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 작가, 이인애의 신작 장편소설 『탄광마을 사우나』가 열림원에서 출간됐다. 이인애 작가는 이전 작품으로 코로나 시대 자영업자의 애환을 그린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경력 단절 여성의 현실을 다룬 『연아의 봄』 등을 통해 날카로운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과 현실 속 아이러니를 꾸준하게 선보여 왔다.
이번 신작 장편소설 『탄광마을 사우나』에서는 가상의 탄광마을 ‘설백’을 무대로, 탄광의 쇠락과 함께 시간이 봉인된 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와 마을 공동체의 오늘을 그린다.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과 그와 얽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지방소멸’, ‘마을 공동체’, ‘공동체 회복’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촘촘한 구성과 섬세한 묘사로 풀어냈다. 낯설지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가상의 공간 '설백'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지닌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방소멸이라는 현실적 위기와 공동체의 의미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담아낸 『탄광마을 사우나』는 그동안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인애 작가의 따뜻한 판타지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소설 속 배경인 탄광마을 ‘설백’은 탄광의 쇠락과 함께 저물어 버린, 노인들과 오래된 건물만이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입니다. ‘탄광마을’이라는 소설 속 배경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평소 ‘오늘’과 ‘우리’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오늘’도 ‘우리’도 모두 잃어 가고 있는 지역들을 답사하다 폐쇄된 탄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탄가루를 얼굴에 묻히고 서 있는 미숙과 또 그런 미숙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는 민지와 눈길을 주고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탄광마을 사우나』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주변에서 목욕탕이나 사우나를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는데요. 추억의 상징이 되어 버린 사우나라는 공간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그곳에 얽힌 작가님만의 특별한 추억이 있으신가요?
초등학생 이후로 목욕탕에는 가 볼 일이 없었는데요. 코로나 발발 직전, 발레학원을 다니며 샤워할 곳을 찾지 못해 근처 목욕탕에 월 목욕을 끊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종이 쿠폰을 발행하고, 여탕 입구에서 도토리묵이나 간장을 파는 올드스쿨 목욕탕을요. 그때는 그곳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상당히 귀한 공간이었구나 싶습니다. 해당 목욕탕은 코로나 시기를 버텨 내며 리모델링을 한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네요.
집필 과정에서 겪으신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탄광마을 사우나』를 집필하며 태백, 영월, 정선 지역을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처음에는 민지의 입장에서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회차가 반복되고 걸음이 더해질수록 미숙의 시선으로 걸어 다니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하루는 서늘한 날씨에 입을 아우터를 사러 길을 나섰습니다. 브랜드 매장이 아닌 허름한 옷 가게로 들어가 만 원짜리 꽃무늬 조끼를 구입했는데요. 같은 날 하나로마트에 가니 비슷한 조끼를 7,900원에 팔고 있는 걸 보았어요. 미숙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자 그만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탄광마을과 사우나, 마을 사람들 등 소설 속 묘사를 보면 정말 생생합니다. 리얼리티를 잘 살리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참고하셨던 책이나 매체 등이 있거나, 직접 조사를 갔다면 어느 지역을 가셨는지 궁금해요.
‘탄광’ 키워드가 들어간 유튜브 영상들은 모조리 찾아본 것 같아요. 그중 ‘경향티비’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에 소개된 여성 광부 이야기를 본 이후 미숙의 캐릭터가 결정되었고요. 휴머니스트에서 <자기만의 방> 시리즈로 나온 같은 제목의 에세이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원래도 답사를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이번 소설을 위해 태백, 영월, 정선을 여러 번 반복해서 방문했습니다. 일부러 치악휴게소에 들러 식사도 하고, 차 없이 뚜벅이로 걸어 다니기도 하고요. 갈 때마다 생각했지만, 강원도는 정말 귀한 지역입니다. 그만한 주말 여행지가 또 없습니다.
소설 속에서 '민지'는 사우나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말하는 비누거품과 조우하게 됩니다. 작가님이 만약 비누거품이 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지, 하게 될 것 같은지 궁금합니다.
상대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평소처럼 조잘거리겠지만, 상대가 제 말을 듣고 있는 걸 알고 있다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작인 코로나 시대를 맞은 자영업자의 애환을 그린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경력 단절 여성의 현실을 다룬 『연아의 봄』 그리고 지방소멸을 이야기하는 이번 신작 『탄광마을 사우나』까지, 여러 방면의 사회 문제에 대한 소설을 집필해 오셨는데요.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소설을 꾸준하게 써 오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것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과거, 현재, 미래 중 현재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오늘이 행복해야 미래도 꿈꿀 수 있고, 과거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사회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그저 오늘을 사는 우리들 중 목소리가 크지 않은 쪽 이야기를 경청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게 저의 ‘오늘’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새롭게 구상하고 계신 작품이 있으신가요?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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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
출판사 | 문학동네
연아의 봄
출판사 | &(앤드)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