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인문 MD가 발품을 팔아 만드는 시리즈 <대장금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
대표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7년 글항아리를 창립해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말이 대표이지 사실 편집자에 가깝습니다. 그 전에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시도 썼죠. 출판사를 차리기 전 <출판저널>과 <교수신문>에서 7년간 서평, 학술 기사를 담당했기에 남의 글을 읽고 만져온 세월이 이제 20년을 넘었습니다. 그럼에도 교정교열의 길은 멀고도 험하네요. 낡은 지식을 고수하지 않는 편집자가 되고 싶습니다.
글항아리 4행시로 출판사를 소개해주신다면?
글 글항아리는 종이가 귀한 시절 낙엽에 글을 써서
항 항아리에 모아뒀다가 나중에 옮겨 써서 책을 내던
아 아름다운 조상들의 고사에서 가져온 이름입니다
리 리사이클이 될 수 있는 지혜를 담아내겠습니다
글항아리가 만들어온 책, 지향하는 가치가 궁금합니다.
글항아리를 시작할 때 서점에 보내는 소개문에서 내세운 모토가 '재미없는 책은 생각의 무덤이다'였습니다. 재미있는 논픽션, 낯선 소재,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펴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식 보급소'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다녔습니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처럼 쉬지 않고 새로운 지식을 보급하자는 마음에 많은 책을 내왔습니다. 갈수록 이 일이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출판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도 바뀌고 있고요. 이제는 정말 의미 있는 것, 출판의 근원적 역할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깊습니다. 늘 잊지 않으려고 하는 건 우리 출판 시장에서 비어 있는 분야나 소재를 채워보자는 정신입니다. 그 빈 곳을 발견하는 기쁨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소개하고 싶은 금쪽 같은 우리 책을 소개해주세요.
최연호 저 | 글항아리
정말 좋은 책인데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누구에게나 필요한 '통찰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일상의 루틴이 될 수 있게 친절하게 이끌어주거든요. 대학 병원에서 수십 년간 환자를 진료해온 저자는 의료 지식과 매뉴얼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을 해낼 수 없다는 걸 수많은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이 책은 인간의 속성을 통해 통찰을 이해하고, 통찰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며,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로드맵으로 연결하여 해설해주고 있습니다.
샹뱌오 저 / 김유익, 김명준, 우자한 역 | 글항아리
인류학자 샹뱌오가 자신의 삶과 학문을 대담 형식으로 펼쳐낸 책입니다. 혼돈의 시대를 꿰뚫은 사유의 진정한 힘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베이징대 학부 재학 시절에 수행한 필드워크를 묶어낸 『경계를 넘는 마을: 저장촌 이야기』가 이 분야 고전이 됐고, 젊은 나이에 미국 인류학계의 앤서니 리즈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매력은 철저히 자기경험에 기반해 현실을 인식하고, 남들과 다른 해법을 내놓는다는 점입니다. 학문의 의미, 지식인의 역할, 신자유주의, 일체화된 시장 경쟁, 플랫폼 경제, 빈곤과 노동, 로컬과 글로벌, 문명과 전쟁 등 다양한 주제를 쾌도난마합니다. 20~30대 젊은 층에게 꼭 권하고 싶네요.
해퍼드 존 매킨더 저 / 임정관, 최용환 역 | 글항아리
지정학의 개념을 창시한 매킨더의 주저로 지리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서구 민주주의와 아시아 공산주의 사이에 벌어졌던 전 지구적 투쟁에 관해서도 놀라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고전입니다. 이 책에서 매킨더는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 지대를 장악하고, 심장 지대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심장 지대는 아시아의 절반과 유럽의 4분의 1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입니다. 현재 러시아가 보여주는 야욕이 그것이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줍니다.
글항아리가 벽돌책 전문 출판사잖아요. 화제가 된 벽돌책도 다수 만드셨고요. 벽돌책을 만드는 데 글항아리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듯합니다.
언제부턴가 벽돌은 저희 출판사의 운명처럼 돼버렸네요. 많은 분들이 글항아리 하면 벽돌을 떠올려주셔서 의무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두꺼운 책에서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저희는 술술 잘 읽히는 재밌는 벽돌책을 골라서 내기 때문에 일하는 과정도 즐겁습니다. 대하소설에 푹 빠지는 느낌이죠. 오히려 얇은 책들이 여러가지를 고민을 하게 만드는데 디자인이나 카피, 마케팅 등등이요. 하지만 벽돌책은 그런 부담을 비교적 덜 느끼게 해줍니다. 벽돌 자체의 아우라가 1인 3역을 해주거든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습니다. 엉덩이를 무겁게 하는 수밖에요. 다만, 한 사람이 첫 교정부터 마지막 교정까지 연달아 읽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기에 2명 이상이 교차해서 보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벽돌도 나눠 들면 낫습니다.
글항아리 책을 제외하고 재밌게 읽은 책을 3권 추천해주세요.
박수용 저 | 김영사
책 한권의 존재감이 이렇게 만월처럼 꽉 차게 느껴지긴 오랜만입니다. 저자 박수용 PD는 멸종 위기에 처한 시베리아 호랑이들의 강렬한 투쟁을 생생하게 그려내 큰 감동을 준 EBS 다큐멘터리 <시베리아 호랑이 삼대의 죽음>을 만든 분입니다. 책으로 만나는 다큐는 훨씬 섬세했고 웅장함은 더욱 저음으로 몰아쳤습니다. 지리와 역사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한 호랑이 가족 추적기는 숨막히는 긴장과 고된 잠복의 연속이었죠. 인간으로서 견딜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절대 고독 속에서도 그걸 아름다운 언어로 펼쳐내는 문학적 영혼에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에릭 라슨 저 / 이경남 역 | 생각의힘
제2차 세계 대전 초반, 히틀러의 광적인 비행기 융단 폭격을 견뎌내고 영국이 살아남는 과정을 처칠을 주인공으로 써내려간 논픽션입니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책임감 있게 판단하고 실행하는 처칠의 모습이 왜 이리 듬직하고 멋져 보일까요? 시국이 하 수상해서일까요?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루스벨트에게 구애 편지와 전보를 보내고, 거절과 냉대에도 개의치 않고 절치부심과 삼고초려와 거두절미를 총동원하는 집념의 공무원을 넋을 잃고 바라봤습니다.
김지은 저 | 봄알람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나가는 뉴스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진실의 전모가 저자의 육성으로 담겨 있습니다. 피해자이자 철저하게 상처받은 한 영혼이 자신의 진실됨을 증명하기 위해 이렇게 상처를 복기하고 자료를 모아야 했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그 긴 고통 끝에 한 권의 책으로 그것이 완성되었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출판계 동료, 선후배 그리고 예비 출판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이사하면서 제 방에 꽂힌 책을 완전히 물갈이했는데 제목을 보며 골라서 읽는 재미가 곶감 빼먹는 것처럼 좋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몰입의 감정을 회복했고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들뜬 마음은 가라앉고 허전한 곳은 채워졌습니다. 원고를 교정볼 때의 느낌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늘 익숙하게 이름만 듣던 저자들과도 진정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생긴 느낌이었고요. 책을 만드느라 바쁘시겠지만 책을 읽는 기쁨을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2022년은 글항아리에 어떤 해였나요, 2023년 나올 책을 소개해주세요.
편집부, 마케팅부, 디자인부의 인원 변동이 많았습니다. 회사 내부의 조직 체계의 변화까지 더해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한 해였습니다. 재조정의 한 해이기도 했고요. 젊은 피의 수혈로 편집보다 기획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예년보다 펴낸 종수가 절반 정도로 줄었지만, 내년에 새로운 기획 작품들을 많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시리즈로는 <밀도> 시리즈와 <기담> 시리즈가 새롭게 론칭됩니다.
<밀도> 시리즈는 에세이로 절정의 순간을 담아내자는 취지로 유진목 시인의 『영화의 밀도』, 김신록 배우의 『연기의 밀도』 등이 예정되어 있고, 기담 시리즈는 이야기의 기원을 탐색한다는 취지로 세계의 신화와 민담부터 기이한 체험들까지 다양하게 담아내 작가들의 창작 모티프가 되어볼 작정입니다. 그 외에 미공개 원고와 자료를 대대적으로 추가하고 수전 손택의 삶을 아름답고도 적나라하게 기술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벤저민 모서의 『손택 평전』이 1200쪽에 달하는 벽돌로 나올 예정입니다.
그 외에 아시아계 이민사를 '포괄적이고도 매혹적으로' 다룬 역작 『아시아계의 미국 만들기』, 은둔 청년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유승규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풀어낸 『대한민국 은둔 청년 리포트: 내가 방 밖으로 나온 이유』, 이연숙 작가가 미술을 중심으로 우리 문화예술계의 '퀴어 비평'을 아카이빙하고 대담과 취재를 진행하는 『퀴어 비평 대담』 프로젝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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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