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에세이는 분명 재밌게 읽을 것이다. 세미콜론에서 펴내는 <띵> 시리즈의 스무 번째 에세이 『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 작가 하현은 말한다. "너무 대단한 것들이 무겁게 짓누를 때면 '잠깐 타임'을 외치고 재빨리 아이스크림에게로 도망치라"고. 자, 오늘은 메로나인가? 깐도리인가? 빵빠레인가?
책을 읽는 내내 '찐'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을 향한 특별한 애정이.
하하. 원래 처음에는 쌀국수였다. 한 앤솔러지의 작가 소개에 쌀국수를 좋아한다고 쓴 적이 있는데 그걸 계기로 '띵 쌀국수'를 제안 받았다. 음식 에세이를 워낙 좋아해서 꼭 참여하고 싶었지만 쌀국수 이야기로 책 한 권을 쓸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가 아이스크림에 대해 써보라고 했다. 바로 이거다 싶어 역으로 제안을 했더니 출판사에서도 마침 디저트를 생각하고 있었다며 반겨주셨다.
한여름 8월에 출간됐다. 원고를 쓸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것 같던데?
아무래도 주제가 아이스크림이다 보니 여름에 출간하고 싶어서 조금 서둘렀다. 마감이 촉박해서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00일 가량 바짝 작업했고, 아이스크림은 하루 평균 1.5개 정도 먹었으니 최소 150개 이상이지 않을까? 자제력을 잃고 마구 먹은 날을 생각하면 더 많을 수도 있다.(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안 되는데)
메로나를 좋아하는 난쟁이는 올해 여름에도 활약했는가?
메로나를 좋아하는 난쟁이는 어제도 갑자기 깨어났다. 덕분에 잘 준비를 마친 밤 열한 시에 다시 옷을 입고 나가 편의점에 다녀왔다. 이번 여름에는 롯데제과에서 나온 색고드름을 자주 먹었다. 칼로리가 낮고 당류도 적어서 한밤중에 먹어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기특한 아이스크림이다.
책에 등장한 아이스크림은 대개 전통이 있더라. 신상품 중 눈여겨볼 만한 아이스크림은 없나?
빙그레 따옴바! 이 아이스크림을 조금만 더 빨리 만났다면 분명 책에 등장시켰을 것이다. 프리미엄 과일 주스 '따옴'을 하드 형태로 만든 제품인데 정말 상큼하고 맛있다. 중간중간 과육이 씹혀 식감도 재미있다. 딸기 맛과 납작복숭아 맛도 좋지만 가장 최근에 출시된 패션프루트 맛이 특히 훌륭하다. 편의점과 아이스크림 할인점의 가격 차이가 꽤 많이 나는 편이니 할인점에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배스킨라빈스 아르바이트 에피소드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좋은 사장님을 만나는 게 그리 흔한 편이 아닌데, "살다 보면 좋은 사람도 그렇게 될 때가 있어."라는 말을 해주는 사장이라니!
그 아르바이트가 내 첫 사회생활이었는데 감사하게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 모두가 좋았다. 그 말 말고도 점장님이 남긴 명언이 하나 더 있다.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 그래서 우리가 같이 일하는 거야." 일종의 징크스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직장에 들어가면 이상한 사람들을 만난다. 반대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지금 원고 마감이 임박한 작가들이 어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집필에 속도가 붙을까?
하겐다즈 미니컵. 원고가 너무 안 써지면 편의점에 가서 내 안의 작가 세포에게 뇌물을 바치는 마음으로 하나씩 사 먹었다. 나에게 하겐다즈는 사치품이라 그걸 먹으면 양심에 찔려서라도 뭔가를 쓸 수밖에 없다. 생각해 보니 마감이 끝나고 나서는 아직 한 번도 하겐다즈를 먹지 않았다.
그렇다면 초가을 9월에 가장 어울리는 아이스크림은?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여름에는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던 샌드류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진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붕어싸만코나 국화빵은 겨울에 어울리는 것 같고, 가을에는 빵또아나 쿠키오 같은 아이스크림이 좋지 않을까? 곱게 물든 단풍을 구경하며 새빨간 빵또아 레드벨벳을 먹어도 좋을 것 같다.
*하현 작가. 아빠 손잡고 서울 상계동 럭키슈퍼에 다니던 시절부터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다. 『달의 조각』,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등을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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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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