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들여다본 섬 사람들 이야기
사진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저는 그런 사진의 힘을 믿고,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찍는다’기보다 ‘들여다본다’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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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여행』의 저자이자 포토그래퍼인 백승휴가 자신의 고향 충남 보령으로 돌아가 다양한 지역 살리기 활동을 하던 중, 보령의 섬들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에세이 『섬섬 피어나는 삶』을 출간했다. 보령 섬만의 특징과 역사, 섬사람들의 일상과 인생 이야기, 고립된 섬에서 내면에 몰입한 저자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사진과 서정적인 글로 섬섬히 피어나 독자의 마음에 가닿는다. 더불어, 충청도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언어유희와 해학이 글 곳곳에 묻어나 독자에게 웃음을 주고, 여러 각도로 촬영한 섬의 웅장한 풍광과 친근한 섬사람들의 모습이 현장감을 전해준다.


 

포토테라피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셨다고요포토테라피스트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포토테라피스트는 사진을 통해 사람의 삶을 어루만지는 사람입니다.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나 예술을 넘어, 감정과 기억, 자아 인식을 자극하는 매개가 됩니다. 포토테라피는 그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때로는 잊고 있었던 감정과 대면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 일’보다 ‘사람을 소통하는 일’로써 사진에 접근합니다. 누군가의 표정, 손짓, 눈빛 안에서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조각을 읽어내고, 그걸 고스란히 담아주는 것이 제 작업입니다. 특히 ‘보령 섬’에 대한 책 작업은, 풍경만을 찍는 것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사람들의 삶과 기억을 사진으로 길어 올리는 치유의 과정이었습니다. “섬섬 피어나는 삶”이라는 제목처럼, 섬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섬이 품은 자연과 삶의 리듬이 제 포토테라피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사진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입니다. 섬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것이 다시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으로 피어날 때, 사진은 삶을 회복시키는 언어가 됩니다. 저는 그런 사진의 힘을 믿고,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찍는다’기보다 ‘들여다본다’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지역소멸 문제 해결이 시급한 현실에서 왜 보령의 섬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보령은 제 고향입니다. 귀촌 이후, 자연스럽게 주변 섬들을 자주 다니게 되었고, 어느 날 보령시청에서 섬 관련 책 작업을 제안받았습니다. 거리상 가까운 곳이고, 지명 하나하나가 낯설지 않은 곳이라 흔쾌히 시작하게 되었죠. 서울에서도 접근성이 나쁘지 않지만, 여전히 덜 알려진 섬들이 많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애착이 생겼습니다. 특히 2027년엔 보령의 고대도와 원산도에서 비엔날레가 열릴 예정입니다. 이런 흐름에 보령 섬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사진과 글로 담아 소개하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입니다.

 

여우를 닮아 여슴이라고도 불리는 호도집터가 많아 고뎜이라고도 불리는 고대도뼈섬이라고 불리는 추도 등 보령에는 다양한 섬이 있습니다이처럼 보령의 섬들이 지닌 고유한 특징이나 역사적 배경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고대도는 귀츨라프 선교사가 한글 성경을 들고 처음 상륙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흔적을 기리기 위해 고대도에는 귀츨라프기념관과 박물관이 세워졌죠. 그 외에도 호도는 멀리서 보면 여우 형상과 닮아 ‘여우섬’, 녹도는 사슴을 닮아 ‘사슴섬’이라 불립니다. 각 섬마다 이름에 담긴 유래나 형상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어, 섬을 다닐 때마다 마치 전설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섬 사진과그와 관련된 섬사람들의 일상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삽시도의 어촌계 기념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바지락 채취를 위해 바다로 향하기 전, 어촌계원들과 함께한 단체 사진인데 촬영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 동생이 운영하는 미용실의 단골이 그 안에 있더군요. “○○미용실 오빠”라고 말하자마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낯선 사진작가에서 믿을 수 있는 ‘지인의 오빠’로 변하니까,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어요. 이런 일화는 섬사람들의 관계와 신뢰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었고, 사진 속에 그들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섬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친근한 모습아름다운 바다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의 풍경 등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이러한 섬의 사진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촬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드론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섬은 골목이나 집 구조만으로는 다른 섬과 구별되기 어려워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전체 윤곽이나 바다의 형태, 마을의 배치가 명확히 드러나죠. 특히 물길과 바람결, 섬의 능선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경은 드론으로만 포착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바다 위를 날며 담아낸 장면들은, 마치 새가 되어 섬을 읽는 기분으로 촬영했어요.

 

보령의 섬을 직접 찾아가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섬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그 섬만의 매력도 함께 말씀해주신다면요?
 
삽시도는 둘렛길이 해변과 잘 어우러지도록 잘 정비되어 있어 가볍게 걷기 좋고요, 외연도는 보령 9경 중 하나로 지정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합니다. 해저터널을 통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원산도는 접근성이 좋고, 고대도는 앞서 말씀드린 귀츨라프의 선교 흔적이 있어 역사적 의미도 큽니다. 호도와 녹도는 마주 보이는 섬인데, 여우와 사슴의 전설처럼 따뜻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풍경을 품고 있어요. 각각의 섬은 독립적인 이야기와 개성을 지니고 있어, 어디를 가든 기억에 남을 겁니다.

 

마지막으로이 책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단순한 풍경 사진집이 아닙니다. 제가 발로 직접 다니며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섬의 기운, 섬에서 흘러나온 감정을 사진과 글로 담아낸 기록입니다. 책을 들고 보령 섬들을 한 바퀴 돌며 읽으신다면, 그 순간순간이 책과 현실을 이어주는 다리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섬을 좋아하는 분들뿐 아니라,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싶은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부디 이 책이 당신의 하루에 작은 쉼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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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 피어나는 삶

<백승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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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