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막돼먹은 영애씨> 김현숙, 김산호 [No.100]
글ㆍ사진 배경희
201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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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호, 영애 씨를 만나러 가다

 

지난 5년의 대부분을 ‘이영애’로 살았던 김현숙이 올해는 무대에서도 영애 표 홈런을 날렸다.
드라마 촬영하랴, 뮤지컬에 출연하랴 방송국과 무대를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도 영애 씨로 살아가고 있는 김현숙.
영애의 남자 김산호가 이영애를 응원하기 위해 그녀의 외도 현장(?)을 찾았다.

 

 

<font color="#000000">요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9>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죠? 두 분은 며칠 만에 다시 만나는 건가요?
</font><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그저께 뒤엉키고, 이틀 만에 다시 만나네요. 16회 차에 영애와 산호가 뒤엉키는 장면이 있었는데, 여러 번 만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어요.
<font color="#80adaf">김산호 </font> 이번 시즌부터 영애랑 사귀게 됐는데, 좀 불안해요. 헤어지면 하차해야 하잖아요. 하하. 그냥 절친으로 남고 싶었지만 시청자 분들이 원하는 거니까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산호랑은 한 4회 정도 찐하게 연애하고 깔끔하게 차려고요. 그래야 또 새로운 남자를 만나죠.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문란한 영애 씨로. 제목을 바꿔야 해요. 하하.


<font color="#000000">산호 씨는 지난주에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영애씨>)공연을 봤죠? 공연을 보고 나서 산호 씨가 아무런 이야기 안 하던가요?
</font><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누나가 풀어가는 영애는 역시 사랑스럽다, 그런 말을 했죠. 거짓말 아니지?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네, 맞습니다. 영애의 매력은 사랑스러운 건데 역시나 무대에서도 사랑스럽게 풀었더라고요. 영애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누나만 한 사람이 없다고 말해줬죠.


<font color="#000000">그렇담 영애가 특히 사랑스러워 보였을 때는 언제예요?
</font><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원준 형님이랑 같이 야근을 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굉장히 수줍게 표현하는데, 그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어떻게 그런 모습이 나왔는지, 예뻐 보였어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그 신을 연습할 때 참 힘들었어요. 왜냐면 원준이랑 감정이 쌓이는 과정 없이 사랑에 빠지잖아요. 너무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거라 어떻게 보여질까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영애니까 가능하겠다 싶더라고요. 영애는 작은 일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러잖아요. 하여간 어떻게 풀까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에요.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드라마 에피소드 중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공연은 직접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재미있게 봤어요. 게다가 다 아는 배우들이니까 더 재미있었고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그러니까 욕을 못하죠.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네, 욕을 못하죠. 무조건 잘 봤다고 해야죠. 그런데 배우들의 조합이 정말 좋았어요. 잘 맞는 배우들끼리 모여서 서로 즐기면서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font color="#000000"><영애씨>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font><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나한테 출연 제의 안 했으면 좋겠다! 부담스럽잖아요. 2년 전에 초고가 나왔을 때 저한테 대본을 한번 읽어봐 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이 작품을 하든, 안 하든 현숙 씨의 조언이 듣고 싶다면서요. 대본을 읽고 제작사 미팅에 가서 혼자 세 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죠. 이건 드라마의 짜깁기밖에 안 된다고, 이렇게 해서는 성공 못한다고. 제가 안 한다는 각오로 독설을 퍼부었어요.

 

 


<font color="#000000">작품에 큰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네요. 쓴소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font><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애정이 있죠. 내가 안 하더라도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렇게 열변을 쏟고 나서 1년 반 뒤에 2차 대본을 받았는데, 사실은 계속 안 하겠다고 거절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정말 잘해야 본전이니까. 그리고 제가 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가 어려워서 그렇지, 하겠다고 하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꼴을 못 봐요. 이 뮤지컬을 하게 되면 누구보다 내 자신이 피곤할 걸 알았기 때문에 겁이 났죠. 체력적으로도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체력이 한 해 한 해가 다릅디다.

<font color="#80adaf">김산호 </font> 누나가 요즘 촬영할 때 많이 힘들어해요.(웃음)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오히려 공연을 올려놓고 난 다음에는 괜찮은데 연습 과정은, 아우 말도 마요. 창작극은 항상 힘들더라고요.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두 번 다시 공연을 하면 내가 미친년이다, 그런 생각을 해요. 힘든 만큼 힘을 얻는 작업이니까 결국 다시 하게 되지만요. 

 

<font color="#000000">산호 씨는 뮤지컬 <영애씨>의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어요? 같이 하자는 제의는 없었나요?
</font><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제의가 없었어요. 주위에서 <영애씨>를 뮤지컬로 만든다는데 넌 안 하냐고 물어보면 내 캐릭터가 안 나와서 안 한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제의를 못 받았어요.(웃음) 그런데 만약 제의를 받았더라도 드라마 촬영과 공연을 병행하기엔 캐릭터가 다르니까 좀 위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그래도 제의가 들어왔으면 했겠죠.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그럼 했죠. 원준 캐릭터를 산호화해서. (일동 웃음)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사실 드라마에선 영애가 남자가 많거든요. 지금까지 거쳐 간 남자만 해도 일곱 명쯤 되는데 여기선 한 명이라 좀 아쉬워요. 시즌 2에는 산호도 하라고 해야죠.


<font color="#000000">뮤지컬도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인가요?
</font><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몰라요, 자기들이 하면 하는 거지. 하하. 애초 기획은 뮤지컬도 시즌제로 만드는 거라고 하긴 했어요.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그런데 정말 시즌제 뮤지컬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영애씨>가 워낙 스토리가 다양하잖아요. 직장인들이 보기에도 정말 좋은 공연이고.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드라마는 벌써 5년간 방영 중인 작품이니 그 이야기가 방대하잖아요. 이 긴 이야기를 어떻게 두 시간짜리 공연으로 만들지 제작진들이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최초의 오피스 뮤지컬로 가보자는 결론이 난 거예요. 우리가 하면 뭐든 최초래.(웃음) 그동안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거의 없었잖아요. 그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야근, 사내 연애, 이직 등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미있게 잘 녹여낸 거죠.

 

<font color="#000000">공연 보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은 뭐예요?
</font><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엔딩 신에서 누나가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하하. 자기가 해야 할 부분을 워낙 잘 캐치하니까 한순간도 지루한 부분 없이 쭉 이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원이라는 인물 빼고는 드라마하고 다 다른 캐릭터거든요. 드라마와 다르게 해석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이런 캐릭터를 드라마로 가져와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해도 좋을 것 같아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맞아, 드라마 국장님도 탐내시더라고. 며칠 전에 공연을 보러 오셔서 그런 부분은 우리도 써보자 그러시더라.
드라마와 다른 의외의 모습은 없었나요?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공연과 방송은 사용하는 에너지가 확실히 달라요. 누나도 드라마에서는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연기하지만 공연에서는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하는데 사실 그게 맞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무대 위에서가 더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고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무대는 관객들 반응이 바로바로 오니까 재미있죠. 그런데 와, 소극장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 공연도 허투루 하진 않지만 소극장 공연은 정말 조금의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 곳이에요. 그래서 배우들끼리의 조화가 정말 중요한데 다행히 이번 배우들끼리는 서로 잘 맞고 다들 열심히 해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아, 그리고 캐릭터만 놓고 보자면 드라마 속 영애가 좀 더 성숙해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드라마는 초반에 영애의 캐릭터를 다 보여줬고,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잖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드라마의 팬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오기 때문에 초반에 영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줘야 해요. 그래서 오프닝에 ‘내 이름 이영애’라는 곡도 나오는 거고요. “여자의 로망은 44사이즈, 난 77사이즈. 남자의 로망은 산소 같은 여자 나는 황소 같은 여인~” 근데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난 남자든 여자든 너무 마른 건 싫어요. 뭐랄까 좀 만질 게 있는 사람이 좋지. 안 그래? 전 각자의 개성이 있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남들이 뭐라든 자신 있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가. (웃음)

 

<font color="#000000">맞아요, 그래서 드라마 초반엔 영애의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하셨다면서요.
</font><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게 공감이 안 됐죠. 사람은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지만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거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내 자신을 많이 사랑하면서 살아왔거든요. 처음엔 작가한테 난 진짜로 이영애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작가 언니가 “현숙, 현숙은 영애 같은 사람이 아니지만, 30대 초중반의 직장인들은 영애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그 마인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라고 주문을 하더라고요. 산호도 극 중 캐릭터하고 실제 모습이 좀 달라요. 진짜 착해. (백)주희 씨는 <그리스> 앙상블 하던 시절부터 산호를 봐왔는데, 세상에 그런 바보가 없었대요. 하도 착해서.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전 미스 캐스팅이었죠. 하하.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여자 좋아하는 건 맞지.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작가 분들이 사전 조사를 좀 하셨나 봐요. 하하하. 농담이에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이미 다 녹음 됐어. (일동 웃음) 우리 작가들은 캐스팅 미팅을 할 때 연기 같은 건 안 시키고 몇 시간이고 계속 대화를 나눠요. 그러면서 그 배우의 어투나 행동을 관찰하고, 배우의 특징을 잡아내죠. 아예 동떨어진 인물을 창조하진 않더라고요.


<font color="#000000">그럼 결국 여자라면 응당 예뻐야 한다는 외모지상주의 김산호 캐릭터가 산호 씨라는 얘기네요?(웃음)
</font><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어, 뭐, 지금의 김산호 캐릭터가 저랑 좀 잘 맞는 것 같아요. 영애를 사랑하는 산호 캐릭터요. 하하.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산호가 출연 초반에는 욕을 무진장 먹었거든요. 아무리 좋은 캐릭터들도 영애를 괴롭히면 바로 욕을 먹죠.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초등학생들한테 싸이월드 테러를 당했다니까요. 영애 괴롭히지 말라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옥상에서 산호가 저를 밀치는 신이 있었는데, 감독이 컷 하자마자 제게 와서 괜찮으냐며 일으켜줬거든요. NG 장면 모음에 그 장면이 나갔나 봐요. 그걸 보고 “오, 실제로는 굉장히 따뜻한 분인가 봐요” 라며 호감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나한테 잘하면서 산호 팬들이 더욱 많아졌죠. 그러니까 나한테 잘하란 말이야!


<font color="#000000">앞으로 한 달간 더 공연해야 하는 현숙 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font><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요즘 촬영할 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시거든요
<font color="#ac8295">김현숙</font>  그건 최근에 회식 때문에 술을 좀 먹어서 그래.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술을 좀 자제했으면 좋겠고요, 하하. 공연과 촬영을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9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체력관리를 잘해서 건강하게 만났으면 좋겠어요. 
<font color="#ac8295">김현숙 </font> (정색하며) 다음 시즌을 같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font color="#80adaf">김산호</font>  어… 이번 시즌 내에 차이지만 않으면 돼요. 큰일만 안 벌인다면 다음 시즌에서도 절친으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font color="#000000">*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0호 2012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font>

 

<font color="#000000">*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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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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