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은 제2의 천성으로, 제1의 천성을 파괴한다.” 철학자 파스칼이 남긴 말입니다. 습관은 타고난 천성을 압도할 만큼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러나 좋은 습관을 만들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습관』은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일상의 작은 반복이 어떻게 습관으로 자리 잡는지 뇌과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효과적인 육아 전략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특히,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뿐 아니라 감정 역시 습관의 영역으로 보고 어릴 때부터 마음 다스리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학에서 30년 넘게 유아교육 전문가를 양성했으며 지금은 유아동 부모를 대상으로 상담, 멘토링, 강연을 이어가는 임승렬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32년간의 대학 교직을 마무리하시고 책을 내셨습니다. 그간 유아교육과 관련한 수많은 연구를 수행하셨을 텐데 ‘습관’을 주제로 책을 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가지 동기가 있습니다. 유아들을 대상으로 자존감, 자기조절력, 회복탄력성, 사회적 유능감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를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장에 적용해 보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결국 가정에서 아이의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으면 지속되기도, 효과를 보기도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좋은 것들을 아이의 몸과 마음에 습관화시킬 수 있는 쉬운 가이드북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동기는 저로부터 비롯되었어요. ‘루틴이 있는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습관화하면서 전보다 훨씬 차분해지고 일상의 많은 부분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거든요. 육아에 허덕이며 좌절하는 많은 부모들에게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도 모르게 굳어지는 아이의 마음과 행동’이라는 부제가 와닿습니다. 두렵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떤 행동은 부모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순식간에 습관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것은 부모가 아무리 신경을 써도 습관으로 자리 잡질 않습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나쁜 습관은 순식간에 굳어지고 좋은 습관은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습관 형성의 뇌과학적 메커니즘 때문입니다. (책의 1장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반복되는 경험은 뇌에 저장되어 ‘자동 실행 회로’를 만들고, 이 시스템은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의식적인 노력 없이 자동으로 실행됩니다.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습성 때문에 어떤 경험이 반복되기만 하면 그것을 ‘좋다’ 혹은 ‘나쁘다’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효율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 회로를 강화합니다. 그래서 숏폼 시청과 같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기 쉬운 나쁜 습관은 빠르게 굳어지고 좋은 습관보다 한발 앞서 몸과 마음을 점령해 버립니다. 좋은 습관은 나쁜 습관이 이미 만들어 놓은 자동화 회로를 새롭게 설계하고, 무수한 반복을 통해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좋은 습관은 나쁜 습관이 뇌를 지배하기 전에, 즉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형성해야 합니다.
책은 3~10세 자녀를 둔 부모를 독자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다소 폭넓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3~10세는 습관 형성의 황금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보이는 대로 따라 하고 들리는 대로 믿으며 일상을 반복합니다. 앞서 말한 습관 형성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아주 좋은 상황이지요. 그러나 아이들 스스로는 습관의 원리를 이해하거나 방법을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이야기할 때 보통은 영유아기에 초점을 맞추는데, 사실 진짜 습관 전쟁은 초등 저학년부터입니다. 늦잠, 지각, 숙제 미루기, 학습 태도, 감정 폭발 등…. 이 시기에 패턴을 잘 잡는 것이 머지않은 미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부디 모든 부모가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3장의 제목인 ‘감정도 습관이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요즘 많은 성인들이 불안과 우울로 고통받는데 이런 심리적 문제도 어린 시절의 습관 교육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일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아이의 감정은 부모에게서 대물림됩니다.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느끼고 다루어야 하는지 배웁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감정의 표현을 문제행동으로 인식하고 억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럴수록 아이는 감정을 숨기고 표현하지 않는 습관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습관이 고착화되면 자기를 기만하게 되고 불안을 느끼고 감정 조절에 실패하여 성인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확대됩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감정을 단순히 억제하기보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부모가 감정 표현의 모델이 되고 적절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감정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여러 유아교육기관에서 부모 상담과 멘토링을 맡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요즘은 아무래도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와 관련된 습관을 염려하는 부모가 많을 것 같은데요.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성공적인) 멘토링 사례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스마트폰을 틀어주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의 부모와 상담한 적이 있습니다. 상담하면서 다음의 세 가지를 꼭 지키도록 당부했습니다. 첫째, 스마트폰을 밥 먹는 보상으로 주지 말 것. 대신 식사 전후로 스마트폰을 볼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 스마트폰과 식사를 분리시킬 것. 둘째, 밥 먹는 즐거움을 알게 할 것. 메뉴 선택이나 요리 과정, 식사 중 대화에 아이를 참여시켜 밥 먹는 시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 셋째, 규칙을 일관되게 유지할 것. ‘오늘만 보여줄게’ 하는 식은 절대 지양할 것. 한 달 후 엄마의 요청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아이가 스마트폰 없이 밥을 잘 먹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먹는 법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외식할 때 주변에서 밥 먹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에게 “밥 다 먹고 봐야 더 재미있어”라고 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모와 아이에게 도움이 되어 보람을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자녀에게 반드시 길러줘야 할 11가지 습관을 제시하셨습니다. 11가지도 어렵게 선별하셨을 테지만, 그래도 이 중에서 딱 한 가지만 1순위로 꼽는다면 무엇을 꼽으실까요?
순서상의 1순위, 중요도상의 1순위를 각각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순서상의 1순위는 ‘일상의 루틴을 정하고 실천하는 습관’입니다. 모든 습관은 일상 속 반복을 통해 자리 잡습니다. 일과가 예측 가능하면 아이는 안정감을 느끼고 순서대로 완수하며 책임감을 키웁니다. 아이의 성향에 맞춰 루틴을 설계하고 스스로 따르는 과정에서 좋은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중요도상의 1순위는 ‘실패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습관’입니다. 아이의 실패가 안타까워 즉각 개입하거나 심지어 대신 해결해 주려는 부모를 자주 봅니다. 부모의 이런 습관은 아이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실패를 인정하고 재도전하여 성공하는 경험이 습관이 되도록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는 안 좋은 습관이 너무 깊게 박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특히 초등학생쯤 되면 일정 부분은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해 버린 부모들을 종종 봅니다.
인생에서 이미 늦어서 할 수 없는 것은 없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은 진부한 격언이 아니라 인생의 진리입니다. 언제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꾸 다른 아이와 비교하고 아이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지 성찰해 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 아이가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있다면 지금부터 실천하는 것이 답입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지 말고 이루지 못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작은 성공과 성취부터 도전해 보세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아이의 습관
출판사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