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를 먹으며 쓴 작업 일지
F로 이루어진 포크와 T로 이루어진 나이프가 함께 '돈가스'를 향해 나아가는 모험 이야기.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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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계속 되어온 음식 에세이 시리즈 띵의 이번 주인공은 ‘돈가스’다. ‘스튜디오 고민’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안서영, 이영하가 돈가스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아냈다.  ‘씩씩한 포크’를 담당하고 있는 안서영, ‘계획적인 나이프’를 담당하고 있는 이영하 두 사람은 돈가스 가게 메뉴판 가장 상단에 나란히 적혀 있는 ‘로스가스’와 ‘히레가스’처럼 각기 다른 매력으로 서로를 상호보완하는 단짝이다. 직업도 식성도 정확하게 일치하는 인생의 반려자이자 돈가스 메이트인 두 사람이 함께 쓴 이 책 속엔 돈가스를 먹고, 디자인을 하고, 입금 된 작업비로 또 돈가스를 사 먹고, 다시 디자인을 하는 두 사람의 경쾌한 일상이 가득 담겨 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들! 그래픽 디자이너가 쓴 음식 에세이라니 신선한 조합인데요. 두 분이 함께 돈가스 에세이를 쓰시기로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평소 미식 분야에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친한 에디터님과의 미팅 후, 근처 몇 군데의 식당을 추천받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최강금 돈가스’였습니다. 저희 둘은 원래 식사 메뉴를 고를 때 고민이 많은 편이지만, 돈가스는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메뉴라 자주 선택하곤 하죠. 덕분에 맛있는 돈가스를 맛본 감사의 마음을 담아 SNS에 포스팅을 올렸는데, 띵 시리즈를 기획한 김지향 에디터께서 그 글을 보시고 돈가스 편을 써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마침 당시 얼마 전 다녀온 교토에서 맛본 돈가스가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었고, 그 여파로 여러 돈가스 가게들을 찾아다니던 중이라 흥미로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교토로 여행을 떠날 때 기내에서 받은 엽서에 영하 씨가 “날으는 돈가스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써줬는데, 그게 마치 운명적인 에필로그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일도, 생활도, 식사도 함께하는 것에 익숙하기에 글도 당연히 함께 쓰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책 제목인 『씩씩한 포크와 계획적인 나이프』는 두 분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비유처럼 느껴지는데요, 이 제목을 정할 때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이 제목이 두 분의 성격과 역할을 어떻게 대변하는지도 궁금합니다.


평소 대화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글을 쓰다보니 둘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더 깊은 관계를 위해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조금 유행이 지난 감이 있지만, 저희의 성향을 MBTI로 나눠보자면, F로 이루어진 포크와 T로 이루어진 나이프로 구분할 수 있어요. 평소 생활에서도 그 방향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곤 하죠. 연애할 때는 그 차이가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라 서로에게 이상적인 존재로 보였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감수성 넘치는 포크의 다정함에 차가운 나이프의 마음이 슬쩍 녹아내리기도 하고, 허둥지둥 실수하는 포크를 나이프가 빠르게 수습해주는 그런 식이었죠.


이제 와 생각해보니 함께 일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그 차이가 충돌 지점으로 발생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냉정함에 서운함을 드러내고, 실수에 시정을 요청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지금은 이를 해결하려고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콘셉트를 구상하는 한 명과 씩씩하고 우직하게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한 명으로 이루어진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죠. 글에서도 이 ‘다르지만 함께’라는 점을 많이 담아보려고 했어요. 어쨌든, 각기 다른 포크와 나이프가 모여 완벽한 세트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돈가스'를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책에서 두 분의 차이를 ‘로스가스’와 ‘히레가스’로 비유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반면에 두 분은 돈가스라는 공통된 취향을 나누는 ‘돈가스 메이트’이기도 한데요, 함께하며 ‘이 사람이 내 돈가스 메이트여서 참 다행이야!’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가끔은 돈가스를 생각하고 있으면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상대방이 "오늘은 돈가스 어때?" 하고 물어보는 날이 있습니다. 취향이 비슷하다는 것은 즐거운 순간의 연속인데요. 하지만 우리는 로스가스와 히레가스처럼 서로 좋아하는 메뉴는 달라요. 그게 또 장점이죠. 각자 다른 메뉴를 시켜서 조금씩 나눠 먹다 보면 평소에 접하지 못한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한 명이 돈가스를 다 먹지 못하고 남기면 다른 한 명이 대신 먹어줄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입니다. 주로 포크가 나이프의 돈가스를 도와주곤 하죠. 나이프가 “배불러.” 하면 포크가 “걱정 마! 내가 처리할게.” 하며 마무리를 해주는 그런 모습입니다.


책 곳곳에 두 분의 창작 과정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작업 중 돈가스가 영감이 되거나 작업의 돌파구가 되어준 순간이 있었을까요?


돈가스를 먹는 다양한 상황에서 영감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교토에서 만난 돈가스 장인에게서는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의 정성과 절도 있는 태도를 보며 ‘나도 더욱 정진해야겠구나.’ 하고 자세를 바로잡게 되더라고요. 또 한 번은 돈가스를 소금에 찍어 먹어보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그때 그게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느껴보라는, 재료에 대한 자부심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후로 우리도 ‘어떻게 하면 우리의 작업을 더 양질로 만들고, 어떻게 표현해야 더 효과적으로 작업 의도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야근 후 야식으로 돈가스를 먹었는데, 다음 날 속이 온종일 더부룩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죠. 내 위장이 과로했구나, 그리고 나는 위장에게 악덕한 '갑'이었구나 하는 반성도 했어요. 돈가스 책을 쓰면서 그동안 맛있게만 먹었던 돈가스를 여러 방면에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어릴 적 추억부터 일상, 노래 가사까지. 돈가스가 생각보다 많은 걸 들여다보게 만드는 도구가 되어주더라고요.


서로가 쓴 챕터들이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상대방이 쓴 챕터 중에 가장 인상 깊거나 마음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포크] 저는 영하 씨의 글 중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라는 글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연히 듣게 된 돈가스 맛집 정보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마치 공공장소에서 옆사람들이 흥미로운 대화를 나눌 때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우게 되는 그런 느낌 있잖아요? 글이 몰입감도 좋고, 읽다보면 어느새 나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몰래 엿듣는 기분이 들어서 아주 흥미진진했어요!


[나이프] 저는 서영 씨의 모든 글이 다 좋은데, 하나만 꼽자면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글을 좋아합니다. 현실적인 성격의 저로서는 옆에서 볼 때 이상적인 성격의 서영 씨는 가장 특별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더욱 특별해지고 싶은 사람이기에 항상 괴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도 해요. 그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낸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어요. 가장 보통의 존재, 파이팅입니다.


두 분이 함께한 수많은 돈가스 중 ‘이 순간의 돈가스는 정말 잊을 수 없다!’고 꼽을 만한 돈가스가 있을까요? 특정한 장소나 가게여도 좋고, 어떤 순간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이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을 쓰다가 어렸을 적 엄마가 만들어주신 돈가스가 생각나서, 시어머니께 졸라 그 시절 레시피를 오랜만에 재현해봤어요. 어머님, 저, 그리고 영하 씨, 이렇게 함께 돈가스를 만들어서 한입 딱 먹어보니, 셋 다 동시에 “오! 이거 그때 그 맛이야!” 하고 감탄했죠.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예전엔 엄마들이 도시락이나 반찬으로 직접 돈가스를 만들어주곤 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런 기회가 드물어졌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오랜만에 그 맛을 복각하면서 새롭게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맛도 추억도 업데이트된 셈이죠!


이번 에세이 출간 작업이 두 분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통해 얻은 새로운 깨달음이나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처음에는 북디자인으로 책의 세계에 입문했고, 그다음엔 책을 출판해봤고, 이제는 직접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역할을 다 맡아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게 참 신기하게 느껴져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책을 쓰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모든 작가님들, 파이팅입니다!) 이제 남은 일은 우리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뿐이라 언젠가 서점을 열어보고 싶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사실 어릴 적 꿈이 북디자이너도, 출판사 사장님도, 작가도 아니었고, 바로 서점 주인이었거든요. (순전히 영화 <노팅힐>을 보고 감명받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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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