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에 오른 음식 교양서 『외식의 품격』의 저자이자 이탈리아 요리의 바이블 『실버 스푼』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등 한국 식문화 도서의 새로운 장을 열어 온 음식 평론가 이용재의 신간 에세이 『맛있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가 음식 평론가인 동시에 오랜 문학 독자로 살아오면서 읽은 수많은 고전과 현대 소설 속의 음식 이야기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심도 깊게 풀어낸 ‘음식 문학’에세이다. 이처럼 다양한 소설들을 맛있게 뜯어보고 음미하는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 이용재 평론가를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평론가님! 이번에 출간하신 『맛있는 소설』 어떤 책일까요?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맛있는 소설』은 음식 평론가가 탐구한 소설 속 음식의 이야기입니다. 동화책부터 시작해 각종 고전까지, 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 더 나아가 소설을 즐겨 읽었습니다. 그렇게 즐겨 읽었던 작품들을 음식에 초점을 맞추어 읽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를 정리한 책이 바로 『맛있는 소설』입니다.
금까지 많은 책들을 써오셨지만 이렇게 문학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저서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요리와 소설의 만남을 구상하고 기획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난 십 년 저의 음식 저서는 크게 본격 비평(『외식의 품격』, 『한식의 품격』, 『냉면의 품격』)과 조리 독학을 위한 기초 지식 서적(『조리 도구의 세계』,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의 두 갈래로 나뉘어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양쪽 모두 궁극적으로는 분석 위주의 책들이기 때문에 다소 피로감을 느껴 약간 다른 느낌의 기획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만 해 왔었던 가운데 사실 어느 방송국에서 교양 프로그램 제작 섭외를 받아서 이 컨텐츠를 제안했었는데요, 준비 과정에서 소통이 잘 안 돼서 출연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어차피 그 기획 또한 최종 결과물은 책이었기 때문에 정리를 해서 출판사를 찾았고 이렇게 민음사와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초부터 ‘필름 위의 만찬’이라는 제목으로 일간지 주말면에 음식과 영화 이야기를 연재했기에 어느 정도 익숙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책 또한 궁극적으로는 음식의 차원에서 소설을 분석하는 작업이 되어 버려서 부담감은 비슷했습니다…
에세이 속 소설들을 선정하신 기준이 있으실까요? 소개하고 싶은 책을 먼저 고르시고 그 안에서 음식 이야기를 끌어내셨을지, 다루고 싶으신 이야기를 먼저 떠올리시고 그 음식이 나온 책을 찾으셨을지 궁금합니다.
다소 잡스럽게 선택했습니다. 크게 보자면 일단 제가 어린 시절 읽었었던 각종 고전을 비롯한 작품들을 먼저 포함시켰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1986년에 금성출판사의 ‘주니어 세계 문학 전집’ 61권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 덕분에 소설의 재미에 눈을 떴으므로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노인과 바다』, 『바늘 없는 시계』 같은 작품을 골랐고요. 그밖에는 인생의 면면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들을 고루 아울렀습니다.
하루키 월드의 음식을 소개하는 챕터에서는 167편의 소설들 속에서 음식이 언급된 926개의 구절을 찾아 10가지 음식으로 추려내시는 엄청난 노력을 하셨다고요. 이 밖에도 음식 이야기와 소설, 시대문화적 배경까지 모두 엮어내는 작업이다보니 집필 과정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집필을 하시면서 가장 힘드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하는 시간을 앱에 프로젝트별로 기록하는데요, 『맛있는 소설』의 작업에는 대략 189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저는 1일 4시간 정도 작업을 하니까 집필에 대략 47시간 정도 걸린 셈인데요, 연재 등 다른 원고들도 쓰면서 작업을 했기에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오래 걸렸습니다.
그런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꼽자면 책 읽기였습니다. 언젠가 읽었던 책들이라도 원고를 쓰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게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고 또한 스트레스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하루키’ 챕터를 위해서는 2000년까지의 소설과 참고가 될만한 에세이 등을 다 읽고 정리해야 했기에 어떻게 보면 쓰기 자체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집필 과정이 한 권의 소설이라면, 그 소설 속에서 소개하고 싶은 단 하나의 음식은 무엇인가요?
‘얼음이 잔뜩 든 차가운 음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책을 쓰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차가운 음료를 마시면서 풀었습니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도 마시면 안되기 때문에 차가운 아메리카노와 보리차 옥수수차, 그리고 닥터 페퍼 제로를 마셨습니다.
에세이 속 여러 챕터들 중 가장 공 들이신 음식 이야기, 애정이 가는 음식 이야기를 골라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하루키를 다룬 챕터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맛있는 소설』을 위해 다루기는 다뤄야 할 것 같은데 적절한 방법과 요령이 떠오르지 않아서 한참을 고민했던지라 애착이 갑니다. 그리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 이야기 또한 좋아합니다. 소설과 음식을 함께 아울러 생각하다 보니 아주 자연스레 미국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된 저의 음식 및 직업 정체성에 대해 되돌아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늘 음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로 찾아와 주고 계십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더욱 기대되는데요, 준비 중이신 다음 책이 있으실까요?
앞서 언급했던 ‘필름 위의 만찬’ 연재를 작년 6월 98화로 끝냈습니다. 100편 가까운 영화와 그 속의 음식을 소개했다는 의미인데요, 묶어서 책으로 내고 싶은데 아직 세부사항이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밖에 올해 아니면 내년 안으로 자가조리 독학을 위한 지침서를 쓸 계획입니다. ‘조리 도구의 세계’와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가 각각 제공한 조리 도구와 식재료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바탕으로 직접 음식을 해먹으며 꾸려 나갈 수 있는 삶에 입문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전망입니다. 기획은 확실하게 서 있는데 ‘한식의 품격’ 수준으로 방대해질 것 같아 섣불리 착수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건축 대학원을 졸업했고, 애틀랜타의 건축 회사 tvs디자인에서 일했다. 음식 전문지 《올리브 매거진》에 한국 최초의 레스토랑 리뷰를 연재했으며, 현재 《한국일보》에 ‘이용재의 식사(食史)’를 기고 중이다. 그밖에도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GQ》 등 각종 매체에 음식 평론과 칼럼을 썼다. 한국 음식 문화 비평 연작으로 『한식의 품격』과 『외식의 품격』을 집필했으며, 본격 식문화 세계에 관한 저서 『냉편의 품격』『미식 대담』 『조리 도구의 세계』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를 썼다. 이탈리아 음식 분야 최고의 요리책 『실버 스푼』 외에 『패밀리 밀』 『크래프트 맥주』『식탁의 기쁨』 『뉴욕의 맛 모모푸쿠』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사유 식탁』 등의 저명 음식 관련서를 번역했다. 또한 『뉴욕 드로잉』 『창밖 뉴욕』 등의 예술 문학 도서도 우리말로 옮겼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