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수준과 경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리더 자신의 리더십이고 또 하나는 그 리더와 함께 하는 인재입니다. 리더와 인재는 각자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리더와 인재가 신분과 제도로 정해진 봉건 사회였지만 지금은 리더가 인재이고, 인재가 리더인 시대입니다. 다만, 리더와 함께하는 인재의 문제는 그 본질에서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제왕의 사람들』은 수천 년 중국사의 빼어난 사례들을 통해 이 문제를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본 책입니다.
먼저 채널예스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과 그가 남긴 절대 역사서 『사기(史記)』를 지난 30년 넘게 공부했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는 김영수입니다. 사마천과 『사기』는 각각 남다른 역사가와 역사서입니다. 역사뿐만 아니라 문화, 사상, 문학, 예술, 인생 등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든 방면과 문제에 관한 깊은 영감과 통찰력을 줍니다. 공부를 통해 이런 점을 하나둘 깨달아 가면서 사마천과 『사기』라는 망망대해를 헤엄치고 있습니다. G2로 떠오른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서도 『사기』는 꼭 필요한 책입니다. 저는 지금도 인간의 본질을 『사기』라는 역사서, 사마천의 처절한 삶을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30여 년간 중국사와 동양 고전을 연구하신 역사학자이자 동양 고전학자, 사마천 『사기』 연구의 최고 권위자이신데요. 리더십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마천은 당대 최고의 인재였습니다. 그러나 리더에게 미움을 사서 반역죄에 몰려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살아남아 필생의 업인 역사서를 완성하기 위해 사마천은 사형을 면할 수 있는 최악의, 그러나 거의 유일한 방법인 성기를 자르는 궁형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마천은 권력자, 즉 리더와 리더의 자질이라는 문제를 깊게 성찰합니다. 나아가 리더와 인재의 함수 관계를 치열하게 탐구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기』는 리더십의 교과서로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런 점에 주목해 오래전부터 리더, 리더십, 인재 문제를 고민했고 관련 책도 썼습니다. 특히, 리더를 선택할 때마다 거의 주기적으로 그릇된 판단을 내려 국가적 차원으로 시련을 겪는 우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분들이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을 우리 상황과 비교해 가며 읽어 주었으면 합니다.
흔히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을 하면서도 회사 경영에서 인사 문제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같은 실책이 반복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문제 역시 리더십과 관련이 깊습니다. 리더가 인사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단단히 장착하지 않으면 늘 잡음이 생깁니다. 이 인사 원칙을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하고, 이렇게 정착된 인사 시스템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인사 문제에서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사심을 개입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갈량이 평생 원칙으로 지킨 '공정', '공평', '공개'라는 '삼공의 원칙'을 깊게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리더는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잘못을 덮어서도 안 되고, 누군가를 싫어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장점을 없애서도 안 됩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를 지켜야 합니다.
『제왕의 사람들』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사람 경영' 혹은 '인재 경영'의 역사 사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두 번째 꼭지로 적은 유방의 '세 사람만 못하다'는 '삼불여(三不如)' 장면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당시 유방은 소하, 장량, 한신이라는 세 명의 공신을 거론하며 자신은 정치(행정), 전략 전술, 전투 방면에서 이 세 사람만 못하다면서, 이들이 이 방면에서는 천하의 인재들이고 내가 이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항우를 꺾을 수 있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일화는 그 후 2,000년 넘게 수많은 사람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인들도 꼭 새기기 바랍니다. 리더는 전지전능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됩니다. 훌륭한 리더란 각 분야 최고의 인재들을 정성을 다해 모셔와 그들의 말에 따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자기보다 나은 인재를 볼 줄 아는 리더, 이런 리더를 세상은 필요로 합니다. '삼불여'는 중국 인재학의 화두와도 같은 명제를 던져 주었고, 지금도 여전히 필요한 인식입니다.
책 내용 중 천하의 패주가 되고 싶어하는 환공에게 관중이 제시한 '지인', '용인', '중용', '위임', '원소인'이라는 다섯 가지 방법이 인상적입니다.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좋은 인재를 기용해 성공하기 위한 다섯 단계의 과정인 셈인데, 저는 이를 관중의 '리더십 5단계'로 표현합니다. 리더가 좋은 인재와 함께 하려면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지인(知人)'이지요. 리더가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총명해야 합니다. 총명(聰明)이란 머리가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총(聰)'은 귀가 밝다는 뜻이고, '명(明)'은 눈이 밝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세심한 부분까지 살피는 리더가 총명한 리더입니다. 이러한 리더는 사람을 제대로 보고, 소중하게 쓸 줄 압니다. 그리고 맡깁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인 '소인배를 멀리 하라'는 뜻의 '원소인(遠小人)'인데 말은 쉽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소인배 여부를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지만 그 소인배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라면 그를 멀리하고 내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임 단계까지 다 실천하고도 측근을 통해 인재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리더를 제 주변에서 실제로 여럿 보았습니다.
책에서 5,000년 중국사를 '콘텐츠의 보물 창고'라고 표현하셨는데,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중국의 역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까요?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시간이 아닙니다. 오래된 미래입니다. 또,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역사가 남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례는 그 자체로 우리 삶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콘텐츠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 남은 중국사 5,000년은 무한한 콘텐츠의 보물 창고입니다. 그 창고에 담긴 사례를 꺼내 현실에 맞게 재해석하고 생각을 보태면 바로바로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됩니다. 독자분들은 이 과정에서 '왜(why)'란 질문과 '만약(if)'이라는 의문만 가지면 됩니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연말입니다. 새해 마음가짐에 도움이 될 만한 중국 고사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다들 어렵고 외로우실 겁니다. 오죽했으면 네티즌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각자도생'을 뽑았겠습니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저는 『사기』 「오자서열전」에 나오는 '인중즉승천(人衆卽勝天)'이라는 다섯 글자를 소개합니다. '사람이 여럿이면 하늘도 이긴다'는 뜻입니다. 조금씩이나마 마음과 힘을 보태 어려운 때를 이겨 나갔으면 합니다. 집단 지성의 시대가 진정 의미를 가지려면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구든 리더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리더는 타고나는 존재가 아니라 단련되어 나오는 존재입니다. 단련되려면 단단한 망치가 필요합니다. 그 단단한 망치로 쇠를 두드려야 쇠는 더욱 단단해지고 날카로운 무기로 거듭납니다. 쇠는 단련되기 전의 리더이고 망치는 공부입니다. 제대로 된 공부가 바로 단단한 망치입니다. 단단한 망치는 어리석은 판단과 선택을 막는 사상의 무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망치를 들어 두드리는 행동으로 이어 갈 수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입니다. 단단한 망치로 힘껏 쇠를 쳐서 무엇이든 벨 수 있는 보검이 되십시오. 이 세상에 진짜 쓸모가 있는 리더가 되십시오.
*김영수 지난 30여 년 동안 사마천(司馬遷)과 『사기(史記)』 ,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5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 온 사마천과 『사기(史記)』에 관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다. 저자는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하며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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