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다양한 육아책을 읽어보고, 각종 미디어 정보를 찾아보며 아이를 키우는데도, 여전히 많은 부모들에게 육아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요즘엔 '마음 읽기'에 치중한 나머지 훈육을 제때 못해,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문제가 나타나는 중이다. 최근 출간된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은 이 순간 육아 고충을 겪고 있는 부모를 위한 책으로, 현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유용한 훈육 솔루션을 담아놓았다. 조선미 아주대 교수는 30여 년 동안 아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심리 평가와 치료 프로그램, 부모 교육 등을 진행해온 국내 최고의 자녀 교육 임상 심리 전문가다.
이번에 출간된 책 『조선미의 현실 육아 상담소』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어떤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되는 책인가요?
이번 책은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부딪히는 육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을 갖고 아이를 키웁니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매분 매초가 도전이고, 수시로 문젯거리에 부딪히는 게 현실입니다.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잘 읽어주는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경우가 생기죠.
그럴 때마다 부모는 자기 탓을 하며 후회하지만, 이런 일은 부모로서의 자질이나 아이에 대한 사랑의 문제는 아닙니다. 육아는 현실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힙니다. 육아는 애정이라는 정서도 필요하지만,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도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현실 육아에서 부딪히는 문제 때문에 힘든 분들이 그때그때 찾아보면서 문제 해결의 팁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목적으로 쓴 것입니다.
'마음 읽기'와 '훈육'을 둘 다 중요하게 다루시면서도, '훈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고 '마음 읽기'를 권하는 책들이 대세인 가운데, 특별히 '훈육'을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양육에 있어서 훈육은 애정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애정만 있고 훈육이 부재한 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자기 조절 능력이 약하고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도 많이 있습니다. 30년 넘게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양육 방식도 시대적 흐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 읽기'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아이의 감정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훈육이 취약해졌다고 생각해, 제 나름대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으로 훈육을 강조하게 되었어요.
책에서 「훈육의 본질은 좌절내구력 키우기」라는 언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좌절도 필요하다는 얘기일 텐데요. 언뜻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훈육과 좌절내구력에 관해 좀더 소개해주세요.
성장이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상태에서 점차 벗어나 마침내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성인이 되는 과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숙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고, 익숙한 상황에서 새로운 상황으로 나아가면서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높은 곳에 올라가면 안 된다'거나 '식당에서 돌아다니며 안 된다', '학교에 가면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이런 훈육은 무엇이든 제 마음대로 하려는 아이에게는 좌절이 됩니다. 좌절한 아이는 울고 떼쓰거나 위축된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이런 감정 상태에 머물면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능력이 성장합니다. 이런 능력을 '좌절내구력'이라고 합니다. 부모의 훈육과 당장 기분을 달래주지 않는 단호한 마음이 이 능력을 키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공감과 위로는 하루 두 번이면 충분하다.'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되, 과하면 안 된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과도한 마음 읽기'는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요?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 아이와 상담을 했는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해 이유를 물으니 귀찮다는 게 답이었다. 어떤 게 귀찮은지 물어보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귀찮고, 가방 챙기는 것도 귀찮다고 했어요. 아이 부모님은 아이의 마음을 많이 읽어주는 분들이었는데,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면 그대로 인정해준 것이, 귀찮으면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공감이나 위로는 아이가 공감과 위로가 필요할 정도로 힘든 일을 겪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떤 게 힘든 일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부모가 위로를 많이 해주면 거꾸로 '이 정도 일은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거구나' 하면서 점점 더 많은 공감과 위로를 요구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하루하루 너무 힘든 일이 반복된다는 왜곡된 조망을 갖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날씨가 조금만 더워도, 옆 친구가 조금만 쌀쌀맞게 대해도 견디지 못하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친구 같은 부모', '민주적인 부모'가 되려고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친구 같은 부모'가 아니라 '권위 있는 부모'가 되라고 강조하시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육아에서 부모가 친구 같다거나 민주적이라는 것은 '결정을 내릴 때 함께 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얼핏 들으면 바람직한데,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히 결정을 내린다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것까지를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몇 개 먹을지 정하는데,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면 당연히 많이 먹겠다고 하겠지요. 그런데 아이스크림을 먹어 배탈이 나면 병을 낫게 하는 책임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할 책임과 의무를 진 사람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싫어해도 장기적으로 아이에게 유익한 것(학교를 보낸다거나 예방 주사를 맞는 것,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는 것 등)은 이행해야 합니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 사소한 것들을 스스로 정하게 해줄 수는 있지만 대등한 결정권은 양육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데, 참 어렵습니다. 좋은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추천해주세요.
습관은 어떤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몸에 배어 의식하지 않아도 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떤 행동이든 반복만 하면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이런 습관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그 행동을 반복하게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외출했다 돌아오면 손을 씻는 습관'을 만들어주려면 문에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화장실에 데려가서 같이 손을 씻거나 아니면 손을 씻으라고 지시해서 씻게끔 하면 됩니다. 문제는 얼마나 반복해야 습관이 되느냐인데, 행동에 따라 어떤 것은 금방 습관이 되고 어떤 것은 오랜 기간 반복해도 습관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습관은 손 씻기, 가방 제자리에 두기, 쓰레기통에 쓰레기 버리기 처럼 간단하고 분명한 것들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습관이 될 때까지는 알아서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일깨워주고 지시해야 하며, 했을 때는 칭찬을 많이 해 주면 어느새 지시나 칭찬 없이 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면서 아이를 단단하게 키우는 게 정말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과연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이 큽니다. 힘들고 지친 대한민국 현실 부모들께 한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목표를 갖고 그걸 달성하려고 정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어떻게 구체화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잘 키운다'는 식의 추상적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잘 키운다'는 게 무엇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잘 키운다는 말에는 큰 함정이 있습니다. '잘'이라는 말에는 평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잘해야 하고, 어떤 분야에서든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잘 크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잘 키우려고 하면 불안하고 힘이 듭니다. 지금 아이가 속한 집단에서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있다면 아이는 잘 크고 있는 겁니다. 지금 아이는 성장의 시기이기 때문에 나이에 맞는 이정표를 밟아가기만 한다면 무언가를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선미 국내 최고의 자녀 교육 임상 심리 전문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강남 성모병원과 성 안드레아 병원에서 수련했다. 현재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94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심리 평가와 치료 프로그램, 부모 교육 등을 진행해왔다. 한국임상심리학회 부회장, 아동청소년정신건강 센터 자문위원, 수원 가정법원 가사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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