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캐치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고미술 최고 해설가 탁현규의 신간 『조선 미술관』에는 신윤복, 정선, 김홍도를 비롯한 조선의 천재 화가들 7인의 작품과 더불어 태평성대를 누린 숙종과 영조대의 기록화첩도 소개하고 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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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규 저자

문화 절정기 조선의 풍속화와 궁중 기록화를 한 권에 담아낸 전무후무한 책이 탄생했다. 기획하는 전시마다 대박을 터트리고 매 강연 청중의 감탄을 자아내는 고미술 최고 해설가 탁현규의 신간 『조선 미술관』에는 신윤복, 정선, 김홍도를 비롯한 조선의 천재 화가들 7인의 작품과 더불어 태평성대를 누린 숙종과 영조대의 기록화첩도 소개하고 있다. 조선 미술의 이야기에 집중한 흔치 않은 특별한 미술책으로,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도서로 거듭나고 있다.



『조선 미술관』은 전시회에 입장하는 느낌을 주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그림은 거짓말 못합니다. 옛 그림을 통해서 옛 사람들의 기운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문화가 건실할 때는 그림 속 사람들의 얼굴도 맑고 환합니다. 문화가 쇠퇴할 때는 그림 속 사람들의 얼굴에도 기운이 빠집니다. 그림을 잘 보면 이때가 문화 절정기인지 쇠퇴기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그림에 시대의 기운이 담기지만, 그중에서도 인물화에 가장 확실하게 담깁니다. 그래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풍속화와 궁중 기록화를 소재로 삼아 문화절정기의 기운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조선 미술관』은 1관과 2관으로 나누어 풍속화와 궁중 기록화를 설명하는 점이 큰 특징인데요. 1관을 기대하며 보았다가 2관의 이야기에 빠지는 분도 여럿 계십니다. 이런 구성을 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지금도 사람들의 생활은 사생활과 공공 생활로 나뉩니다. 옛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생활과 공공 생활을 모두 살펴보아야 한 시대 생활상 전체를 볼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생활은 은밀하고 좀 더 자유로운 반면 공공 생활은 투명하고 좀 더 격식을 잘 갖춥니다. 조선시대 사생활을 담은 그림인 풍속화는 오늘날 드라마이고, 공공 생활을 담은 그림인 기록화는 오늘날 다큐멘터리입니다. 기록화 가운데 으뜸인 궁중 기록화는 왕실 다큐멘터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조선 미술관』에 담긴 50여 점의 작품은 천재 화가 7인의 작품과 숙종, 영조 시기의 궁중 기록화로 조선 후기의 그림들인데요. 어떤 이유와 기준으로 선별되었는지 궁금해요.

조선 시대 그림은 사대부 화가가 창안한 것을 화원 화가들이 더 화려하게 꾸미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요. 풍속화의 경우는 사대부 화가인 겸재 정선과 관아재 조영석이 창안한 것을 화원 화가인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이 이어받아 마무리합니다. 그러니 이 4명을 빼놓고는 풍속화는 이야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리고 숙종과 영조대의 많은 궁중 기록화 가운데, 단연코 백미는 두 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간 사건을 그린 <기사첩>입니다. 그러니 문화 절정기 궁중 기록화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숙종과 영조대의 풍속화와 궁중 기록화의 정수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작가님이 풀어내는 조선 미술 이야기는 재치 있게 현대의 요소를 접목한다는 점이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특히, 김홍도의 <기로세련계도>에서 송악산의 자태를 의정부 외곽 순환 고속 도로에서 바라보는 도봉산의 자태에 빗댄 것이 재미있습니다. 작가님은 그림의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풀어내시나요?

3백년전 옛날 이야기만해서는 현대인들이 읽기 쉽지 않습니다. 오늘날 사건과 물건을 끌어다 비교하여 이야기한다면 통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것을 가지고 먼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은유법'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은유법이야말로 옛 그림을 이야기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까운 것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미술사뿐만 아니라 역사, 문학, 음악, 영화, 드라마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옛 그림에서 오늘날 비교할 만한 것을 찾는 것은 옛 그림 공부의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사실 한국 미술, 조선 미술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한국 미술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인지 들려주신다면요?

'친근함'입니다. 한국 미술에서는 한국인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친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친근하기 때문에 봐도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친근하기 때문에 오래 보게 됩니다. 그런데 중국인은 중국 미술을 친근하게 여기고 일본인은 일본 미술을 친근하게 여깁니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아름다움은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가까이서 찾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에 도달합니다. 그리고서 시야를 멀리까지 넓혀 간다면 더욱 좋겠지요.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들고 꼽기 어려우시겠지만, 도서 속 작가님이 가장 애정하는 조선의 그림은 어떤 것인가요?

정선이 80세에 그린 <사문탈사>입니다. 정선의 팔십 평생의 붓질이 먹빛 하나로 담겨있는 이 그림은 율곡 선생이 눈 오는 날 황소를 타고 봉은사를 찾아간 사건을 상상해서 그린 것입니다. 절은 절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어느 것 하나 대상의 본질이 오롯이 드러났습니다. 이를 '신필(神筆)'이라 합니다. 더군다나 <사문탈사>는 눈 오는 날 소 타고 절 찾아가는 풍류를 후손들에게 일깨워줍니다.

끝으로 다양한 이유로 『조선 미술관』을 읽을 독자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책을 만든다"에 연결해서 "독자가 저자를 만들고 저자가 독자를 만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독자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책은 끊기지 않고 쓰일 것입니다. 좋은 책은 다시 후세 독자들에 영향을 끼치겠지요. 책의 미래는 독자들에게 달려있습니다.



*탁현규

기획하는 전시마다 대박을 터트리고 매 강연 청중의 감탄을 자아내는 고미술계 최고의 해설가. 사진기의 역할을 대신했던 옛 그림 속에서 과거의 특별한 순간들을 발견해내기를 즐긴다. 박물관 한구석 잊힌 유물이었던 옛 그림도 탁현규의 예리한 해석, 그리고 재치 있는 입담과 만나면 한 편의 역사 드라마가 된다.




조선 미술관
조선 미술관
탁현규 저
블랙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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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