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의 신, 데츠카 오사무
글 : 채널예스
200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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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인 조카에게 가끔 만화책을 빌려주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주소년 아톰』을 보겠냐고 물어봤다가 거절을 당했다. 왜? 라고 물어봤지만, 조카는 얼버무렸다. 옆에서 어느 님이, 초등학생들이 보는 거니까,라고 대신 답했다. 나는 “『우주소년 아톰』이 얼마나 심오한데”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꽤 아쉬웠다. 『우주소년 아톰』의 연재가 시작된 것이 1952년이니까 반 세기전이다. 태어나기도 수십 년 전의 만화이니 무척 낡았다고 당연히 생각할 수 있다. 어린 시절 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봤던 『우주소년 아톰』을 다시 만난 것은 중학교 때였다. 해적판으로 나왔던 『우주소년 아톰』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1980년대에 다시 본 『우주소년 아톰』은 낡지 않았고, 결코 초등학생들만 보는 만화는 아니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기억난다. 인간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면서 죽어가는 로봇들의 처연한 모습이.

데츠카 오사무

작년부턴가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들이 모두 나오고 있는 중이다. 『우주소년 아톰』을 비롯하여 『블랙 잭』 『불새』 『밀림의 왕자 레오』 『리본의 기사』 『키리히토 찬가』 『아폴로의 노래』 『마그마 대사』 『넘버 7』 등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면 이미 대부분이 절판이다. 옛날 만화니까,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는 단지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만화다. 일본에서 『블랙 잭』은 얼마 전까지도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만들어졌고 아톰이나 레오 등은 여전히 상품 선전에 쓰일 정도로 인기 있는 캐릭터다. 낡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고풍스럽다는 의미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은 만화보다 애니메이션이 일찌감치 소개되었다. 어린 시절 봤던 애니메이션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우주소년 아톰> <사파이어 왕자> <밀림의 왕자 레오> 등이 모두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이다. 아톰이 국내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음은 한때 한 프로축구팀의 마스코트가 아톰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 시절에 데츠카 오사무라는 이름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후일 <우주소년 아톰>을 비롯한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모두 한 사람의 작품이고 그가 바로 일본 만화의 신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건 과장이 아니다. 데츠카 오사무는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릴 만한 엄청난 업적을 쌓았다.

데츠카 오사무는 일본 만화의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불새』를 비롯하여 SF인 『우주소년 아톰』, 의학 만화인 『블랙 잭』, 종교만화인 『붓다』, 정치만화인 『아돌프에게 고한다』와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준 『리본의 기사』, 디즈니가 베낀 『밀림의 왕자 레오』 등 데츠카 오사무는 세상의 모든 것을 소재로 이용하여 다양한 만화를 만들어냈다. 극화를 만들어낸 것은 데츠카 오사무가 아니지만, 그는 재빠르게 극화체를 자신의 만화에 도입하여 자신의 만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틀을 잡은 것 역시 데츠카 오사무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데츠카 오사무가 워낙 적은 제작비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 업계가 지나친 상업주의로만 달리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데츠카 오사무가 모든 것을 시작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 중에서 걸작을 꼽으라면 흔히 『불새』를 최고로 꼽는다. 그 다음으로는 『블랙 잭』『우주소년 아톰』 등이 거론된다. 불의 산에 산다는 불사조인 불새의 생피를 마신 자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불새』는 바로 그 ‘영원한 생명’을 둘러싼 갖가지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고대와 현대, 미래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개그와 장엄한 드라마, 때로는 실험적인 묘사까지 과감하게 펼쳐나가면서 인간의 삶과 함께 모든 생명의 의미 같은 철학적인 문제까지도 폭넓게 파고든다. 데츠카 오사무가 자신의 ‘생애를 걸고 그린 최대의 역작’이라고 평가되는 작품이니만큼 정독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블랙 잭』은 머리의 절반이 하얀 색이고 온몸이 흉터로 가득한 외과의사의 이야기다. 신의 능력을 가지고 온갖 위험한 수술을 하는 무면허 의사, 어둠의 의사가 바로 블랙 잭이다. 캐릭터가 워낙 강렬하여 대중적으로는 『우주소년 아톰』 이상의 최고 인기작이 되었다. 개인의 복수를 꿈꾸는 것 같기도 하지만 『블랙 잭』의 주제는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은 데츠카 오사무의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기운이다. 데츠카 오사무의 최고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우주소년 아톰』은 막강한 힘을 가진 조그만 로봇 아톰의 활약을 그린 만화다. 데츠카 오사무가 아톰의 캐릭터를 떠올린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라고 한다. 하나는 일본의 패전 후 들어온 미군이 워낙 거대해 보였고, 거기에 비해 일본인은 왜소해 보였기 때문이다. 체격만이 아니라, 일본인은 늘 위축되어 보였다. 그래서 데츠카 오사무는 일부러 아톰을 조그만 로봇으로 설정하고, 체격은 작지만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미군과 일본인의 관계였다. 언어가 틀리고,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미군과 일본인 사이에는 본질적인 단절이 있었다. 게다가 미군이 폭력을 휘두를 때에도 일본인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아톰이 인간과 로봇, 지구인과 외계인 사이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중간자, 통역자로 등장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데츠카 오사무는 아톰을 ‘평화의 대사’로 생각했던 것이다.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들은 지금 봐도 크게 감동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린 만화가 많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의 의미는 결코 질이 낮은 것이 아니다. 아니 아이들은 언제나 가볍고 별다른 의미가 없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데츠카 오사무가 거부한 편견이다. 데츠카 오사무는 언제나 “아이들은 진지한 메시지를 원한다”고 생각해왔다. 그의 만화에는 그런 진지한 메시지가 단순한 형식으로 담겨 있다. 그것이 지금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를 읽어도 진한 여운이 남는 이유다.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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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2019.06.11

1명) 인생을 다잡아줄 고전의 묘책이라는 문구가 눈을 확~사로잡습니다. 강의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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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zo83

2019.06.10

1명 신청합니다. 꼭 듣고싶은 강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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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25

2019.06.05

[3명] 신청합니다. 꼭 참석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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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글 쓰는 일이 좋아 기자가 되었다. [씨네21] [브뤼트] [에이코믹스] 등의 매체를 만들었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를 거쳤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소설, 만화를 좋아했고 어른이 되어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연스레 대중문화평론가, 작가로 활동하며 『나의 대중문화 표류기』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내 안의 음란마귀』 『좀비사전』 『탐정사전』 『나도 글 좀 잘 쓰면 소원이 없겠네』 등을 썼다. 15년 이상의 직장 생활, 7, 8년의 프리랜서를 경험하며 각양각색의 인간과 상황을 겪었다. 순탄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통과하고픈 생각은 별로 없는 그 시기를 거치며 깨달았다. 직장인과 프리랜서 모두 쉽지 않고,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 월급도 자유도 결국은 선택이고, 어느 쪽도 승리나 패배는 아니라는 것. 모든 이유 있는 선택 뒤엔 내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이 남는다는 것. 다 좋다. 결국은, 지금의 내가 있으니까. 2007년부터 13년간 상상마당 아카데미 ‘전방위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쌍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 책에 그대로 풀어냈다. 글쓰기 초보자에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준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모든 이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물할 것이라 확신한다. 주요 저서에는 『전방위 글쓰기』(2008), 『영화 리뷰 쓰기』(2008),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2012), 『나의 대중문화표류기』(2015),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미스터리』(2015),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호러』(2016), 『고우영』(2017) 등이 있다. 공저로도 『클릭! 일본문화』(1999), 『시네마 수학』(2013), 『탐정사전』(2014),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웹소설 작가 입문』(2017)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