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소개 일변도였던 영화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단연 독자적인 매력을 드러냈던 영화 예능 <방구석1열>. 과연 이 프로그램은 어떤 사람이 만들었을까? 오랜 기간 영화를 사랑해온 시네필 김미연 PD는 영화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에 <방구석1열>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감독, 평론가, 작가 등 영화계의 사람들과 함께 영화에 대해 보다 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픈 마음에 말이다. 그가 어떻게 영화를 사랑해왔고, 또 <방구석1열>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에 가득 담았다.
PD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확히 2000년에 방송계에 뛰어든 밀레니엄 방송인이네요(웃음). JTBC 개국을 함께했고 지금까지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 연출하고 있는 방송 프로듀서입니다. 전공이 국어국문학이라 혼자서 뭐라도 써볼까 끄적인 일은 많지만 필력이 딸려서 한 번도 끝까지 써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좋은 분들을 만나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방구석1열>을 무려 200회 가량 제작하셨는데요, 소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우와 12회짜리 기획물로 시작했는데 100회라니...'라며 감개무량했는데 마지막 종영할 때 보니 200회 즈음에 다다라 있더라고요. 요즘같이 프로그램 수명이 짧은 시기에 200회에 가깝게 방송했다는 건 귀한 일이긴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중간에 폐지될 위기도 몇 번 있었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에 가능했던 일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쉽게 오지 않는 행운인데, 저는 5년 동안 좋아하는 영화에 푹 빠져서 지냈습니다. 연출자로서 매우 뿌듯하고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방구석1열>을 만들면서 직관한 분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사람과 말이 있을까요?
<방구석1열>은 '명언 제조기'라고 해도 될 만큼 인생에 가이드로 삼을 만한 말을 많이 남긴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좋은 어른'들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주제에 맞는 전문가들이 나온다고 간단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섭외의 첫 번째 포인트가 '삶이 힘든 우리에게 가르침이 아닌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게도 <방구석1열>을 연출하며 얻은 인생의 모토가 있어요. 방송 기간 내내 가이드가 되어준 분, 바로 변영주 감독님이 해주신 말입니다. 선택의 순간이 오면 "네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가자. 난 항상 너를 지지한다"라고 항상 응원해주셨는데 그 두 마디는 그 순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말입니다.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토록 깊은 신뢰와 응원의 마음을 보내줄 수 있는 윗세대가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어줬어요. 다른 분들께도 비슷한 힘을 많이 얻었어요. <방구석1열>을 200회 가까이 방송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되어줬습니다.
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에 비해 영화 프로그램이 적은 이유는 뭘까요?
평론가가 아니라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감하지만, 5년 정도 영화 프로그램을 맡은 방송 PD로서 제작할 때 느꼈던 현실 고민 두 가지로 정리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하나는 '영화계의 문'이 의외로 열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해석은 대체로 관객의 몫이었죠. '관객과의 대화'가 생긴 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마저도 대체로 개봉 시기에 홍보를 목적으로 했죠. 한마디로 홍보 기간 외에는 딱히 방송에 노출될 이유가 없다보니 영화 관계자들을 모시기가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거대 자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저작권이 복잡해 방송에 노출하기가 쉽지 않았고요. 그나마 자유로운 때가 홍보 기간이에요. 그러다 보니 개봉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대다수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새로운 영화 프로그램을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이런 조건 아래서 영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영화를 소비하는 대중의 패턴인데요. 영화를 보면 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마지막 엔딩은 뭘 의미할까, 인터넷을 뒤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관람으로 영화 경험을 끝내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영화 마니아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게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어요. 문화를 향유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니까요. 대부분은 오늘 기분 전환하고 싶은데 영화나 한 편 볼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가고, 극장을 나오면서 "재미있었어?" 서로 간단히 소감을 나누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영화 관람이 이벤트로서 기능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전문적인 영화 프로그램의 타깃층이 생각만큼 넓지 않다는 것, 그게 시청률이 성적표인 PD들이 제작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네요.
<전체관람가>, <방구석1열> 이후로도 계속해서 영화 프로그램을 만드실 계획이 있을까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영화계와 함께 하는 작업은 까다롭고 어렵지만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이니까요.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다뤄오셨는데요.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냥 단순해요. 재미있는 영화.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이죠?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요. 예술성이 아무리 높아도 재미가 없다면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엔 방송이든 영화든 많은 사람이 봐야 가치가 생기는 것 같거든요. 그건 감동이든 웃음이든 서스펜스든 재미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요. 얼마 전에 <한산>을 봤는데 정말 소름끼치는 경험을 했어요. <명량>과는 또 다른 소름이었어요. 그건 애국심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적 감동'이었어요. 그런 순간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신인 감독들의 서툴지만 새로운 시도가 담긴 신선한 문법의 영화들은 관객들이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응원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시도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니까요.
5인이 참여한 만큼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죠. 독자분들이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를 읽으며 어떤 마음을 얻어 가시길 바라나요? 그리고 책을 낸 소감도 공유 부탁드립니다.
원고 최종 수정본을 쭉 읽다가 혼자 웃음이 터진 적이 있습니다. 너무 솔직한 이야기들에 왠지 속이 다 시원했어요. <방구석1열>의 결이랑 같았어요. '뭔가 있어 보이는 척, 멋있어 보이는 척, 심오한 척, 신비한 척 다 저리 가라고 해' 이 책은 이런 느낌이거든요. 현장 이야기들이라 굉장히 사실적이고 가감이 없어요. 라떼를 표방하지만 옛날이야기가 아닌, 옛날부터 이어진 오늘날의 영화 이야기입니다. 지인들에게 책을 소개하면서 "초딩이 쓴 글 같겠지만 재미있게 읽어 달라"라고 말해요. 다들 재미있게 읽고 옛날 극장가에서 있었던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리시면서 행복해지시길 바라요.
*김미연 JTBC 예능국 CP. <방구석1열>, <전체관람가>, <그림도둑들> 연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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