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처럼 생긴 달이 뜰 때마다 벌어지는 땅 요정들의 파티. 이곳에는 꼭 멋진 모자를 쓰고 참석해야 한다. 요정들이 말하는 멋진 모자란 별것 아니다. 버려진 고무장갑도, 종이컵도, 약통도 좋다. 흔한 쓰레기도 관점을 바꾸면 달리 보일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꼬마'는 받아쓰기에서 꼴등을 해 무척 풀이 죽어 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터덜터덜 걸은 덕분에 길가의 쓰레기 중에서 멋진 모자를 찾던 '땅 요정'을 만날 수 있었다. 『멋진 모자를 찾아서』는 등수나 점수에만 초점을 맞춘 세상에서 경쟁이 모든 순간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사실과, 각자의 개성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야기한다.
『멋진 모자를 찾아서』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이 책을 쓴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종혁 : 소통의 오류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부드러운 방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환경에 관한 이야기 역시 언젠가는 써 봐야지 하고 막연히 오랫동안 생각만 해 왔는데요. 고민해 볼 만한 여러 주제를 엮을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이 작품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땅 요정'을 메인 캐릭터로 잡은 이유나 계기가 있었나요? 특히 최소린 작가님은 땅 요정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 왔는데, 이 캐릭터에 매료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종혁 : 외국 미디어에는 집 안이나 마당에 놓인 땅 요정 조각상들이 흔히 등장하는데, 사람의 형상을 갖춘 장식물이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마침 최소린 작가가 땅 요정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어, 협업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 함께해 보았습니다.
최소린 : 어린 시절 돌멩이, 도토리, 주인 잃은 열쇠고리 등 길가에는 언제나 작은 보물들이 숨어 있다고 생각해서 목이 곱도록 땅만 쳐다보고 다녔어요. 이 습관을 '펀가이'라는 캐릭터에 계승시켜, 도시화로 정원을 잃은 땅 요정들이 뾰족 모자를 닮은 각종 물건 아래 숨어 산다는 콘셉트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펀가이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땅 요정은 '노움'인데 서구권에서 정원의 토템이면서 각종 미디어에서 밈으로 쓰이는 익숙하고도 익살스러운 존재라 활용해 보고 싶었어요. 인간의 삶에 맞닿아 있으니, 자연스럽게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에 노출되고 이를 활용해서 살아갈 것 같았거든요.
『멋진 모자를 찾아서』 속 땅 요정 세계에서는 엉덩이를 양쪽으로 한 번씩 흔드는 것이 '당신이 좋아요'라는 뜻이고 방귀는 '당신이 너무 싫어요'라는 뜻이라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결국 꼬마는 이로 인해 곤경에 처하는데, 두 분도 표현 방식이 달라 생기는 소통의 오류를 겪은 적 있나요?
김종혁 :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면서 문화적으로 또는 언어적으로 소통의 오류를 겪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소통의 오류는 누구나 자주 접하게 되는 현상이라 생각해요.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세계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가 소멸되어 가기 때문에, 같은 동네라도 사람마다 문화가 다른 경우가 생긴다고 해요. 그래서 소통의 오류를 어떤 식으로 지혜롭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최소린 : 어린 시절, 같은 아파트의 미국인 선교사 집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자연스레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그들의 문화를 배울 수 있었어요. 대화를 나눌 때 상대의 눈을 쳐다보는 게 예의라고 배웠지만,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께서는 제가 윗사람인 선생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얘기해서 당황스럽다고 부모님께 전달한 사례가 있었지요. 최근에는 키우는 반려견과 소통의 오류를 경험하고 있어요. 함께 8년을 지내며 서로 표정과 몸짓으로 많은 것을 이해한다 생각하면서도 강아지가 아플 때는 구체적으로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이 좋지 않아요. 강아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곤 해요.
이 책의 인물들은 경쟁이나 순위에 가치를 둔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을 통해 작가님이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셨겠죠?
김종혁 : 요 몇 년 MBTI라는 성격 유형 분류법이 유행하는 이유는 개인의 성향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환영해서가 아닐까 싶어요. 등수를 매기는 순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만, 우리 삶의 대부분은 등수나 점수보다 중요한 것이 많으니, 개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꼬마의 눈에 비친 땅 요정 세상이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구현되어서 마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는 것 같았어요. 최소린 작가님에게는 첫 그림책인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최소린 : 페이지를 펼쳤을 때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졌으면, 해서 요정 마을과 연회장 장면들에 시간을 많이 들였어요. 콜라 폭포 부분에서 저 역시 <찰리와 초콜릿 공장> 생각이 났어요. 하필 콜라도 갈색이라 초콜릿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신경 써야 했지요. 아무래도 제가 그려 오던 일러스트와 동화 삽화는 차이가 있어서 시행착오를 거쳤어요. 출판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지라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편집부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여러 번 수정을 거쳐야 했어요. 덕분에 처음 구상했던 이미지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캐릭터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감정과 상황을 묘사하는 방법은 웹툰 작가인 김종혁 작가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전반적으로 어린 시절 제가 동화책을 들여다보며 작은 디테일을 발견하고 좋아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작업했어요. 특히, 버섯과 걸어 다니는 디저트 등 제 취향이 가득 담긴 요소들을 그려 넣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멋진 모자를 찾아서』에서 두 분에게 가장 인상적이거나 마음에 드는 장면이 뭔지 궁금해요.
김종혁 : 저는 맨 마지막에 종이배가 손에서 튀어나오는 장면이 가장 좋아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정이 재미있게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도 볼 수 있어요.
최소린 : 저는 꼬마가 요정을 따라 깨진 화분을 통해 요정들의 나라로 내려가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화분 속 작은 테라리엄적인 구조도, 일상 속 물건이 환상의 세계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되는 설정도 매우 좋아하거든요. 무엇보다 파티장 문을 열기 직전이 가장 설레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독자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김종혁 : 재미있게 작업했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좋습니다. 다음 책에서도 뵙겠습니다.
최소린 : 독자들께 내용이 공감되는 동화이자, 즐겁게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책으로 읽히길 소망합니다.
*김종혁 (글) '조녘'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아일랜드 대학교 DIT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며 예술가의 꿈을 키웠지만, 현재는 아내 말 잘 듣는 현부양부가 되는 것이 꿈이다. *최소린 (그림) 미국 로드아일랜드와 영국 왕립 예술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하다 처음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 보물 같은 도토리를 줍는 것과 길가의 버섯 관찰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부거가든'이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면서 쓰레기 더미를 수집하는 요정들을 그리거나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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