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집 『어느 날 거위가』 출간한 전예진 작가 인터뷰
팬티가 매달린 나무, 숨통을 달고 고래가 된 오빠, 그림이 된 직장 상사, 대홍수 속 잠수부 아르바이트생, 팔다리가 동강 나도 죽지 않는 남편까지... 슬픔으로 가득 찬 현실은 그의 소설에서 아름답고 이상한 환상 세계로 탈바꿈한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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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 저자

201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할 당시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차분하지만 날카롭게, 위트 있지만 시니컬하게 서술'한다는 평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전예진의 첫 소설집 『어느 날 거위가』가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꾸준하게 순문학과 환상 소설의 접점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온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여덟 편의 단편에 고스란히 담았다. 팬티가 매달린 나무, 숨통을 달고 고래가 된 오빠, 그림이 된 직장 상사, 대홍수 속 잠수부 아르바이트생, 팔다리가 동강 나도 죽지 않는 남편까지... 슬픔으로 가득 찬 현실은 그의 소설에서 아름답고 이상한 환상 세계로 탈바꿈한다.



작가님의 첫 소설집 『어느 날 거위가』가 출간되었습니다. 등단작을 표제작으로 한데다 첫 책이니만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서점에서 책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니 이제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책으로 묶인 만큼 소설에 대한 평이나 감상을 조금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소설을 발표한 뒤에도 수정하고픈 부분을 체크해두는 편인데, 책이 나오고 나니 책에 실린 글들은 어떻게든 끝맺었다는 기분이 들어요.

소설집에 여덟 편의 단편 작품이 실려 있는데요. 나무에 걸린 팬티, 치킨집에 거위, 6층집까지 잠길 정도의 홍수, 좀비가 된 남편 등 각각에 사용된 소재와 상상력의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합니다. 작가님이 작품을 쓸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를 가져올 때가 많아서 독자가 그 상황을 납득할 수 있게끔 그 외의 부분은 현실과 더 닿아 있게끔 쓰려고 노력해요. 캐릭터 또한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하고, 모른 채로 쓰지 않으려고 해요. 짧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라도 자료 조사를 많이 하는데 때로는 며칠을 조사해놓고, 결국엔 그 문장을 뺄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숨통」을 쓸 때도 사람이 어떻게 하면 고래로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조사를 오래 했어요. 사람과 고래가 어떻게 숨을 쉬는지, 물에 들어갔을 때 폐와 근육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수압이 오르면 신체 부위가 어떻게 되는지, 어떤 생존 전략이 있는지와 같은 것들을요. 소설에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저 나름대로는 이런 과정을 거쳐 고래가 되었겠구나, 하고 이해하면서 글을 쓰는 거죠. 저 스스로 이해가 가야 쓸 수 있어요.

수록작 중 「좋아질 거예요」에는 부부가 등장합니다. 동시대를 사는 신혼부부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 드러나 있죠. 「점심 같이 먹을래요?」를 읽을 때면 버벅거리고 주춤하던 사회 초년생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요. 집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좋아질 거예요」는 간판도 없는 동네 허름한 상가에서 산 음식을 먹고 탈이 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호진과 나연을 생각하며 살이 붙었어요. 두 사람이 힘들어하는 이유나 해결책으로 떠올리는 것이 동시대를 사는 우리와 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말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어떻게 보면 씁쓸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순간이 있기에 우리는 탈이 나면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점심 같이 먹을래요?」는 처음부터 '유귀동'이라는 사람이 중심에 있는 이야기였는데요. 글을 여러 번 고치다가 어느 순간 내가 유귀동을 위로하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회사에서 듣는 말로 자신을 규정하지 않았으면 하고요. 그러다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온 지은을 떠올렸고 그렇게 두 사람의 점심을 그리게 되었어요.

『어느 날 거위가』 속 무궁무진한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케릭터가 있다면요?

「우리 집에 놀러 와」에 나오는 율이요. 소설을 쓸 때 처음 떠올린 이미지가 어두운 거실에 앉은 아이가 물에 잠긴 베란다를 내다보는 장면이었거든요. 「우리 집에 놀러 와」에서는 감정 서술 없이 행동과 대사로 이야기를 진행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율이 느끼는 감정을 세세하게 따라가게 됐어요. 율이 안쓰럽기도 하고 응원하고픈 마음과 걱정이 동시에 들어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표제작인 「어느 날 거위가」는 묘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장준태 병장이 거위로 변했다는 설정과 하필이면 치킨집으로 보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는 또 다른 거위가 등장하는데요. 어떤 메타포로 차용된 것인가요?

「어느 날 거위가」의 큰 부분을 이루는 것 중 하나가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맥락 안에서 소설의 설정은 어떤 메타포로든 읽힐 수 있을 것 같아요. 치킨집은 위수 지역에 있을 법한 가게를 생각하던 중에 죽은 닭을 요리해 파는 곳에서 산 거위를 키운다는 설정이 섬뜩해 배경으로 가져왔고요, 거위라는 동물은 태생 자체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종이지만 경계심이 높고 위협적인 면이 있어서 이야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혹은 장면은 무엇일까요?

의외라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 「귀경」의 마지막 두 문단을 좋아해서 꼽고 싶어요. 「귀경」은 가까운 사람에게 느끼는 복합적 감정이 들어간 짧은 글인데요. 그중에서도 마지막 두 문단에 글의 내용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귀경」은 인물에게 몰입해서, 반대로 인물에게 거리를 두고 두 번 읽어보면 각각 다른 기분으로 흥미롭게 읽히는 글인 것 같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장편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준비 중입니다. 이야기를 떠올린 지는 꽤 되었는데 여러 인물을 두고 이야기를 꾸려가는 게 쉽지 않네요. 아직 확실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독자분들께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예진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어느 날 거위가
어느 날 거위가
전예진 저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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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