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과 가지는 가족들이 모두 집을 나선 아침이면 나란히 창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청명한 아침의 햇살, 학교에 가는 동네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발걸음, 맞은편 나무에 사는 새들의 노랫소리 속에서 가지는 종종 귤에게 궁금한 걸 묻기도 한다. 매일 산책을 나가는 귤과 달리 어린 고양이 가지에게 세상은 네모난 창문 모양의 화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지는 사진 속 풍경 하나에 마음을 빼앗긴다. ‘섬’이라는 그곳은 아마도 귤이 어렸을 때 가족들과 함께 갔던 여행지인 듯하다. 섬, 섬이라는 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 건지, 생각을 자꾸만 하다 보니 가지의 조그만 머릿속은 섬 생각으로 완전히 가득 차 버리고, 그런 가지를 보며 귤은 문득 결심한다. 우리끼리, 거기 가 보기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일상 속 모험을 발견하는 작가 김민우를 서면으로 만나 짭짤한 바다맛 여행 이야기 『우리, 섬에 가 보자!』 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 섬에 가 보자!』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표지에서 두 주인공이 세상 누구보다 신난 표정으로 뛰고 있어요! 선생님도 비슷한 기분이신가요? 새 이야기를 출간하신 소감을 들려주세요.
신나고, 기쁩니다! 한편으로는 작업하는 동안 늘 귤, 가지와 함께 있었는데 책이 나오고 나니 좀 멀어진 느낌이에요. 뭐라고 해야 할지, 자식들이 장성해서 독립한 느낌이랄까요?
그러네요. 약간 울컥하면서도 뿌듯한 기분일 것 같아요. 『우리, 섬에 가 보자!』의 두 주인공 귤과 가지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귤은 세상 경험이 많고 조금 느긋하면서도 배려심이 많은 성격이고 가지는 어린아이답게 궁금한 것도 많고 세상에 대한 관심도 많지만 사색적이고 소심한 면도 있어요.
저는 어렸을 적에 저만 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아이였어요. 지금은 많이 느긋해진 편이지만, 어릴 때는 참을성이 부족하고 성미가 급했죠.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제 모습이 보일 때가 많더라고요. 화가 날 때마다 그대로 쏟아내면 잔소리가 될 뿐이기 때문에 천천히 기다리면서 말할 준비를 해요. 그때는 내가 아빠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아이의 친구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럴 때 제 이야기를 듣는 아이는 꼭 가지 같은 표정이더라고요. 그런 마음으로 두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귤과 가지는 섬에 가 보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 생각보다 가뿐하게 집을 나섭니다. 도보로 이동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또 배까지 타고요. 무릇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에 시작되는 게 아니라 거기까지 가기 위해 탈것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감정에 대한,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대학 다닐 때 야외 스케치 동아리에 있었어요. 그때는 핸드폰이 없었기 때문에 약속을 하면 그 장소에서 기다려야 했던 시절이었어요.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도 안 오길래 공중전화를 찾아 하나하나 연락해 보니 다들 일이 생겨서 못 오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혼자 씩씩거리며 야외 스케치를 갔던 기억이 나요. 스무 살이었나? 도봉산이었나? 혼자 산길을 올라 중턱에서 밥 먹고, 그림 그리다가 주위도 둘러보고 그랬는데, 그떄 느낀 기분이 아직도 생각이 나요. '어 생각보다 혼자도 괜찮은데?' 하는 마음이었어요.
귤과 가지는 두근두근 떠났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도 않고, 검표원에게 제지당하거나 차를 놓치거나 하는 일 없이 무탈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섬에 도착해서도 대단한 모험을 한다기보다는 그저 실컷 뜀박질하고 웃고 한숨 자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오는 거죠. 그래서인지 저는 이 이야기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잘 돌아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해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나요?
아이들이 모험과 여행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혼자도 좋고 친구 또는 엄마와 함께여도 좋고요. 같은 코스도 산책이 아니라 모험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작은 가방에 한 손에 잡히는 드로잉북 하나, 연필깎이와 연필, 포켓조류도감, 쌍안경, 이렇게 준비하고 나가면 백로가 물고기를 삼키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우리 동네 천에 가마우지가 사냥을 나온다는 것도 알게 돼요. 전깃줄에 앉은 할미새도, 천변의 모래 위 도요새도 보여요. 저는 아파트 벽 단열재에 구멍을 뚫고 있는 딱따구리도 봤어요. 운이 좋으면 원앙도 볼 수 있어요. 이런 건 모험이 아니면 안 보여요.
다음은 밸런스 게임입니다. 2초 안에 답해 주세요.
개 vs 고양이
개 (집에 늘 개가 있었어요.)
비오는 날 vs 맑은 날
맑은 날 (비 오는 날은 종이가 눅눅해져서...)
지하철 vs 버스
지하철 (멀미를 해요…)
아침 vs 밤
아침 (밤은 피곤해요...)
사과 vs 귤
사과 (신 귤보단 아삭한 사과!!)
가지 vs 애호박
가지 (어느 때부턴가 가지가 그렇게 좋네요.)
의문의 1패를 당한 귤 섭섭하겠네요! 그림책 속에 일상적인 풍경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장면들이 유독 많아요. 작가의 베스트 한 컷을 꼽는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여객선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장면이에요. 이야기를 만들면서 4학년이었던 첫째 아들과 둘이서 영종도에 다녀왔어요. 예전에 자주 갔던 영종도를 그 길 그대로요. 자료로 삼을 사진도 찍고 그러려고 갔던 건데, 오히려 사진보다 아이와 동행했던 그 느낌 자체가 더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갈매기들이 새우깡을 먹으려고 몰려들자 흥분하면서 달떴던 아이 얼굴이 지금도 떠올라요.
섬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 가지와 귤의 아침 풍경은 어땠을까요?
이제 귤과 가지는 재미있는 생각을 더 많이 할 것 같아요. 밖에 보이는 풍경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이야기도 많이 나누겠지요. 가지는 또 어딘가에 가 보고 싶어하고, 귤은 또 계획을 세울지도 모르고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