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에서 찾는 MZ세대의 기원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을 일종의 브랜드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파편적으로 흩어진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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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구 저자

MZ세대야말로 'MZ세대'라는 단어를 가장 지겨워하는 집단일지도 모른다. 그런 독자라면 『밀레니얼의 마음』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기성 세대의 입맛에 맞게 MZ세대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설명서가 나왔군.' 오해다. 『밀레니얼의 마음』은 지금까지의 세대론 연구서와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한다.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을 일종의 브랜드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파편적으로 흩어진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저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험을 배양시키는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환경을 조사하며 2010년대의 사회 문화사를 그려낸다.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영화 비평과 사회 비평을 오가는 글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된 계기도 궁금하고, 어떤 형식의 글쓰기에 매혹을 느끼는지도 궁금합니다.

영화와 대중 음악을 비롯해 문화 전반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강덕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 비평이 100명도 보지 않는 작품에 대해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를 휘갈긴 글쓰기라고 지적하는데요. 이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비평이 사회 현상에 대해서 나름의 답을 낼 수 있는 공적인 글쓰기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문화를 향유하는 대중의 무의식을 꼭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밀레니얼의 마음』은 밀레니얼이라는 정체성을 2010년대라는 시대를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2010년대는 한마디로 어떤 시대였나요?

제가 책에서도 썼듯 2010년대는 '모두가 불행한 시대'였습니다. 물론, 이렇게 단언하는 데 상당한 위험이 따릅니다. 2010년대에는 비관주의자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많은 진보들이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제가 말하는 '불행'은 오랜 과거의 빈곤과 폭력으로 인한 고통과는 조금 거리가 먼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는 행복과 불행을 가를 수 있는 '기준'을 잃었다는 점에서 불행합니다. 오늘날의 불행은 바로 이 '기준'이 붕괴한 데서 초래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레니얼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이때, '밀레니얼의 마음'을 소재로 글을 쓰는 데에는 큰 포부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밀레니얼'에 대한 다른 이야기들과 어떤 지점에서 다르게 접근했는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그간 밀레니얼세대의 경험은 거시적인 담론을 구성할 때 원료처럼 사용되어 왔습니다. 예컨대 무력한 88만원 세대, 이색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구사하는 힙스터, 서울로 상경하고, 발전에서 소외된 지방 하층민 등, 소비 트렌드나 거시담론을 가동시키는 데 사용됐습니다. 이런 방식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신에, 저는 우리 세대 전체의 자서전을 쓰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밀레니얼의 마음』에서 작가님은 사회 이론에서 대중 음악까지, 문학 작품에서 팬덤 문화까지, 그야말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하고 향유하는 문화 전반의 텍스트와 컨텍스트를 아우르며 세대론적 특징을 도출해 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와 2010년대의 특성을 형성하는 데 가장 영향을 미친 콘텐츠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단히 많습니다만, <무한도전>, 케이팝, 커뮤니티, 이 세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무한도전>은 1990년대생부터 비교적 최근 세대까지 즐기고 있는 콘텐츠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늘날의 '부캐', '쇼츠 문화' 등을 미리 예견했습니다. <무한도전>은 회차마다 포맷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도 변화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현실의 성격과 포맷 내의 성격을 과감히 섞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와 고정되지 않은 유연한 프로그램 포맷이 맞물린 <무한도전>에서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가 상상하는 '나'의 모습이 기원했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2세대 케이팝(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을 가장 가까이서 접했습니다.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끈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또, 아이돌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들이 루틴화됐죠. 『밀레니얼의 마음』에서 다뤘던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거리 관념은, 2세대 아이돌에서 정확히 파생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의 본명을 부르고 그들의 애칭을 만들었습니다. 청소년기의 성장을 같이 했던 아이돌은 우리 세대가 서로의 거리를 가늠하는 척도가 됐습니다.

커뮤니티는 밀레니얼이 사는 마을입니다. 서부극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각자 역할이 있듯, 커뮤니티 이용자들도 역할이 있습니다. 착한 댓글을 다는 사람, 유용한 정보성 글을 올리는 이용자, 군중 심리를 돋구는 악플러 등. 밀레니얼 세대가 공동체를 경험한 유일한 곳이 바로 커뮤니티라는 가상 공간이죠. 고도화된 미디어 생태계에서 이슈에 따라 네티즌들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입니다. 군중들이 움직이고, 해체되고, 모이고, 적대하는 광경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장소가 커뮤니티가 아닌가 싶네요.

2010년대의 감수성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외'인 것 같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정체성이 된 2010년대의 소외는 다른 시대의 그것과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소외'는 자본주의가 정착한 이후로, 가장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내가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현상은 산업 혁명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현대인이 겪는 표준적인 상황입니다. 비유를 사용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햇빛을 투과시켜 각도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주는 렌즈가 있습니다. 소외가 시대를 거쳐 반복한다 하더라도, 기술 발전에 의해서 다른 색깔의 빛을 낼 수 있습니다. '소외'가 발현되는 여러 환경 중에서, '시간성'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저 단어의 의미를 오늘날을 '현대'라는 커다란 시간의 그물망 속에 위치시키는 방식이라고 과감히 축약해 보겠습니다. 

십 대 시절, 저는 즐겨 듣던 음악(당시에 개러지 리바이벌, 브릿팝, 신스팝)이 과거의 음악을 재현한 레트로라는 데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음악은 시대의 공기를 품고 있는데, 나는 과거를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게 될까? 내가 기억하는 시간은 원래 개러지가 유행했던 1960년대일까, 아니면 2000년대 중반일까? 2010년대에 유행한 '시티팝'이라는 장르는 시간의 축이 뒤틀린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 줍니다. 경제 호황 시기 일본의 낙관주의를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이 향유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축이 어긋난 소외 현상을 잘 드러내는 음악 장르론 '베이퍼 웨이브'와 『밀레니얼의 마음』에서도 잠깐 다룬 '혼톨로지' 장르가 있습니다. 마크 피셔 같은 이론가는 움짤(gif) 같은 이미지 활용에서조차 시간의 소외 현상이 있다고 말합니다. 영원히 똑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며, 인터넷에 갇힌 <무한도전>의 움짤을 생각해 보면 오늘날의 '소외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소외'가 부정적이라고만 보지 않습니다. '소외'를 긍정하는 사상은 인간이 갖고 있던 특권을 파괴하는 것이 곧 인간이 짊어지고 있던 부담의 짐에서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독자분들이 『밀레니얼의 마음』을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는지 알려주세요.

독자분들이 『밀레니얼의 마음』을 백과사전처럼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201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지? 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출발해도 좋습니다. 그저 심심할 때, 책장에서 책을 꺼내서 훑어 보셔도 좋아요.

요즘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회 현상이나 주제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한국도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사건 사고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강덕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졸업. 블로거.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영화 평론가로 활동했다. 가속주의, 문화 비평, 아마추어리즘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비평 플랫폼 '콜리그'를 공동 운영하고 있으며, 내외부 세계에서 이뤄지는 내·외재적 관계를 조망하는 책을 공동으로 집필하고 있다.




밀레니얼의 마음
밀레니얼의 마음
강덕구 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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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