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닮은 가장 작은 존재, 개미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간동안 진화한 생물의 역사를 인간의 언어로 해석하는 일은 가슴 떨리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저 개미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에 생물학적 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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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고, 목축을 하고, 전쟁을 하기도 하지만 때론 생존을 위해 협력도 하고… 인간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이건 인간 사회가 아니라 바로 ‘개미 사회’의 이야기거든요. 이 책의 저자인 동민수 작가는 중학생 때 처음 개미의 매력에 푹 빠진 뒤 지금은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개미를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때로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개미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죠.


 

안녕하세요, 작가님 내 발밑의 검은 제국』을 출간하시면서 그 동안 직접 연구했던 개미들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 이번 도서를 준비하고 출간하면서 느낀 점이 있으실까요?

교양과학책 집필은 완성된 무언가를 내며 마무리하는 마침표 같은 일이 아닙니다. 어렵고 복잡한 과학의 길을 잘 탐험하도록,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지식들을 한데 모아 길 중간중간에 놓는 이정표이죠. 이 책의 집필은 흩어져 있던 지식들을 정리하는 동시에 앞으로 개미를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릴지 그 방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개미를 찾으며 오지에서 고생했지만 기쁨을 느끼기도 했던 소중한 기억을 생생히 떠올릴 수 있어 행복했던 과정이었습니다.

 

책을 보면 개미에 진심이 느껴지는데, 언제부터 어느 계기로 개미의 어떤 매력에 빠지셨나요?

중학교 2학년 무렵 인터넷에서 개미를 멋들어진 사육장에서 키우는 글을 봤습니다. 집단을 이루는 생물을 집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죠. 곧바로 개미 사육장을 만들어 주변에서 보이는 개미들을 잡아서 키워봤는데 다 죽어버렸습니다. 제게는 다 똑같아 보였던 개미였지만, 사실 다른 종들을 섞어 놨던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개미의 생김새가 종마다 왜 다른지 궁금해졌고, 이런 궁금증들의 답을 찾기 위해 독일에서 첨단 과학과 기술의 힘을 빌려 연구 중입니다.


 개미 연구를 위해 많은 나라를 다니셨는데 개미를 관찰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사막개미를 채집하러 그리스에 갔을 때였습니다. 섭씨 40도가 훌쩍 넘는 고온에 핸드폰이 고장나버려 핸드폰도 없이 혼자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수첩에 지도를 그려 다니고, 사람들에게 길을 묻고, 히치하이킹을 하며 낯선 나라에서 혼자 개미를 탐사했던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프리카 케냐에 갔을 땐 온 동네 아이들이 나와 아시아에서 개미를 찾으러 온 낯선 이의 개미 탐사를 도와줬던 따뜻한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강렬한 기억들은 위험했던 순간들입니다. 남미 페루에서는 재규어를 마주쳤고 싱가포르에서는 멧돼지에 쫓긴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다 추억이 되었네요.

 

 ‘주식 개미’, ‘개미처럼 일한다’ 등의 표현처럼 개미는 우리에게 친숙한 곤충인데요
 개미와 인간 사회가 닮은 점이 있을까요?

개미는 인간처럼 채집 생활에서 오는 환경적 한계를 목축과 농사를 통해 극복했습니다. 전쟁, 약탈, 점령, 노예 제도 같은 개미의 생태들은 인간의 어두웠던 면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결국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서로 도우며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나아가는 면도 비슷합니다.

 

오랜 기간 개미를 연구하시면서 개미에게 배운 점이 있다면요?
 개미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생존기를 보면 위기 관리, 주변과의 협력이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삶이 예상대로 흘러갈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은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위기에 대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개미 사회를 보며 많이 깨닫기도 했습니다. 개미들은 주변과 밀접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생존 전략을 짜 왔습니다. 갈등보다는 협력을 추구하고, 적보다는 아군을 많이 만드는 삶을 살고 싶네요. 

 

개미 연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기간동안 진화한 생물의 역사를 인간의 언어로 해석하는 일은 가슴 떨리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저 개미는 왜 저렇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에 생물학적 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인류의 미래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만한 유용한 연구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들은 서로 연결되며, ‘집단지성’을 이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더하는 작은 지식들이 다른 지식들과 만나 인간이 접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내 발밑의 검은 제국』이 어떻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나 꼭 추천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요?

우리는 모두 개미라는 생물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그들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굳이 알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잘 보이지도 않는 발밑의 작고 까만 개미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집단을 이뤄 살아오며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차례 멸종의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살펴봄으로써 삶의 통찰을 얻을 수 있죠. 개미와 곤충, 자연을 관찰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호기심 많은 사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우리 인간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해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삶에 지쳐 복잡한 인간 세상에서 잠시 눈을 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거대한 개미 제국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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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