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북살롱]『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저자 이동진
‘향긋한 북살롱’ 7월의 작가는 『필름 속을 걷다』로 알려진 이동진 영화 평론가였다. 그는 이번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을 인터뷰한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을 펴냈다. 무려 736쪽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은 시작에 불과하단다. 앞으로 비슷한 두께의 책이 3권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한 권의 책에 겨우 여섯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들어 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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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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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누군가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솔직히 두려운 일이다. 특히나 상대가 장장 12시간이 넘는 긴 인터뷰를 열일곱 번이나 한 사람이고, 편집증 혹은 ‘지옥 같은’ 성격을 가졌으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가 펴낸 감성적인 책 『필름 속을 걷다』를 읽은 것이 고작이고, 유희열이나 성시경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가끔 나와 여행과 영화에 대해 수다를 나눈다는 것, 지면을 통해 발표한 그의 글을 읽는 것이 전부인 나로서는 달랑 두 시간짜리 저자와 만남의 후기를 어떻게 적어야 그의 생각을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다. 물론 인사를 나누었거나 그를 잘 아는 사이가 아니기에 부담 없이 내 느낌대로 적으면 될 것이라고, 다소 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향긋한 북살롱’ 7월의 작가는 『필름 속을 걷다』로 알려진 이동진 영화 평론가였다. 그는 이번에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을 인터뷰한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을 펴냈다. 무려 736쪽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이다. 알고 보니 이 책은 시작에 불과하단다. 앞으로 비슷한 두께의 책이 3권 더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한 권의 책에 겨우 여섯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들어 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한 사람당 100쪽이 넘는 분량을 할애한 것일까? 궁금했지만 일주일 동안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을 절반도 채 읽지 못했다. 의외로 매력 있는 책이며 독특한 형식의 질문들과 다른 인터뷰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영화에 관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대사와 함께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한번 잡으면 일을 포기해야 했다. 그걸 못했다.

부메랑 인터뷰? 자승자박 인터뷰!


가끔 그를 알아보고 호감을 표시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그의 책을 읽고 “잘 읽었다”며 인사를 해주는 분들에게 그는 큰 고마움을 느낀다.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기사와는 다른 효용 가치가 글에 있다고 믿는다. 영화 관련 일을 하지만 영화보다는 활자에 관심이 많고, 궁극적으로 소설가를 꿈꾸긴 하지만 활자에 대한 애정이 더 큰 편이다. 그런 까닭에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책을 읽었건 읽지 않았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저자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그동안 출간한 다섯 권의 책과 비교했을 때 이번 저서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감성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다지 감성적인 사람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글의 책들이 그동안 나왔다. 조금 남세스러웠다. 하지만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은 잘 썼다는 것보다 먹고사는 일과 관련해서 뭔가 기여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십 년이 지나 읽어도 창피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이성과 분석으로 쓴 책이므로 좀더 잘 쓰지 못해 창피할 수는 있어도 여기에 담긴 글로 인해 부끄러울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부메랑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것은 2년 전부터다. 그 글을 ‘이동진닷컴(http://blog.naver.com/lifeisntcool)’에 올렸다. 기획을 한 것은 10년이 넘었다. 당시 신문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신문의 작은 지면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이러한 형식을 기획하여 글을 쓰기도 했었지만 대사를 인용해서 질문하면 질문 3개만으로도 지면이 꽉 찼기 때문에 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부메랑 인터뷰였다.

그는 살면서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면 치명적으로 힘든 것이 ‘권태’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그렇고, 받는 사람 역시 권태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영화 한 편이 나오면 감독들은 적게는 다섯 번에서 많게는 백 번이 넘는 인터뷰를 한다. 그러다 보면 똑같은 질문이 수십 번 나오기 마련이고, 대답 역시 반복하기 마련이다. 그 역시 인터뷰를 받아 본 경험에 의하면 그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감독의 입을 열게 하고 마음을 열게 하는 형식의 인터뷰가 필요했다. 반복이 아니면 권태로움을 덜 느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부메랑 인터뷰다.


부메랑 인터뷰의 형식은 이렇다. 일반적으로 인터뷰할 감독이 정해지면 그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일찌감치 날을 잡는다. 대략 2주 전부터 준비를 하는 편이다. 혼자 준비하고 연락했을 때 감독이 거절하는 경우, 미리 준비한 질문과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감독이 허락을 했다. 허락이 떨어지면 그는 제일 먼저 그 감독의 영화 보기에 돌입한다. 감독에 따라 다르지만, 임권택 감독의 경우 봐야 할 영화가 100편이 넘었으며, 김태용 감독이 2편으로 가장 적었다. 영화 한 편을 찍은 감독은 인터뷰 대상에서 제외한다. 한 편밖에 내놓지 않은 경우, 감독론을 쓴다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4~15시간이다.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내내 영화를 보는 셈이다. 이렇게 스스로 족쇄를 채우듯 만들어 낸 인터뷰인지라 그는 부메랑 인터뷰를 “자승자박 인터뷰”라며 웃었다. 인터뷰의 원칙은 영화 속 대사를 던지며 질문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에서 산길을 가다가 지나친 여자를 다시 마주친 후 뒤따라가자고 이야기하는 백종학과 친구의 대사를 던지고 감독에게 묻는다. “인물들이 겪는 사건을 교차시키기보다는 특정 인물의 행로를 고스란히 따라가는 방식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인물을 따라가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므로 이런 식의 대사를 찾아내 질문을 하면 자연스럽게 홍상수 감독 영화의 전반적인 방식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렇듯 그에게 있어 영화 속 대사는 매우 중요하며 영화를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궁금한 질문 덩어리가 있는데 질문과 연관된 대사를 찾지 못하면 그 질문은 포기한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기어코 찾아낸다. 그렇게 찾은 대사에서 질문을 뽑는데, 겹치는 대사나 직접적인 질문을 빼다 보면 인터뷰 전날까지 밤을 새고 나가기 일쑤다.

그는 그동안 국내 감독들만 부메랑 인터뷰를 해왔다. 기회가 된다면 외국 감독들을 인터뷰하고 싶단다. 이 책이 일본이나 중국에 출간되고 그곳 영화인들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어 섭외가 된다면 좋겠다. 미국의 감독들은 불가능할 것 같고 일본, 중국, 프랑스 감독들을 인터뷰해보고 싶다.

그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그가 스스로 꿈을 꿀 수 있을 때 제일 먼저 가진 꿈은 소설가였다. 학창 시절 내내 꿈을 가졌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고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엔 간절한 꿈이었던 일이, 20대 중반을 넘기면서는 가지 않은 길이 되었다. 남은 인생 동안 ‘역사에 남을 소설을 하나 쓸 거야.’ 같은 꿈은 없다. 남은 인생 동안 소설을 쓸 시간이 올지 모르겠지만 소설을 못 쓰고 죽어도 여한은 없다. 다만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글쓰기가 상업적이고, 영화 평론이 존재한다면 영화라는 창작물이 먼저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런 측면에서 남의 작품에 대해 평론을 하기보다는 1차 창작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경제활동이 20년은 더 남았다고 봤을 때 ‘이것만 하겠다, 저건 반드시 해야 한다.’라는 계획은 없다.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며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그것이 책을 펴내는 일일지 다른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작은 꿈 중에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있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행 책이 나온 것은 우연이었다. 신문사가 호황이던 무렵 밀레니엄 특집으로 영화에 나온 장소로 여행을 떠나 그곳을 탐방하고 기사를 쓰는 기회가 그에게 주어졌다. 한국에 남아 이상한 기사를 쓰느니 그 편이 훨씬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짧은 글이라 할지언정 우습게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떤 글이든 최선을 다해 쓰도록 노력한단다. 여행 책이 아니라 일기를 썼다 해도 그 정도로 썼을 것이다. 그런고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글쓰기는 없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한 남들에게 창피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한 독자가 장르 영화에 대한 별점이 박하다고 하자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르 영화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이 아니라 못 만든 장르 영화에 대한 별점이 박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션 임파셔블 3><반지의 제왕> 같은 것은 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장르 영화로서는 훌륭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장르 영화라고 예술 영화에 비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못 만든 예술 영화를 보는 일은 못 만든 장르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장르 영화는 못 만들어도 그 장르라는 영화 속에 최소한의 볼 만한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예술 영화는 다르다. 그러므로 장르 영화든 예술 영화든 별점은 못 만든 영화에 대한 평가인 것이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의 저자 소개에 보면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에 대해 물으니 그가 직접 한 말이 아니라 중세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유스티노의 것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문장이라 자주 인용하는데, 인용할 때마다 출처를 밝히기가 힘들어서 밝히지 않은 것뿐이란다. 이 말을 인용하는 이유는 인터뷰를 할 때 감독들의 영화 세계를 존중하고 믿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것은 아니고 일단 믿고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 책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서문의 글은 진심이며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책이므로 이 책을 사서 다 읽어 주는 분이 있다면 그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간의 질보다는 양을 믿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는 데 시간을 쏟아준 것에 대해 고맙기 때문이라며 말을 맺었다.

외국 감독의 부메랑 인터뷰. 그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지만 그라면 왠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외국 감독만을 위한 부메랑 인터뷰 책을 기대해보는 것은 정말 불가능할까? 뭐, 어쨌든 4권보다는 5권이 훨씬 더 멋있어 보이지 않겠는가?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이동진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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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8.19

736페이지에 겨우 6명? 아주 철저하게 파헤친 내용이 되겠네요. 그 뒤로도 계속 나오다니 영화팬이라면 소장하고 싶어질 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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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

2009.07.18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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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09.07.14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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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 자체가 복이었는지 혹은 액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일을 지난 20여 년간 한국에서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다. 내가 디디고 선 땅 위에서,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내가 호흡하는 공기를 다룬 영화들이 서서히 끓기 시작해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코앞에서 목도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내가 사랑했던 영화들처럼 나의 세계도 정점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시간 역시 가끔씩 끓어오른다. 그리고 기포가 사라진 한참 후까지 지치도록 반추한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믿는다. 쓰고 또 쓴다. 일평생 무언가를 수집하며 허덕허덕 살았다. 혀를 차는 사람들에게 이건 유전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제 와서 되짚어보니 어쩌면 나는 물건을 모은 게 아니라 이야기를 모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추억을 연결하고 있는 실들이 움직이는 마리오네트다.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필름 속을 걷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질문하는 책들』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밤은 책이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