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의 새로운 아트 커뮤니티 ARTiPIO가 들려주는 ART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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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는 한남동, 보광동, 이태원 2동 등 개성이 있는 동네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뒤섞이는 곳이죠. 용산구에는 큼직한 미술관과 주요 대형 갤러리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개성 강한 전시공간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오늘은 그중 한 번 방문하고 나면 그 뒤로 계속 방문하고 싶어질 만큼 중독성 강한 공간 3곳을 소개합니다.
상히읗 (sangheeut)
홈페이지 https://sangheeut.net/digitally-minded-sangheeut
인스타그램 @sangheeut
상히읗을 처음 만난 곳은 더프리뷰 아트페어 현장이었습니다. 신한카드에서 주최하는 ‘더프리뷰 아트페어(The Preview Art Fair)’는 새로운 갤러리, 작가, 작업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미리보기’를 의미하는데요. 신진 작가의 작품을 빠르게 만나볼 수 있다는 슬로건을 지닌 만큼, 신생 전시공간들을 한자리에 모아 기존 아트페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특색을 가지고 운영되는 공간을 다수 만나볼 수 있는 행사입니다. 2021년부터 시작한 더프리뷰 아트페어는 한남, 성수 등 핫플레이스에서 개최되며,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한국 미술시장 생태계 확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런 더프리뷰 2023의 스페셜 부스를 장식한 곳이 바로 상히읗이었는데요. 메인 아트페어 공간에서 조금 떨어진 곳, 컨테이너 박스에 부스를 마련한 상히읗은 영상 작품을 선보이며 동시대 미술 안에서 미디어 아트와 같은 새로운 매체의 판매를 실험하는 신선한 시도를 했는데요.
판매 여부를 떠나 메인 아트페어 현장을 주로 채우고 있는 평면 회화에 익숙한 관람객들의 관심사를 단숨에 뉴미디어 작품으로 전환시켜주는 부스였죠.
상히읗은 두 명의 기획자가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로서, 2021년 해방촌 오거리에 처음 문을 열었고, 최근 경리단길과 인접한 해방촌 입구로 자리를 옮겨 재개관 했습니다.
더프리뷰 스페셜 부스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상히읗은 동시대 미술이 평면의 회화에만 국한하고 있지 않음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소장의 영역에서도 매체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보자고 제안하는 듯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해방촌이라는 독특한 지역적 분위기를 흡수하여 인큐베이팅에 집중하는, 어쩌면 갤러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죠.
필자가 전시공간에 방문했을 당시 열리고 있는 전시는 방소윤과 아리킴의 2인전 ?Digitally Minded (23.08.18-10.08) ?였습니다. 지금의 기술이 인간과 세계를 관통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전시로 회화 작품을 비롯해 컬러로 가득 채운 설치 작품까지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중독적으로 시청하는 숏폼 형태의 영상 작업과 묘하게 아름다운 회화, 그리고 커튼으로 구분된 또 다른 전시공간에서 펼쳐지는 감각적인 설치 작업까지, 마치 어느 지역 비엔날레의 위성 전시처럼 느껴졌는데요. 실험적이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해하고 싶은 전시였기에 인상깊었습니다.
지루한 일상 속 새로운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전시가 보고싶다면, 용산구의 상히읗에서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상업화랑 용산 (SAHNG-UP GALLERY)
홈페이지 http://sahngupgallery.com/
‘상업화랑’ 이름이 주는 강렬함이 있습니다. 작품을 사고파는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주최인 화랑 앞에 굳이 '상업'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7년 처음 을지로에서 개관한 상업화랑은 연10회의 기획전을 진행해오며 한국 현대미술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비평과 담론을 실천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어 2019년 문래점(2022년 12월 운영 종료), 2021년 용산점, 2023년 9월 새로이 사직점을 개관했습니다.
상업화랑은 다른 갤러리와 마찬가지로 작가를 발굴하고, 전속 작가를 꾸준히 영입하며 아트페어에도 나가지만, 상업화랑은 다른 갤러리와 다른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창작 활동을 스스로의 동력으로 이어가야 하는 예술가의 직업적 특성상 특정 시기마다 새로운 조력자를 필요로 하는데, 바로 그 길목에 서있는 작가를 적극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었는데요.
얼핏 보면 대형 갤러리들이 도시마다 분점을 내듯 사업 확장 혹은 브랜드화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상업화랑의 행보를 계속 지켜본 이들이라면 미술 생태계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해오며 운영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상업화랑은 2021년 하반기부터 39세 이하의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레지던시와 개인전을 지원하는 EX-UP(Exhibition-up)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해에도 어김없이 2024년 1년간 활동할 신진작가를 선발하는 5회차 공모를 진행하며 건강한 미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 지점별로 공간의 분위기 또한 차별화되어 있는데요. 을지로점의 경우 원래 작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보통의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화이트 벽 대신에 나무 합판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가벽에 작품이 걸려 있어 그 자체만으로 독특한 분위기와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을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최근 오픈한 용산점의 경우 기존 을지로나 문래 지역의 상업화랑과 다르게 클래식한 느낌이 강한데요. 실험적인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끌지만 기본적으로 화이트 벽과 조명 덕에 기존의 갤러리의 외관과 가장 흡사한 모습으로 이름 그대로 가장 ‘상업화랑’ 다운 역할을 수행하고자 만든 공간입니다. 용산구라는 지리적 위치와 1층이라는 점에서 컬렉터의 접근성 또한 용이하다고 볼 수 있죠. 지역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내뿜는 상업화랑의 새로운 공간인 용산점 방문을 추천합니다.
워킹위드프렌드 (Working With Friend)
홈페이지 http://wwf.kr/
인스타그램 @workingwithfriend
“멋진 친구와 일하기”
지금의 시대를 통과하는 기획자로서 곱씹게 되는 이 문장은 용산구에 자리한 새로운 전시공간 워킹위드프렌드(Working With Friend)를 직역한 문장입니다. 좋은 기획은 스스로의 능력과 넉넉한 예산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죠. WWF(Working With Friend)는 그들의 정체성을 ‘협업 갤러리 프로젝트’라는 단어로 설명합니다. 고정된 하드웨어보다 유연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다양한 분야의 다채로운 친구들과 창의적인 기획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팀이 바로 워킹위드프렌드입니다.
지난해 가을 진행된 《피그말리온 프로젝트(Pygmalion Project)》 전시의 경우도 전시 제목처럼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는데요. 해당 전시는 ‘아름다움’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각자의 답을 찾아가게끔 유도합니다.
전시장을 작가의 작업실로 꾸려 일련의 과정으로 선보여 인상깊었는데요. 3층에는 하얀 책상 위에 작가가 실제 작업실에서 쓰는 조각과 책을 배치하고 페인팅 작업을 배치해놨다면, 4층에서는 3층의 페인팅 작업을 넘어서 ‘디지털’ 가상의 공간에서 다시 한번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감’이라는 감각에 대하여 다시금 고찰하게 하고, 동시에 AI 기술을 예술이라는 영역에서 활용하는 방식을 선보이며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공간 또한 갤러리 라기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전시 플랫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워킹위드프렌드에게 중요한 것은 협업과 친구입니다. 함께하는 작가 또한 기꺼이 친구라 부르죠. 협업을 통해 혼자서는 해내기 어려운 독창적인 결과물을 생산해 내며 협업자를 모두 친구라 부르는 팀, 워킹위드프렌드.
앞으로 함께할 다음 친구는 누구일지, 그 대상이 작가인지 또 다른 갤러리일지 기대되는 워킹위드프렌드를 꼭 눈여겨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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