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아누아르 아동 도서상 수상, 싱가포르 도서상 “BEST YOUNG PERSONS TITLE”과 “올해의 책” 후보에 오르며 2022년 싱가포르에서 가장 뜨거운 데뷔작으로 주목받은 대릴 코의 『미스트 바운드』가 드디어 한국에 출간되었다. 민담에 등장하는 환상적 존재와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하나씩 상대하며 모험을 펼쳐 나가는 흥미진진한 판타지 소설 『미스트 바운드』는 퀘스트를 하나씩 깨 나가는 듯 속도감 있는 전개, 희망과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깊은 주제가 특징이다.
대릴 코 작가의 청소년 소설 『미스트 바운드』가 드디어 한국에 출간되었습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의 많은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정보라 작가님께서 이 작품을 한국에 직접 소개 및 번역하고 싶었던 계기가 있으실까요?
대릴 코 작가님을 말레이시아의 조지타운 문학축제에서 만났습니다. 작가님의 아버님이 치매 판정을 받고 나서 석 달 뒤에 딸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님이 손녀의 출생이나 성장을 자신과 함께 기뻐할 수 없고, 딸도 자라면서 자신이 알던 이전의 아버님을 만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서 손녀가 할아버지를 구하는 이야기를 기획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딸과 함께 이 작품을 집필하셨다고 해요. 그런 다정함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어서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작가님께 혹시 한국어로 번역 출간하는 데 관심이 있는지 메시지를 보냈고, 작가님이 기뻐하셔서 이렇게 한국어 출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미스트 바운드』가 기존의 판타지 소설과 차별화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할머니와 손녀의 모험담이라는 것인데요. 이렇듯 『미스트 바운드』만이 가진 특별한 요소를 꼽아 주신다면요?
대릴 코 작가님은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는데요. 딸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에 일부러 아시아 신화와 전설, 민담을 열심히 공부해 다양하게 활용했다고 합니다. 작품 속에 여러 종류의 도깨비와 요정들, 바위 요괴, 산의 신비로운 노인, 바다를 떠도는 유목민, 날아다니는 코끼리 등 귀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여러 상상의 존재들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냅니다. 저도 동양 전래의 민담이나 전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대릴 코 작가님은 중국이나 일본 전설과 민담은 물론 제가 잘 모르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민담과 전설 속 요소들까지 풍성하게 활용하여 매혹적인 아시아식 판타지를 완성했습니다. 읽으면서도 그런 점이 정말 재미있었고 한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둡고 마술적이며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쓰고 골라 내는 눈이 있으신데요. 『미스트 바운드』역시 당찬 소녀를 필두에 내세우긴 했지만 할아버지의 치매를 고치기 위한 여정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그리 밝은 분위기의 소설인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이런 무겁고 신비한 이야기들에 언제부터 빠지셨고, 어떻게 흥미를 붙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 여러 나라 민담과 전설을 읽으면서 자랐고 그런 마술적인 이야기들을 지금도 아주 좋아합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주인공인 이야기라도 일단 주인공이 아무 역경도 겪지 않고 그냥 모든 일이 쉽게 풀리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긴 일어나야 합니다. 주인공이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모험을 겪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벗어나 상상하며 빠져드는 재미가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아주 좋아했습니다. 『미스트 바운드』를 번역하면서 청소년 시절 이후로 잊고 있었던 그 환상적인 모험담의 즐거움에 다시 한 번 흠뻑 빠져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번역 활동을 오래 해 오신 것으로 아는데, 『미스트 바운드』는 청소년 소설이라 조금 색다른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번역 과정에서 주로 어떤 부분을 신경 쓰셨나요?
주인공 알렉시스가 원작에서 아주 귀여운데, 활기차고 똑똑하면서도 섬세한 주인공의 여러 측면들과 장난스러운 말투를 한국어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요괴나 상상의 부족, 신비로운 존재들의 이름을 번역할 때 원작자 대릴 코 작가님께 그런 이름들에 어떤 숨은 의미가 있는지, 한국어로 발음 그대로 옮기면 어감이 달라지는데 이름의 느낌을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 의논하기도 했습니다.
사진 : HyeYoung
『미스트 바운드』를 쓰신 대릴 코 작가님은 싱가포르에서 활동하고 계시지만, 작품 속에는 한국 독자들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보라 작가님의 작품 또한 많은 나라에서 소개되고 있는데요. 글을 쓸 때 다른 문화권의 독자를 고려하여 쓰시기도 할까요?
장르에 따라서 다릅니다. 전래동화의 분위기가 강하거나 줄거리 전개가 민담의 전개방식과 비슷한 이야기들은 아주 한국적인 요소들이 가득해도 여러 문화권에서 많이 공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에나 그 나름의 전래동화와 민담은 다 있기 때문입니다. SF의 경우에는 반대로 현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나 시간을 배경으로 해도 독자분들이 쉽게 받아들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상문학 혹은 장르문학이 이런 관점에서 언어와 국가의 경계를 쉽게 넘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독자들이 『미스트 바운드』뿐만 아니라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을 읽는 모습 또한 종종 마주치는데요. 청소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다음 활동이 기다려지는데요. 끝으로 신간인 『너의 유토피아』에 대한 소개를 살짝 해 주신다면요?
『너의 유토피아』는 『그녀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2021년 출간되었던 단편집의 개정판입니다. 제가 연세대학교에서 SF수업을 하던 시기에 썼던 단편들 중에서 8개를 담았습니다. 8편 전부 SF이며, 직장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고생담(!)부터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좀비 아포칼립스, 외계인과 결혼한 남자의 이야기, 다른 사람의 두뇌 속 기억을 추출해서 범죄자를 추적하는 사람의 이야기, 돌아가신 변희수 하사님을 추모하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동차나 엘리베이터가 주인공인 이야기들까지 모두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인간되기’를 좀 더 잘 할 수 있을지 묻는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에서 2025년 필립 K. 딕 SF문학상 후보에 올라 4월에 시상식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미스트 바운드 2
출판사 | 올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