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있게 사회생활 잘하려면 문해력
저는 ‘인생책’이 없습니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작품, 책은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 것에 너무 몰두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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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제대로 못 읽을까』는 문해력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어떻게 활용하면 내 삶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문해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단편소설 읽기’로 풀어낸 책이다. 케이트 쇼팽, 버지니아 울프, 커트 보니것에서부터 김승옥, 김애란에 이르기까지, 장르 불문한 서른여 편의 국내외 단편소설을 통해 이들 작품들이 어떻게 문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지 꼼꼼하게 일러줌과 동시에, 독자의 문해력 향상을 ‘독려’하기 위한 친절한 레벨-업 ‘과제’까지 마련하여 좀더 다채로운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 문해력이 화두입니다. 문해력이 뭔지부터 알려주세요.


포탈에 “문해력”을 검색해보면 초등 독해, 성적, 자기주도학습 같은 것들이 연관 검색어로 우수수 쏟아집니다. 전부 공부나 학생들과 관련된 것들이죠. 연관 기사로는 ‘우천시가 어디에요?’, ‘금일을 금요일로 해석하는 요즘 사람들’ 같은 것들도 볼 수 있고요. 포탈 검색 결과가 다소 혼란스러운 것과 달리 사실 문해력은 그 의미가 명확한 정의된 개념입니다. “문장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함으로써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며, 자신의 지식과 잠재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OECD에서 선언을 했거든요. 여기에는 공부나 학생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어요. 그보다는 ‘사회생활’이라는 단어가 더 눈에 띕니다. ‘사회생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즉, 문해력은 사회에 발을 걸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이에요. 어른과 아이, 학생과 직장인의 구분이 있을 수 없는거죠. 또한 개인적으로 저는 문해력이란 ‘맥락을 읽는 힘’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다소 독특하게도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단편소설 읽기를 제안하셨어요. 단편소설이 문해력을 키우는 데 정말 도움이 되나요?


문해력은 책 읽기와 뗄 수 없는 개념이죠. 그렇지만 읽기와 친하지 않은 분들에게 대뜸 500페이지짜리 장편소설을 권할 수는 없어요. 읽기의 시작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짧은 분량, 극적인 오르락 내리락이 주는 재미, 인물과 사건, 그리고 갈등이 등장하는 문학 작품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단편소설이죠.


책 깨나 읽는다는 분들 중에도 단편소설은 잘 못읽겠더라, 어렵더라, 하시는 분들이 많던데요?


세상 모든 단편소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단편소설은 독자에게 다소 불친절한 장르가 맞긴 합니다. 짤막한 분량상 모든 것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없기에 생략된 부분이 많거든요. 때문에 맥락을 파악하는 연습에 아주 좋습니다. 대신 그만큼 분량이 짧죠. 장편소설보다 완독하기가 쉽습니다. 현재 자신의 문해력 수준에 맞는 작품들로 시작해 조금씩 단계를 올리면서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단편소설로 읽기 연습을 하게 되면 장편소설이나 비문학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집니다. 장편소설은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착실하기 때문에 텍스트 위주로 일단 따라만 가면 총체적으로 이해가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비문학은 어떤 이론을 설명하거나, 어떤 의견을 내보여 독자를 설득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문장이 좀 더 간단하고 쉽고요. 물론 ‘무엇으로 시작하고 단련할까’에 있어 그 순서를 말하는 것일 뿐, 장편소설이나 비문학을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 부분에 있어 오해가 없었으면 해요.


작가 생활을 하시면서 또 동시에 북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한 달에 책은 몇 권 읽으세요?


오!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내용이에요. 사실 책은 두꺼워도 한 권, 얇아도 한 권이라 몇 권이냐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긴 한데요, 최근 한 달간 몇 권을 읽었나 세어보니 15권이네요. 물론 여기엔 얇은 그림책과 독서모임에서 함께 강제로 읽은 책들도 상당수 포함되어있습니다. ‘책을 몇 권 읽느냐’ 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일이 가능하려면 책은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것이라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야 합니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혹은 지식을 쌓기 위해 노잼이어도 꾸역꾸역 읽어야지 별 수 있나?’가 아니라 말 그대로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저절로 책을 펼치게 되어야 해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안달이 나야하고 읽다가 전율이 슥 밀고 올라오며 소름이 쫙 돋아야 합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해서 밤잠을 설치는 느낌을 받아야 하고요. 소싯적에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만화책을 한 권만 더, 한 권만 더, 하다가 날샌 경험이나 추리 소설 속 범인이 궁금해서 앉은 자리에서 끝장을 본 경험 같은거요. 문해력을 기르는 책 읽기의 기본은 흥미와 몰입입니다. 때문에 저는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계속 권하려고 해요.


『나는 왜 제대로 못 읽을까』에서 30여 편의 단편소설들을 소개해주셨어요. 작가님만의 인생 (단편) 소설, 인생책들이 여기 포함되어있나요? 


저는 ‘인생책’이 없습니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작품, 책은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 것에 너무 몰두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내 인생책은 이거야!’하는 틀에 본인을 가두지마시고 다양하게 많은 책을 만나보시면서 그 책들을 벽돌 삼아 내 세계를 차곡차곡 꾸려가시길 바라요.


앞으로 어떤 글로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 쓰면서 그것으로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까지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책을 작업하는 내내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단편소설 덕후거든요! 앞으로도 쭉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요. 나는 이게 너무너무 좋은데 대체 왜 좋은지, 얼마나 좋은지, 이 좋은 것을 왜 여러분은 좋아하지 않나요? 하는 느낌의 글들을요.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 될 수 있길 지향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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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