저자 간담회가 열렸다. 레나 안데르손은 스웨덴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다. 그녀의 인사말 및 작품 소개로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그녀는 “한국어로 책이 번역되어 기쁘다”며, “스웨덴과 한국의 문화 차이가 있겠지만, 이야기가 잘 전달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체주의, 국가 통제, 극단주의에 관심 있어


“환상의 ‘덕 시티’를 미국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일을 언급하고자 이 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극단주의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는다는 것 역시, 본인을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국가가 체지방과의 전쟁을 통해 다이어트나 체중을 관리함으로써 국민을 통제합니다. 어떤 국가가 테러리즘을 통제하기 위해 전쟁을 선포하듯이 말입니다.

제가 인물들을 오리로 설정한 이유는 인물과 저 사이에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어렸을 때 만화 『도널드 덕』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작품의 문체나 형식을 따서, 어렸을 때 느꼈던 기쁨을 책에 담고 싶었습니다.

국가의 통제로 벌어지는 사건 중에, 국가가 필독서 리스트를 바꾸는 대목이 나옵니다. ‘덕 시티’에서는 어떤 작가가 적게 체중을 유지했는가를 기준으로 필독서 리스트를 짭니다. 무덤에서 시신을 파내 분석한 결과, 체중이 가장 적은 사람을 필독 도서 1위 작가로 정합니다. 그는 스웨덴 시인 닐스 펠린이었습니다. 2위는 사무엘 베케트이고 조이스 캐럴 오츠, 프루스트 등도 목록에 포함됩니다. 이 기준으로 만든 필독서 리스트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웃음) 체중이 적게 나간 작가들이 대부분 항상 가난했고 자신의 몸을 돌보기보다 자신의 작품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그저 농담이라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서부에서는 필독서 문학 작가에 대한 논의가 많습니다. 우리가 문학을 가르칠 때 주로 백인 남자 작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문학을 평가하는) 우리의 시각이 왜곡되었을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이 책에서 함께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현실을 보는 시각을 조금만 달리하면, 주위에서 얼마나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이상하고 새롭기 때문에 늘 질문하기 때문입니다. 작가에게 이런 시각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떤 문화권에서 살아가면서, 문화에 체화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게 됩니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것이 저에게도, 작가에게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체중 감량보다 더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여자들에겐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있는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지요?

“여성들이 체중에 대해 압박을 받는 건 상당히 불행한 일입니다.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자신의 정신, 마음, 지적인 활동에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하고 자신의 인생에 만족하며, 배고픔 때문에 고통받지 않는 인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다이어트, 몸을 꾸미는 데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인력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에 더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소설에 극단적인 상황이 계속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연쇄살인입니다. 그걸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궁금합니다.

『덕 시티』에서 보여 주고자 하는 건 국가의 힘입니다.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유발해 국가 정책에 국민들을 따라오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전체주의 세계입니다. 누군가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국가를 등에 업은 자가, 시민들이 국가 시책을 따르지 않을 때의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어서 살인을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살인이라는 것은 공포감을 유발하고 체지방을 줄이려는 노력을 강요하려는 하나의 도구였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종교적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기독교 국가인 스웨덴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어렵진 않았는지요?

“그때 저는 예수의 성격에 대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논쟁거리가 됐고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분노와 우려를 낳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극단주의에 관심이 있고 자율적인 사고에 반하는 독설적인 아이디어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 프로그램 때문에 제가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문학과 함께 저널 같은 여러 장르에 걸쳐 일을 하시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전업 작가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북유럽 쪽에는 전업 작가가 있거나 그것을 지향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이상적인 것은 100%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것입니다. 저는 책뿐 아니라 칼럼을 쓰고 강연하면서 지적인 활동을 계속하고, 100% 쓰는 활동을 통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어를 사용하는 국가나 사람들의 범위가 워낙 좁고 그 사람들이 다 문학을 좋아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쓰는 것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2004년 작품에서 스웨덴 사회 다문화주의의 그늘을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웨덴 사회의 양상이 어떠하며 그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제가 발표했던 초기 두 작품에서는 다문화적인 사회와 그 속의 문제점을 다룹니다. 저는 다문화 사회에서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다른 경험과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 외모까지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스톡홀름에서 다문화가 처음으로 소개된 지역에 살면서 문화 충돌 문제를 보게 됐고,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현재 스웨덴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 자체는 ‘하나의 문화를 인정할 것이냐’ ‘개개인의 권리를 중시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의 권리, 보편적인 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상당히 비슷하고, 사람들에게는 같은 가치를 소중히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떤 가치냐’가 중요할 텐데요, 제 개인적으로 자유와 평등, 연대감, 안정된 사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사생활을 보장받는 상황에서 법 앞의 평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칼럼이나 책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종교가 근본적인 문제이므로 그것에 관심이 많고, 스웨덴 사회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점, 박해 문제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소비 만능주의, 전체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그런 대안이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소비 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 다이어트 산업 모든 것이 산업으로 연결되어 있고, 이것을 통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큰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민에게 정상 체중을 강요하면서도 국가는 패스트푸드나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을 생산하고, 광고합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부조리라고 봅니다.”


#안데르손 #덕시티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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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2.08

스웨덴의 사회적 그늘이 잉태하고 있는 문제점에속에 개인의 권리와 보편의 권리의 충돌이 있었군요. 자유와 평등을 누릴수 있는 연대감과 양보, 안정된 사회가 최우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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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sep

2010.04.18

요즘 작가의 표현대로 여성의 우수함이 사회적 (보이지 않는)관습에 의해서 여자는 예쁘야하고 꾸며서 상품화 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도 사실 인 것 같습니다.하지만 여성/남성 가릴 필요 없이 저마다의 재능이 있고 개발해야 할 분야가 무궁무진 한 것도 사실 입니다.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과 식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잘못된 사실은 직시하고 비판하여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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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당기소

2010.04.14

s라인 그리고 날씬함을 기업마케팅은 집요하게 여성들을 유혹합니다.그래서 극단주의적 사고에 빠지기도 하구요.미디어와 마케팅의 힘이 대단함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세상입니다.TV선전의 세뇌는 관념으로 고착화되어 보편성을 여실히 빼앗아가야 기업의 생존권을 보장하기도 합니다.여성들이 화장품의 내용물보다는 아름다운 배우의 힘에 짓눌려 상품을 구매하듯,본연의 피부영혼의 제3의 선전의 이끌림에 유혹됩니다.자신만의 캐릭터에 맞는 피부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만능주의에 대한 경고장, '덕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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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시티

<레나 안데르손> 저/<홍재웅>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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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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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 안데르손

스웨덴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레나 안데르손은 1970년에 태어나 스톡홀름 텐스타와 린케뷔 지역에서 자랐다. 토르스뷔에 있는 스키 전문 고등학교를 다녔고 한때 크로스컨트리 선수로도 활약했다.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했으며, 정치학과 독일어도 공부했다. 2005년에 안데르손은 라디오 프로그램 「예수에 관한 무신론자의 설교와 여름을」을 진행하면서 인구의 절대 다수가 그리스도교를 믿는 스웨덴에서 커다란 종교적 논쟁을 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은 여러 차례 조사위원회에 신고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여름 프로그램 사상 최고로 많은 청취자들을 끌어들였으며 대다수는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같은 해 그녀는 스웨덴 인문학협회에서 매년 휴머니즘, 합리주의, 과학 지식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평가해 수여하는 헤데니우스 상을 받았다. 또 2007년 스웨덴잡지출판인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칼럼니스트로 뽑혔다. 안데르손은 도발적인 문체와 날카로운 유머로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써서 스웨덴에서 주목받았다. 권력층의 허울뿐인 말 뒤에 숨어 있는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은 데뷔작 『더 필요한 것 없으십니까?』(1999)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2004년 발표한 두 번째 작품 『어쩜 그리 스웨덴 사람 같으세요?』에서는 스웨덴 다문화주의 사회의 그늘을 가혹하게 비판했다. 『덕 시티』는 2006년 발표한 그녀의 세 번째 소설로, 미국이 선도하는 소비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 풍조를 신랄하게 풍자해 비평가들과 대중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출간되었다. 안데르손은 2009년에 『엔드 게임』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문화부 기자이자 「포쿠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