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오늘도 혼자 클럽에서』는 춤과 음악에 진심인 한 내향인의 클럽 덕질기이다. 클럽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평범한 회사원에서 디제이가 된 저자의 이야기는 새로운 세계로의 문턱을 넘게 한다. 클럽, 전자음악, 페스티벌, 디제잉, 점차 취향의 범위를 넓혀가며 구체적으로 자신을 감각하고 사랑하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주변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음악과 완전히 하나가 된 채 자유롭게 움직이는 저자의 이야기는 무엇보다 건강하고 아름답다.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출간 작가가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출간 작가의 꿈을 이루신 분들을 보고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운 좋게 브런치스토리 공모전을 통해 어느새 두 번째 책을 내게 되었네요. 브런치스토리는 정말 기회의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클러빙에 쏟아부은 택시비만 4천만 원”이라는 소개글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클럽에 가는 날의 하루 스케줄이 어떻게 되시나요? 언제부터 클럽에 다녔는지, 또 보통 얼마나 자주 클럽에 가는지 궁금해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다녔어요. 아주 바쁘지 않으면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가는 편이고 한창 열정적이었던 때는 일주일에 두 번씩은 다녔죠. 클럽에 가는 날의 하루 스케줄은 다음 날 일정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뉘는데 일정이 있는 날은 일찍 클럽에 입장해서 새벽 두세 시 정도에 레이빙을 마무리하고, 일정이 없는 날은 클럽을 여러 군데 옮겨 다니며 해가 뜰 때까지 노는 편이에요. 물론 이십 대 때는 일정 상관없이 무조건 날이 샐 때까지 놀았죠. 갑자기 슬퍼지는데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평일 퇴근 후, 혼자 클럽에 간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할 것 같아요. 혼자 가는 클럽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혼자 클럽에 가면 상대와 스케줄을 조율할 필요가 없고 제가 클럽에 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또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상대를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친구와 같이 놀러 가면 이 친구가 음악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지, 친구의 텐션이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혹시 잠깐 나갔다 오자고 하면 싫어할지, 다른 클럽에 가고 싶은 건 아닌지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요. 게다가 친구가 만취하기라도 하면 저는 더 놀고 싶어도 강제로 집에 귀가해야 하죠. 하지만 혼자 클럽에 가면 무아지경으로 즐길 수 있어요.
클럽에 대한 문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춤’이라고 생각합니다. 춤을 추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왠지 어색하고 쑥스럽더라고요. 또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어떤 몸가짐, 마음가짐으로 클럽에 가면 좋을까요?
클럽에서의 춤은 내가 돋보이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이 공간에 융화되어 음악을 잘 듣고 있음을 표현하는 일종의 리액션 정도라고 생각해요. 클럽에서는 아무도 나의 춤 실력을 평가하지 않아요. 자신이 즐기기 바쁘죠. 그래도 두렵다면, 춤을 ‘춤’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일종의 ‘대답’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누군가 말을 걸면 대답하듯 디제이가 음악으로 말을 걸었을 때 자연스럽게 음악에 몸을 맡기고 그저 움직이는 거죠. 고개만 까딱거려도, 뒤꿈치만 들썩여도, 어깨만 흔들어도 춤이니까요. ‘옷’에 관련해서라면 너무 예의 없는 패션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해요.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만 아니라면 편안한 복장이어도 될 것 같아요. 저도 편안한 복장을 선호하고요. 그래도 웬만하면 너무 부담 갖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개성을 뽐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클럽을 열심히 다니다 디제잉을 배우고, 또 디제이로 데뷔까지 하셨어요. 원래 뮤직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며 클럽에 다닐 때와 음악을 틀러 디제이로 클럽에 갈 때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음악을 들으러 갈 때는 그저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가고요. 음악을 틀러 갈 때는 많은 준비를 하고 리스너들의 반응은 어떨지 생각하며 약간의 부담과 긴장, 그리고 기대를 안고 갑니다.
한국 사회에서 클럽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 클럽을 보여줄 때 술, 마약, 그리고 성범죄가 일어나는 곳으로 다루는 경우도 흔하고요. 클럽에 관한 오해와 편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분위기는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대형 클럽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요. 유흥을 목적으로 온 사람도 있겠지만 음악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현재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은 다양한 장르 기반의 디제이들이 각자 개성이 담긴 음악을 선보이고, 해외의 여러 레이블과 빈번하게 교류하고, 다양한 문화, 예술 전시 및 파티를 개최하는 등 한국 음악 신의 다양성 유지 및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그만큼 음악에 진심인 사람들이 종사하고 서브컬처가 꽃 피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올해 3월, 베를린 테크노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클럽 문화를 하나의 음악 문화로 보지 않고 일탈과 유흥의 시선으로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클럽에 입문하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클럽이 있을까요? 클럽에 가기 전 미리 예습하고 가야 할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워낙 다양한 클럽이 많아 추천이 조심스럽네요. 가장 좋은 방법은 클럽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파티 포스터의 라인업을 확인한 후 그 라인업에 있는 디제이의 사운드 클라우드에 들어가서 음악을 한번 들어보는 거예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이라면 그 클럽으로 가시면 됩니다. 어느 클럽을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제가 추천하는 클럽 리스트를 브런치스토리와 책 마지막에 적어두었으니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예습할 것은 따로 없습니다! 너무 취하지는 마시고 클럽의 음악과 분위기에 오롯이 몸을 맡겨보세요.
* 소람
언제나 음악을 그리워하는 사람. 네이버 뮤직 서비스 ‘바이브’에서 콘텐츠, 서비스 기획자로 오랜 기간 일했다. 현재는 퇴사하고 인생의 장르 전환을 시도 중이다. 취미는 언더그라운드 클럽 누비기. 이태원에 자주 출몰하며 종종 디제이로 활동한다. 언제든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감각을 활짝 열어둔다. 모범피라는 필명으로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 텐가?』를 썼다.
* 소람 작가 브런치 스토리 https://brunch.co.kr/@soram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