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브리그널 저/심태은 역 | 어크로스
온라인 비즈니스가 우리를 현혹하는 방법
다크패턴은 사용자의 자율성, 의사결정, 선택을 방해하거나 손상하도록 설계된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뜻한다.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기간 한정'이라든가 '00명 선착순'이라는 카운트다운 메시지 팝업창이 뜰 때가 있다. 마음이 조급해져 결제 버튼을 누르지만, 어쩌면 처음 제시된 가격보다 최종 구매 가격이 더 비쌀 수도 있다. 색상대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에 적힌 메시지는 놓치기 쉽고, 우리의 개인정보는 허락 없이 기업에 넘겨진다. 점점 더 교묘하게 발전하는 기술에 속아넘어가지 않으려면, 사용자도 다크패턴의 사용 방식을 알아야 한다. (정의정 채널예스 에디터)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 저 | 문학동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을 욕하거나 내가 그러길 바라거나
자기 자신을 먹여 살리는 일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그린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모았다. 어제 있었던 일 마냥 친밀한 일터의 현상 속에서 불편한 본성과 자꾸 맞닥뜨린다. 어쩌면 소설이라기보단 메타 인지적인 에세이에 더 가까운 듯싶다.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라는 우리가 놓여있는 노동 환경을 시사하는 듯한 제목의 낌새를 보면 여러 이름에 걸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 반면에 내심 속으로는 내가 그런 사람이기를 바란다.
‘월급사실주의’는 현실적인 밥벌이 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는 모임에서 기인한 것인데, 1)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2) 최근 오 년 이내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며 3)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창작 조건이 있다.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출간되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이 얼마나 일하는 존재들에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인성vs수완 #코인 폭락 #친구의 사생활 같은 키워드로 쓰인 하이퍼리얼리즘 노동 소설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먹고살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이 세상의 노동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잘되죠. 잘될 겁니다.” 같은 말을 덧붙이면서. (이은진 채널예스 에디터)
김희선 저 | 은행나무
팬데믹을 지나온 우리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는 상호 간 교류의 단절, 공중 보건의 붕괴, 정제되지 않은 과다한 정보 등 대비하지 못한 상황들을 마주하고 당황했다. 『247의 모든 것』은 가상의 바이러스 창궐 상황을 제시하며 지나온 팬데믹 상황을 돌아보고, 더 나아가 다음 팬데믹의 시대가 온다면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할 거리를 던진다.
소설은 ‘공공의 적’인 슈퍼전파자 247의 죽음으로 시작되며 ‘기록자’의 서술에 따라 247의 생애를 따라가며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죽음의 공포를 이용해 인류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력, 당사자의 목소리가 아닌 주변인들의 증언으로 만들어지는 편향된 정보, 인간 중심의 산업에서 손쉽게 행해지는 동물의 살처분에 대한 윤리 등 우리 사회가 걸어온 모습을 돌아보고 나아갈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언젠가 다시 찾아올 재난 상황에서 우리의 공동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미리 고민해 본다면 더욱 현명하게 위기를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정은 예스24 유튜브PD)
매기 도허티 저/이주혜 역 | 위즈덤하우스
필요한 건 자기만의 방, 옆방에 친구
1960년 하버드대학교가 남학교였던 시절, 명망 높은 여성 교육기관 '래드클리프 대학'에서는 파격적인 장학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기혼 유자녀 경력 단절 여성, 즉 가족과 집안일을 보살피느라 꿈을 포기한 여성들이 연구와 예술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3천 달러의 지원금과 개인 작업실을 지원한다는 것. 버지니아 울프가 주창한 '자기만의 방'이 세월과 대륙을 건너 실현된 셈이다. 세간의 화제가 된 장학 프로그램 '래드클리프 독립연구소'는 선발 자격을 학위를 갖춘 학자뿐만 아니라 학위와 '동등한' 자격을 갖춘 예술가로 확대해 장학생을 선발했다.
『동등한 우리』는 초기 '래드클리프 독립연구소'를 계기로 '동등한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룬 다섯 작가의 협업, 연대, 우정의 일대기를 엮은 논픽션이다. 문학가이자 역사학자인 저자가 발굴한 방대한 자료를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서술한다. "내가 보기에 이제 비평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성의 혁신적이고 내밀한 글쓰기의 초석을 닦은 사람이 바로 '동등한 우리'였다."(385쪽) 여성들이 만든 풍부하고 독특한, 경쟁과 애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혁명적 관계가 6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많은 여성의 서사와 맞닿는 것을 보며, 역시 여성들에게 필요한 건 자기만의 방, 그리고 옆방의 친구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이참슬 채널예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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