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이기고 도전을 지켜내기 위한 일상철학
불안과 두려움도 내 안의 것으로 여기며 피하지 않고 묵묵히 맞선다면, 언젠가는 꿈을 일으키는 비옥한 토양이 되어 줄 것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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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김현수는 틈이 날 때면 병원 옥상에 간다. 처음에는 머리를 식히러 갔지만, 또 다른 옥상 산책자들과 풍경을 나누고, 누가 심었는지 모르는 샐러리에 관심을 두면서 점점 옥상 산책을 즐기게 되었다. 옥상 산책이라고 해봐야 몇 걸음 걷다 한강 바람을 맞으며 세상을 내려다보는 게 다였다. 하지만 혼자가 되는 시간은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게 했고 그 이야기는 직업에 대한 철학, 불안을 견디는 삶의 태도, 열정과 삶 사이의 균형을 찾는 발견들로 진화했다. 『옥상 위에 칸트』에 써 내려간 김현수 작가의 진솔한 글과 함께 다양한 생각, 내면 속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옥상 위의 칸트』 두 번째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지난번 책은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기까지 연구과정과 환자에 대한 책을 쓰셨다면, 이번 책은 오랜 독서 습관이 만들어낸 일상 철학에 대해 쓰셨는데,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간이 남을 때, 생각을 환기하고 싶을 때 책을 읽는 편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제가 모르는 경험과 지식이 채워지고, 명언, 좋은 구절들이 저를 일깨워줍니다. 그런 순간들을 기억하고자  메모를 시작하게 되었고, 일상에서의 다짐과 생각까지 적게 되면서 나에 관한 기록으로 쌓이게 되었습니다. 글을 정리하면서 저를 돌아보고, 일상에 녹아든 삶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모험과 도전에 뛰어들었던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출간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옥상 위의 칸트』라는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이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병원에서 시간이 날 때, 담배 생각이 날 때 옥상에 올라가곤 했습니다. 앞이 탁 트인 옥상 풍경을 보면 복잡했던 생각이 풀리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어 자주 가게 됐습니다. 담배 피우러 온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게 병원 영업도 하고, 한 번은 옥상에 누군가 키우는 셀러리를 몇 잎 따오기도 했습니다. 옥상에서 자라는데도 파릇한 이파리가 싱싱해보여서 병원 식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옥상에 관한 글을 몇 편 썼는데 출판사에서 글이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산책으로 유명한 칸트처럼 제가 ‘옥상산책’을 가서 생각에 빠져 있는 다고 『옥상 위의 칸트』라는 제목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책에서 ‘부족함을 채우려 했던 시간 있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라고 하셨는데 ‘부족함’은 김현수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대학병원 의사 시절, 제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게 두려웠습니다. 저의 부족함 때문에 환자가 죽을까 봐 마음을 졸였습니다. 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절실함 때문에 공부에 더욱 매달렸습니다. 당시 후배 의사로부터 ‘악마’라는 별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난치병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 공부가 계속 이어져 바이오기업을 시작하게 했고,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결국 부족함이 저를 일깨워주었고,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속 공부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고, 틈을 내어 짧은 글도 남깁니다.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되려고 부족함을 채우는 중입니다.


책 속 그림 재미있게 봤습니다. 난해한 그림, 자뻑과는 거리가 먼 한 줄 자평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림은 어떻게 그리게 되셨는지, 그림을 그리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미술 선생님께 그림을 잠깐 배웠습니다. 당시에는 큰 재미를 못 느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 어릴 때 그렸던 수채화에 다시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그림 실력이라 말하기 어려운, 제가 좋아서 그려보는 정도의 난해한 그림입니다. 수채화를 잘 그리고 싶어 화방을 기웃거리고, 그림을 따라 그리며 애쓰는 중입니다. 그림을 보여주면 뭘 그린 거냐며 되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리는 이유는 제가 관찰하고 느끼고 상상한 것을 담아내는 시간이 좋아서입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한 그림일 수 있지만, 그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가 만들어낸 작품이라 저에게는 최고의 작품입니다. 없는 그림 실력이지만 시간이 난다면 꾸준히 그려보고 싶습니다.



책에서 “나는 의사라는 직업을 좋아한다. 환자를 보는 일이 한 번도 지겹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걸 보면 천직인 모양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요.

어릴 때부터 병원이 제 놀이터였습니다. 의사이신 아버지와 병원식구들은 그냥 제 가족이었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에 자연스럽게 동화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그만두지 않았고, 지금까지 환자 보는 걸 좋아하니 적성에 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로서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은 치료에 한계가 존재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면 환자의 생명도 끝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환자가 기댈 곳 의사뿐인데, 의사가 먼저 환자의 손을 놓아버리면 안 됩니다.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좋아지게는 못하더라고, 더 나빠지지 않게 버텨줄 수 있습니다. 환자도 생명에 대한 의지를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줄기세포연구와 치료를 위해 많은 애를 쓰고 계신데,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요.

‘줄기세포’에 대해 사람들은 전혀 관심이 없거나, 안다 해도 부정적인 생각이 많습니다. 그동안 줄기세포 연구업계에서 사람들의 믿음을 깨뜨리는 큰 사건이 있었고, 건실한 연구와 발전보다는 쉽게 돈을 벌려고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성실하게 연구를 하는 줄기세포연구자들이 더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노력 덕분에 줄기세포치료가 확대되고 있고,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타나나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더 많은 병증에 적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중이며, 수년 내에 이를 실현해내고자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로서 줄기세포 분야를 알리는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어느 독자가 『옥상 위의 칸트』를 읽고 전혀 몰랐던 줄기세포에 대해 알게 되었고, 긍정적인 관심이 생겼다는 소감에 큰 보람과 감사를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님들께 불안을 이기고 도전을 지켜내기 위한 일상철학을 처방 부탁드립니다.

스페인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항상 맑고 따뜻한 날만 계속되면 이 세상은 사막이 된다.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고 눈도 내려야 기름진 땅이 된다.’ 힘들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러면 세상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매일 새로운 문제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살아 있으니 고민하게 되고, 살다 보니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게 삶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나 글귀도 그때뿐이지 돌아서면 현실은 나의 몫입니다.


흔들리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인 것 같습니다. 뿌리까지 뽑혀서 죽지만 않는다면, 바람은 언젠가 지나가기 마련이고 눈보라도 계절이 바뀌면 그칠 것입니다. 불안과 두려움도 내 안의 것으로 여기며 피하지 않고 묵묵히 맞선다면, 언젠가는 꿈을 일으키는 비옥한 토양이 되어 줄 것입니다. 꿈을 좇는 세상의 모든 성난 황소들을 응원합니다.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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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hahoho

2023.12.22

꿈을 좇는 세상의 모든 성난 황소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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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