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국내외를 오가며 상처받은 수만 명의 마음을 돌봐온 미술 치료계의 일등공신, 김선현 교수의 신작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가 베가북스에서 출간되었다. 특히, 이번 신간에는 삶에 지친 많은 이들의 고민과 상처의 면면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세계적인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에드워드 호퍼', 국내 젊은 층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김선우', '콰야', '아담 핸들러'의 작품까지, 까다롭게 엄선한 73점의 작품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김선현 교수의 경험과 실제 치료 사례들을 통한 회복의 메시지는 이전의 책들과는 사뭇 다른 색채를 띠며, 상처받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평안을 수놓을 것이다.
그동안 꽤 많은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는 어떻게 집필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 주변에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비롯해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마음이 아팠는데요. 취업난, 우울증, 불투명한 미래 등 이전 세대에 비해 취약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떨어지는 자존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들이 향후 상당 기간 우리나라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텐데, 이런 현상들을 가만히 두고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 그들을 이해하고 위로해줘야겠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로 설 수 있게 도와야겠다는 사명감 또한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예요.
기존에 냈던 책들과는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나요?
우선 저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위로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그림을 통해 자존감 회복부터 트라우마 극복까지, 다채로운 정서적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힘썼고요. 말하자면, 글과 그림을 활용한 최상급의 치유 과정을 담아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특히, 이번 책에서는 교수나 기획자의 모습을 잠시 내려놓고, 선배의 모습으로 혹은 부모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역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도 빼놓을 수 없군요. 이런 작품들을 독자 여러분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MBTI로 알아보는 나만의 그림」 같은 경우엔 특히 젊은 세대가 좋아할 것 같네요. 이는 어디까지나 흥미 위주이긴 하지만요.
청년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비교와 평가가 난무하는 암울한 시대입니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각자의 개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고유의 가치를 잃게 만들죠. 낡은 방식과 낡은 교육, 낡은 가치관들이 쌓아놓은 높은 벽 앞에 많은 사람들이 가로막혀 더 먼 곳을 내다보지 못하는 겁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우리는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억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기성세대가 이룩해놓은 단단한 틀이 있다면, 그것에 살을 덧댈 주인공들은 바로 여러분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기존의 책들과 달리 교수님의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런 얘기들을 기꺼이 꺼내게 된 동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그동안은 사회적 위치 등의 이유로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습니다. 꺼내 봐야 환자나 내담자와 겪은 치유의 이야기가 전부였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책의 주제도 그렇고, 독자들에게 접근하는 방식도 그렇고, 제 자전적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도 여러분과 같은 시기를 겪었어요"라고 툭 던져놓기만 하면 아무도 공감하지 못하고 치유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되면 이 모든 기획이 틀어져 버리게 되잖아요.
책을 집필하면서 여러 작가를 만나고, 또 교류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교수님만의 작가, 혹은 작품 선정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요.
평소 책이나 전시 등을 통해 작가나 작품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집필 기간이 아닐 때도 그러한 정보들을 수집하거나 기록해놓죠. 언제 어디서 요긴하게 쓰일지 모르니까요. 우선 책의 주제가 정해지면 본문의 내용과 어울릴 만한 작가와 작품을 고민합니다. 한 작품 한 작품 살펴보면서 필요하다면 직접 만나 얘기도 나누고요. 그렇게 만난 국내외 작가들만 수백 명에 이릅니다. 해당 작품에서 독자들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그것을 오롯이 담아내는 게 선별 프로세스의 전부입니다. 사실 뭐 그리 거창하거나 특별한 건 없어요. 그 과정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작가와 작품을 모두 선정해놓은 이후에 집필 작업에 들어가는 거죠. 그렇게 맺은 작가와의 인연은 좀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답니다.
국내에서는 미술 치료가 여전히 생소하고, 접하기 쉽지 않은 분야로 여겨지는데요. 미술 치료가 정확히 무엇인지,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세요.
말 그대로 미술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전문 분야입니다. 의학과 미술의 의로운 접목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올바른 치료를 위해서는 의학과 미술에 대한 전문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요. 무엇보다 오랜 임상 경력을 통한 검증된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야 하죠. 스케일의 문제이긴 한데, 단순한 스트레스 관리나 힐링 등은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그림만으로도 얼마든 치료할 수 있습니다.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를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려요!
제목에서부터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멋과 향기를 찾길 바라요. 큰 꿈이 아니어도 좋아요. 당장 꿈꾸지 않아도 돼요. 날고 싶지만 날개를 펼 수 없다고 느낄 때, 이 책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잊지 마세요! 여러분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근사해요. 그러니 꿈꾸세요. 날지 않는 꿈도 괜찮으니까요!
*김선현 예술을 사랑해서 미술을 전공, 작가로 활동했다. 그림의 치료적 힘에 눈을 뜬 후 국내에선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술 치료 분야로 뛰어들어, 국내 미술 치료계 최고 권위자로 자리매김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동양인 최초로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기무라 클리닉 및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예술 치료 과정과 프랑스 미술 치료 Professional 과정을 마쳤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 및 디지털 치료센터 임상센터장, 차병원 차의과대학 교수와 미술치료 대학원장을 역임하고, 베이징 의대 교환교수, 제주국제평화센터장, 세계임상미술치료학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국제아트테라피센터 원장, 한·중·일 임상미술치료학회장, 대한트라우마협회 이사장, 미술로 치유와 평화를 꾀하는 전시 기획자로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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