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심리학자의 9가지 가상 공간 디자인 전략
『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 김지헌 교수 인터뷰
『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는 총 10장에 걸쳐 공간의 형태와 배치, 색과 온도, 제품의 진열, 아바타끼리의 상호 작용까지, 가상 공간의 설계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촘촘하게 다룬다. (2023.05.16)
2023년 상반기, 전 세계가 챗GPT로 떠들썩했다. 불과 1~2년 전을 더 뜨겁게 달구었던 메타버스는 정작 그 열풍이 사그라지며 역풍을 맞은 듯 보였다. 하지만 초거대 인공지능이 오히려 웹 3.0시대 메타버스 구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생성AI가 활용된다면, 입력 환경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던 이용자들이 대화만으로 자유롭게 메타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지금까지의 진입 장벽을 뛰어넘는 광활한 공간과 기회가 펼쳐지리라는 것이다. 『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는 총 10장에 걸쳐 공간의 형태와 배치, 색과 온도, 제품의 진열, 아바타끼리의 상호 작용까지, 가상 공간의 설계에 따라 소비자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촘촘하게 다룬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메타버스를 그저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를 출간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새로운 주제로 독자들을 만나 기쁩니다. 한편으로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를 정리한 책이라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학자로서 제 색깔을 잘 드러내는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언뜻 들었을 때 브랜드 심리학과 메타버스는 조금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브랜드 심리학자인 교수님께서 어떻게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되셨나요?
저는 소비자 심리 연구 결과를 브랜딩 전략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인 만큼, 메타버스 가상 세계가 불러올 환경 변화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과 행동 변화에 관심이 있습니다. 보통 나무가 아닌 숲의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나무 하나하나의 변화에 관심이 있습니다. 바람과 토양과 빛이 달라질 때 나무 한 그루의 자라는 모습이 변하게 되고, 이 변화가 모여 숲의 방향을 결정하거든요. 지금 메타버스 논의는 나무보다는 숲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같아요.
'기업이 결국 메타버스로 돈을 벌 수 있을까'와 같은 비즈니스 측면의 예측이나, 'VR 기기는 얼마나 빨리, 어떻게 진화할까'와 같은 기술적 흐름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메타버스의 미래는 사람이 느끼는 가상공간의 가치에 있다고 믿습니다. 결국, 공간을 채우는 건 기술이 아닌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심리학 관점에서 메타버스 논의를 새롭게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메타버스는 이미 한물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챗GPT로 이목이 쏠리는 지금 메타버스를 좀 더 깊이 있게 고찰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메타버스의 미래를 결정짓는 D.N.A는 '데이터 기술', '네트워크', '인공지능'입니다. 세 가지 핵심 동력의 첫 글자를 딴 말이죠. 이는 챗GPT와 같은 생성 AI의 성장으로 메타버스가 한물갔다는 표현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합니다. AI는 메타버스의 성장을 이끌어갈 가장 중요한 동력이니까요. 예를 들어, 가상 스토어를 방문할 때 만나는 종업원 아바타가 AI 기술이 더해진 메타 휴먼이라면, 쇼핑객은 기존과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챗봇이 아닌 실제 인간과 똑같은 표정과 말을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AI 종업원이 24시간 매장을 지키며 우리의 쇼핑을 도와준다고 상상하면 어떤가요? 저는 AI가 주목받는 지금이 메타버스의 미래에 보다 주목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단기적인 금전적 성과보다는 고객 경험의 가치 측면에서요.
독자님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가상 공간을 기획하는 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랜드 심리학자로서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꾸 찾아오는 가상 공간을 기획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가상 공간을 기획할 때 흔히 하는 착각이 남들보다 빨리 가상 세계에 공간을 만들면 사람은 자연스레 모여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현실 세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대상이 가상 세계에서 관심을 받기란 쉽지 않아요. 멋진 콘서트 무대를 가상 공간에 만들었다고 상상해보세요. 가상 공간에서 가수와 함께 무대에 올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가요? 그런데 그 가수가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라면 어떨까요? 그 가상 공간을 찾아갈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이 포트나이트 게임에서 45분 공연을 하고 약 2000만 달러를 벌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실 세계에서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상 공간을 기획할 때는 먼저 현실 세계에서 우리 브랜드가 사람을 모을 충분한 힘이 있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현실 세계와 가상 공간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차별적 경험 가치가 높아야 성공할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예를 들어,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6시에 문을 닫는 고루한 역사 박물관이 가상 공간에서는 24시간 문을 열고 이순신 장군의 메타 휴먼이 거북선을 직접 설명해준다면 어떨까요? 결국, 가상 공간을 기획할 때는 현실 세계와 다른 차별적 경험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가상 세계의 여러 자극을 오감으로 받아들이고 처리하는지에 관한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책에서 소개해주셨어요. 어떤 기준으로 이런 주제들을 선정하셨나요?
먼저 가상 공간을 기획하는 분들이 가상공간에서 보다 나은 경험 가치를 제공하려 할 때 알아야 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어쩌면 많은 분이 공간을 기획하는 일은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싸이월드, 본디, 동물의 숲과 같은 플랫폼에서 자신의 공간을 꾸밀 때도 공간 기획과 디자인 지식은 필요합니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보면 우리 모두가 공간 기획자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가상 공간 디자인은 현실 공간과 비교도 안될 만큼 유연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해야 하는 회의는 천장이 높은 공간이 유리하고, 디테일에 집중이 필요한 회의는 천장이 낮은 공간이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매우 유용한 정보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회의 주제별로 회의실의 천장 높이를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가상 공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저는 이처럼 현실 세계의 제약 조건을 벗어나 가상공간을 디자인할 때 유용한 지식(가상공간의 색, 온도, 음악 등 감각 정보의 효과)을 제 뇌피셜이 아닌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소개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가상 공간을 마케팅에 활용할 때 필요한 지식이 무엇일지 고민해보고 이를 기준으로 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매장과 가상 스토어에서의 소비자 행동의 차이, 제품 전시 방법, 명품 브랜드의 디지털 아이템 출시 효과 등을 다루었습니다.
『브랜드 심리학자, 메타버스를 생각하다』는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나요?
저는 메타버스의 가상 현실이 우리가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삶의 공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물론, 속도에 이견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브랜딩 관점에서 이러한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현업 마케터들과 예비 마케터 대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공간 브랜딩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는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실제로 가상 공간을 구축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IT 개발자들, 메타버스 관련 예산은 있지만 어떤 공간을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모르는 공공기관 담당자들, 가상 공간에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교육 관계자들에게 유용한 지식을 제공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가상 세계와 관련된 심리학의 최신 연구를 두루 소개하는 만큼 경영학, 심리학, 건축학, 교육학 분야의 대학원생들이 연구 주제 논문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메타버스 공간의 가치는 기술이 아닌 사람이 결정합니다. 부디 책에서 제안하는 심리학 관점으로 메타버스를 새롭게 바라보고 그 가치를 저와 함께 만들어가길 기대합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전파하는 브랜드 심리학자로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지·사회심리학을 근간으로 소비자 심리, 브랜드 전략 등을 연구하며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 논문상과 우수 강의상을 받았다. KT 마케팅연구소 연구원, CJ 제일제당 브랜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유한킴벌리, CJ푸드빌, 아모레퍼시픽, 아디다스코리아 등에서 강연과 컨설팅을 해왔다. 일반인에게 마케팅의 개념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칼럼, 강연 등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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